<라라걸> 영화 포스터

▲ <라라걸> 영화 포스터 ⓒ 판씨네마(주)


대대로 우수한 경마 기수를 배출한 페인 패밀리의 10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난 미셸(테레사 팔머 분). 역대 멜버른컵 우승자와 경기마 이름을 노래처럼 외우고 다니는 그녀의 꿈은 여성 최초로 멜버른컵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 패디(샘 닐 분)는 맏딸을 낙마 사고로 잃자 미셸의 도전을 막는다.

아버지의 반대를 뒤로 한 채 오빠 스티비(스티비 페인 분)와 매니저 조안(제네비에브 모리스 분)의 도움을 받아 한 걸음씩 우승컵에 전진하는 미셸. 예상치 못한 부상을 이기고 사회적 편견을 극복한 그녀는 드디어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3200미터 경마 대회인 멜버른컵에 출전하게 된다.
 
<라라걸> 영화의 한 장면

▲ <라라걸> 영화의 한 장면 ⓒ 판씨네마(주)


호주에서 열리는 멜버른컵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고 거친 경마 대회로 유명하다. 영화 <라라걸>은 155년 역사상 여성 참가자는 단 4명에 불과했던 멜버른컵에서 2015년 최초로 우승컵을 거머쥔 여성 기수 미셸 페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연출은 <뮤리엘의 웨딩>(1994)으로 화려하게 배우로 데뷔한 후 드라마 <식스 핏 언더>로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 에미상에 여러 차례 후보로 오른 베테랑 여배우 레이첼 그리피스가 맡았다.

2015년 멜버른컵 대회를 친구들과 TV로 보던 레이첼 그리피스 감독은 미셸이 결승선을 통과하며 155년 만의 첫 여성 우승을 이룩한 순간에 경이로움과 환희를 느꼈다고 이야기한다. 이후 미셸의 자료를 찾아본 레이첼 그리피스 감독은 생후 6개월 만에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로부터 엄격한 훈련을 받으며 다운증후군을 앓는 오빠와 함께 멜버른컵 우승을 차지한 삶 자체가 훌륭한 영화의 소재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저는 <라라걸>로 '여성의 열정'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이 영웅적인 여성의 성공담을 가족을 중심에 두고 표현하고 싶었어요. 궁극적으로는 가족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라라걸> 영화의 한 장면

▲ <라라걸> 영화의 한 장면 ⓒ 판씨네마(주)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경마 대회에 뛰어든 여성 기수 미셸은 두 가지 상대와 맞서 싸운다. 하나는 대회에서 만나는 상대 기수다. 다른 하나는 성차별과 성희롱이 만연한 경마 세계다.

여성 기수는 상대 기수들의 틈을 치고 나가서 이기면 괜찮으나 혹여 패배하면 "여자라서 충동적이고 기술이 없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멜버른컵 출전을 앞두곤 마주들이 "여자니까 힘이 없다"는 이유를 대며 기수를 바꾸려고 한다. 미셸은 차별과 편견이란 거대한 벽에 맞서 물러지지 않고 당당히 외친다.

"정작 필요한 게 뭔지 알려드리죠. 힘이 전부인 줄 아시지만, 그걸 훨씬 뛰어넘는 문제예요. 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필요하죠. 필드를 읽는 기술도 필요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라라걸> 영화의 한 장면

▲ <라라걸> 영화의 한 장면 ⓒ 판씨네마(주)


영화 <라라걸>의 원제는 <라이드 라이크 어 걸>(Ride Like A Girl)이다. 이 제목은 '여자처럼'이란 표현에 대한 부정적인 프레임을 전환하고 자신감이 필요한 여성 청소년을 응원하는 글로벌 캠페인 #LIKEAGIRL을 모티브로 한다. '나답게', '여자답게 승리하라'란 뜻이다.

올림픽 종목 가운데 승마는 유일하게 남녀 혼성으로 메달을 겨룬다. 남녀의 신체적인 차이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말을 타는 경마 역시 남녀 구분 없이 기수 출전이 가능하다. 영화 제작도 마찬가지다. 감독은 좋은 연출, 각본가는 좋은 이야기를 보여주면 그만이다. '여자라서', '여자는', '여자니까'란 편견은 사라지는 게 마땅하다.

여성 감독 레이첼 그리피스, 여성 각본가 엘리스 맥크레디, 여성 캐릭터가 중심에 선 서사가 만난 <라라걸>은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20), <작은 아씨들>(2020)처럼 지금 영화계와 관객들이 요구하는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영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넣은, 미셸 폐인이 155년 만의 첫 여성 우승을 이룬 직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저평가한 사람들에게 외친 한 마디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이 시대의 도전하는 여성들이 낸 목소리이기도 하다.

"여자는 힘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방금 우리가 세상에 이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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