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영화배우 송강호는 영화 데뷔 초기부터 뛰어난 연기로 관객들의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에서는 현직 건달을 섭외한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만큼 열연을 펼쳤고 <넘버3>에서 코믹 연기를 했을 때는 TV에서 웃음을 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송강호 성대모사를 하느라 바빴다. 그렇게 연극배우 출신 송강호는 영화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하지만 천하의 송강호도 한 때는 '연기력 논란'에 시달릴 때가 있었다. 바로 한국 영화 흥행 신기록을 세운 강제규 감독의 <쉬리>에서 국가 일급 비밀정보기관 OP의 엘리트 요원 이장길을 연기했을 때였다(실제로 송강호는 진지한 캐릭터 연기를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송강호는 자신을 향한 혹평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이듬해 <반칙왕>과 <공동경비구역JSA>를 통해 자신을 향한 관객들의 평가를 다시 뒤집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연예인들을 향한 대중의 평가는 대단히 변덕스럽다. 특히 가수들 중에서는 예전에 불렀던 노래가 뒤늦게 사랑 받기도 하고 때로는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가수는 자신이 공 들여 만든 노래가 3년이 지난 후 대중들 사이에서 희화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다. '1일1깡'이 유행하고 있는 현 상황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앞으론 '1일3깡'을 하시라"고 외치는 '대인배' 비가 그 주인공이다.

최고 인기 가수로 군림 후 2000년대 여신과 결혼한 슈퍼스타
  
 비는 2009년에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에서 주연으로 출연해 화려한 액션연기를 선보였다.

비는 2009년에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에서 주연으로 출연해 화려한 액션연기를 선보였다.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주)

 
지금은 10~20대의 젊은 대중들에게 재미 있는 옛날 가수 정도로 취급 받고 있지만 사실 비는 2000년대 가요계를 지배했던 레전드 솔로 가수였다. 고교시절 6인조 댄스그룹 팬클럽으로 데뷔했던 비는 팬클럽 해체 후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의 눈에 띄어 JYP의 연습생으로 들어갔다. 비는 박지윤의 백댄서로 활약하며 가수를 준비하다가 2002년 <나쁜 남자>를 타이틀로 한 1집 앨범을 발표하며 솔로가수로 재데뷔했다. 

183cm의 큰 신장과 조각 같은 몸매,매력적인 보이스, 뛰어난 춤실력, 호감형의 인상을 겸비한 비는 1집 후속곡 <안녕이란 말 대신>을 크게 히트시키며 단숨에 인기가수로 등극했다. 그리고 2003년 2집 <태양을 피하는 방법>, 2004년 3집 < It's Raining >을 통해 가요계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비슷한 시기 배우 활동을 병행한 비는 <상두야 학교가자>,<풀하우스> 등을 히트시키며 배우로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2006년 4집 < I'm Coming >까지 박진영이라는 검증된 프로듀서가 만들어주는 노래를 불렀던 비는 2008년 독립을 선언했다. 흔히 유명 프로듀서 밑에서 활동을 하던 가수들은 독립 후 곡의 퀄리티가 떨어지면서 인기가 예년만 못한 경우가 많지만 비는 예외였다. 비는 독립 후 발표한 첫 번째 앨범이었던 < Rainism >이 강한 퍼포먼스와 중독성 있는 도입부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2008년 워쇼스키 자매의 <스피드 레이서>에 출연했던 비는 이듬해 할리우드 영화 <닌자어쌔신>에 단독 주연으로 출연하며 '월드스타'라는 별명을 얻었다. 데뷔 후 첫 발라드 타이틀곡이었던 6집 <널 붙잡을 노래> 역시 일명 '꿀렁춤'이라 불리던 복근웨이브 안무와 비의 애절한 보컬이 더해지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11년 군에 입대한 비는 2013년 남자들에게 '공공의 적'이 됐다. 2000년대 '여신' 김태희와의 열애설 때문이었다.

비는 대한민국 미혼 남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김태희의 남자친구가 되면서 남성들의 공분을 샀고 공교롭게도 전역 후 발표한 < La Song >,< 30SEXY > 등이 과거와 같은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2017년 김태희와의 결혼을 강행(?)했고 현재 슬하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그리고 현재 비는 2017년에 발표했던 미니앨범 <깡>을 통해 다시 한 번 전성기 못지 않은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1일1깡' 댓글 읽으며 직접 리액션 해주는 비의 여유
 
 비는 자신의 노래가 시간이 흐른 뒤 희화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오히려 유쾌하게 받아 들였다.

비는 자신의 노래가 시간이 흐른 뒤 희화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오히려 유쾌하게 받아 들였다. ⓒ MBC 화면 캡처

 
사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1일1깡'은 받아 들이기에 따라 얼마든지 당사자가 기분 나쁘게 느낄 수도 있다. <깡> 뮤직비디오에 달리는 촌철살인의 댓글들이 대부분 비가 어렵게 연구해 열정적으로 추는 춤들을 희화화하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최고 인기가수로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비는 3년 전에 발표했던 자신의 노래가 2020년에 소환돼 대중들에게 즐거운 놀이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오히려 기쁘게 받아 들였다.

16일 방송된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이 조금은 조심스럽게 '1일1깡'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도 비는 <깡>이 3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갑자기 유행코드가 되고 화제거리가 됐다는 사실을 대단히 서운해했다. 이왕이면 "'아침 먹고 깡, 점심 먹고 깡, 저녁 먹고 깡'으로 하루 3깡 정도는 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1일1깡'을 즐기는 대중들을 향해 "자신의 노래로 더 많이 줄기고 놀아주기를 바란다"는 당부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깡>에 대한 댓글을 직접 읽고 이에 대해 반응하는 시간은 이날 <놀면 뭐하니?>에서 가장 재미 있는 코너(?)였다. 특히 10년 차 팬이 비에게 전하는 상소문 <시무 20조>를 들은 후에는 시청자들과의 타협을 제안했다. 비는 무대를 소화하면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꾸러기 표정'과 무대의 필수요소인 '화려한 조명'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에 '입술 깨물기'와 '소리 질러', '맥섬노이즈' 등은 고뇌 끝에 최대한 자제해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재석과 '1일1깡'에 관련된 재미 있는 이야기를 나눈 비는 연습실로 자리를 옮겨 '깡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댄스 변천사를 보여 줬다. 데뷔곡 <나쁜 남자>부터 최신곡 <깡>까지 비의 히트곡 메들리를 춤과 함께 보여 주는 시간으로 비의 팬들에게는 매우 좋은 선물이 됐을 것이다. 비는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는 중년에 가까운 나이가 됐지만 춤을 출 때는 여전히 누구보다 파워풀했다.

비는 지난 2014년에도 < La Song >의 코러스 부분이 마치 트로트를 연상케 한다는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이에 비는 < La Song > 음악방송에 트로트 가수 태진아를 초대해 함께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비는 이번에도 자신의 노래가 의도와 달리 희화화되고 있음에도 오히려 이를 더 즐겨 달라는 대인배의 풍모를 보여줬다. 이제 시청자들은 비가 이효리,유재석과 함께 모두가 기대하는 여름 혼성그룹으로 뭉쳐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비는 오는 여름 유재석과의 혼성댄스그룹 활동에도 매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비는 오는 여름 유재석과의 혼성댄스그룹 활동에도 매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 MBC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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