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가드 이대성(30·190㎝)이 고양 오리온 유니폼을 입는다. 오리온은 13일 "이대성과 3년간 보수 총액 5억 5천만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이대성의 경기 모습. 2020.5.13

프로농구 전주 KCC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가드 이대성(30·190㎝)이 고양 오리온 유니폼을 입는다. 오리온은 13일 "이대성과 3년간 보수 총액 5억 5천만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이대성의 경기 모습. 2020.5.13 ⓒ 연합뉴스

 
2020시즌 남자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시장이 모처럼 활발한 선수이동을 보이면서 농구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해 FA시장에는 엄청난 특급 선수는 없지만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팀전력에 쏠쏠하게 기여할 수 있는 알짜배기 선수들이 많다는 평가였다.

여기에 KBL은 올해부터 자유계약선수 원 소속구단 우선협상을 폐지하고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그동안 KBL FA시장은 무늬만 자유계약이지, 선수가 영입의향서를 낸 구단으로만 이적이 가능하다거나 구단 제시액에서 10% 이상 차이가 날 경우에는 선택권이 없다는 점에서 기형적인 제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다행히 올해는 선수들에게 운신의 폭이 넓어지면서 FA 시장이 훨씬 더 활성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FA시장에서 최대어로 꼽혔던 장재석과 이대성은 각각 울산 현대모비스와 고양 오리온행을 확정지었는데 모두 예상을 벗어난 이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선수이동이 활성화되면서 농구팬들도 다양한 변수와 이야깃거리가 늘어난 데 긍정적인 반응이다.

장재석과 이대성은 농구계 절친으로도 유명하다. 올시즌 나란히 FA 자격을 얻으며 어쩌면 같은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졌지만 결국 다른 길을 선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장재석을 영입한 모비스는 이대성의 친정팀이고, 오리온은 지난 시즌까지 장재석이 활약했던 구단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두 선수가 마치 팀을 맞바꾼 모양새가 됐다. 모비스와 오리온 모두 다음 시즌 '리빌딩'을 추진하고 있는 팀이라는 점에서 장재석과 이대성이 그 중추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FA시장에서 돋보이는 행보 보이는 모비스

현재까지 이번 FA시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행보를 보고 있는 구단은 역시 모비스다. 지난 시즌 라건아-이대성의 트레이드, 양동근의 은퇴 등으로 새판짜기에 돌입한 모비스는 '왕조의 주역' 유재학 감독과 3년 재계약을 맺은데 이어 이번 FA시장에서는 장재석을 비롯하여 김민구, 이현민, 기승호까지 무려 4명의 선수를 폭풍영입하여 리빌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대성을 영입한 오리온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대성은 '실질적인 이번 FA시장의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정팀 모비스에서의 트레이드, KCC에서의 적응 실패 등으로 다사다난한 시즌을 보냈던 이대성은 FA자격을 얻어서도 예측불허의 반전 행보를 이어갔다. 이대성은 KT- LG 등과도 협상을 진행했으나 최종적인 선택은 오리온이었다.

오리온이 견실한 빅맨이던 장재석과 베테랑 가드 이현민을 한꺼번에 잃은 건 아쉽다. 하지만 이승현, 허일영, 최진수 등 여전히 높이와 득점력을 갖춘 장신 포워드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오히려 1-2번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이대성을 영입해 가드진을 보강한 것이 전화위복이라 할 만하다.

이대성으로서는 드디어 자신이 원하는대로 볼을 오래 소유하며 공격을 주도하고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는 팀을 만나게 됐다. 기복과 내구성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고 홀로서기에 성공하는 것은 이대성이 증명해야 할 과제다. 또한 최근 9년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코트의 어록제조기' 강을준 감독의 지도력-이대성과의 예측불허 케미 역시 다음 시즌을 앞두고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성원 감독이 새롭게 부입한 창원 LG는 '캡틴' 강병현과 재계약한데 이어 외부에서는 모비스에서 뛰었던 가드 박경상과 KCC 출신의 최승욱을 각각 영입했다. 2-3번 자원의 깊이가 부족하던 LG에 벤치 멤버로 기여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조성원 감독은 부임과 함께 '공격농구'의 부활을 선언했다. 그런 의미에서 전형적 공격성 가드인 박경상은 물론 포워드 최승욱을 영입한 것은 빠른 공수전환을 통한 역동적 팀컬러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른 팀들은 주로 기존 전력들을 지키는데 주력했다. 지난 시즌 SK와 공동 1위를 차지한 DB는 비록 김민구가 모비스로 이적했지만, 프랜차이즈 스타 윤호영을 비롯하여 김태술-김현호와도 각각 재계약을 체결했다. 구단의 재건을 이끈 이상범 감독과도 4년 재계약을 체결하며 기존의 김종규-두경민과 함께 다시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만한 전력을 구축했다. 외부 영입 선수는 서울 삼성에서 벤치멤버였던 배강률 정도다. 전태풍이 은퇴한 SK도 김건우와 송창무를 잔류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상민 감독과 2년 재계약을 맺은 서울 삼성은 이관희-장민국-김동욱과 모두 재계약했다. 특히 국내 선수 에이스로 활약했던 이관희를 한창 나이의 FA 임에도 계약기간 1년 보수총액 3억5천이라는 의외의 조건으로 계약한 것이 눈에 띈다. 다만 노쇠화가 뚜렷한 귀화혼혈선수 출신 베테랑 포워드 문태영과는 재계약을 포기했다.

안양 KGC는 가드 박형철의 재계약에 이어 포워드진에는 전자랜드에서 활약했던 함준후를 영입하며 FA시장을 마무리했다. 함준후는 입단 당시에는 2011~2012시즌 1라운드 4순위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잦은 부상과 전자랜드의 두터운 포워드 포지션 경쟁에서 밀려 식스맨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전자랜드는 내부 자원인 민성주-홍경기와 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FA시장에서 아쉬움만 건진 구단으로는 부산 KT와 전주 KCC를 꼽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모두 '이대성 때문에' 웃다 울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KT는 당초 FA 최대어로 꼽혔던 이대성의 영입에 가장 근접해보였으나 세부 협상에서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계약이 불발됐다. MVP급 선수로 성장한 허훈이 있는 만큼 이대성이 KT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었는지 평가가 엇갈리지만 전력보강에서 기대한 소득을 올리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이대성 영입에 집중하느라 가려졌지만 상무 입대로 자리를 비우게 된 최성모와 한희원의 공백도 메워야 한다.

KCC는 지난 시즌 대형 트레이드로 라건아와 이대성을 동시에 영입하면서 우승후보로 급부상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대성이 생각보다 KCC 농구시스템에 녹아들지 못했고 라건아마저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KCC의 야심찬 슈퍼팀 프로젝트는 허무한 실패로 끝났다. 우려한 대로 FA자격을 얻은 이대성은 미련없이 오리온으로 떠났다. 이미 트레이드의 대가로 김국찬, 박지훈, 김세창 등 국내 유망주들을 내주는 출혈까지 감수해야 했던 KCC로서는 결국 우승도 하지 못하고 이중의 손해만 본 셈이다.

지난 시즌 이대성을 트레이드시키며 본격적인 리빌딩의 기틀을 다진 모비스에서부터, KCC- KT에 이어 오리온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여러 팀이 이대성 한명 때문에 웃고 울었다. 이대성이 다음 시즌에는 화제성 못지않게 실력으로도 주인공다운 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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