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의 신곡 '에잇(eight)'

아이유의 신곡 '에잇(eight)' ⓒ EDAM엔터테인먼트

 
만약 한국 대중음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지금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가수가 누구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아이유의 이름을 댈 것이다. 아이유는 10여 년이 넘는 시간에 걸쳐 음악성과 상업성에 있어 큰 성취를 거뒀다. 지드래곤과 서태지, 김창완 등의 아이콘과 두루 작업할 수 있을 만큼 장르적 스펙트럼도 넓다.

아이유는 음악 속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자신을 보여주었다. '스물셋'에서는 혼란스러운 자신의 모습 그 자체를 , <팔레트>에서는 자신의 오늘을 여유롭게 긍정했으며, 세상의 모든 이름을 응원했다. 인간 이지은의 내밀한 자아를 음악에 싣는 과정이 있었기에, 아이유는 단순한 '인기 가수'에 머물지 않고 동시대의 젊은 전설이 될 수 있었다. 한 시상식에서 그가 남긴 수상 소감처럼, '음원으로서의 가치보다 음악으로서의 가치를 보여주는 아티스트'에 가깝다.
 
지난 5월 6일, 아이유의 신곡 '에잇(eight)'이 발매된 이후 꾸준히 음원 차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에잇'은 93년생 동갑내기인 방탄소년단(BTS)의 슈가와 함께 완성한 작품이다. 슈가는 이번 신곡에서 프로듀싱과 랩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발매 11시간 만에 유튜브 조회 수천만 뷰를 기록한 것은 당연한 성과였다.

"너는 행복하니?" 아이유가 묻는다

슈가가 다른 여성 가수와 작업했을 때처럼 알앤비에 기반한 노래가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신곡에서는 밴드 사운드가 강조된다. 전작 < Love Poem >이 그랬듯, 팝 록의 경향을 이어가고 있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어쿠스틱 기타, 빠른 템포의 드럼, 그리고 요즘 영미권 록 밴드들이 많이 보여주는 경향인 신스 사운드가 어우러지면서 청량감이 만들어졌다. 프로듀서 슈가의 짧은 랩도 곡에 리듬감을 배가한다. 그러나 경쾌한 형식에 비해, 노래 속 이야기는 가볍지만은 않다. 첫 소절부터 심상치 않다. 아이유는 '지금 너는 행복하냐(So are you happy now? Finally happy now are you?)'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난해 'Love Poem'을 발표했을 때 아이유가 직접 쓴 곡 소개는 음악팬들 사이에서 많은 화제거리가 되었다. 이번에도 아이유는 곡 소개에서 자신의 감상을 간결하게 정리했다. '에잇'은 '스물셋', '팔레트' 등 나이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다. 아이유는 자신의 스물여덟을 반복되는 무력감, 무기력함, 그리고 '슬프지 않고 자유로웠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 등으로 규정했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아이유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과거의 기억은 그의 발목을 잡고 무기력을 재생산한다.
 
"지나듯 날 위로하던 누구의 말대로 /고작 한 뼘짜리 추억을 잊는 게 참 쉽지 않아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날 붙드는 그곳에"
 
'작별은 마치 재난문자 같지 / 그리움과 같이 맞이하는 아침 /

 
영화 <인셉션>과 <이터널 선샤인>의 영감을 받은 듯한 뮤직비디오는 이 노래의 메시지를 더욱 명확하게 한다. 아이유의 모습과 2D, 3D 이미지가 뒤섞인 이 비디오에서, 아이유는 기억을 살리는 기계에 눕는다. <이터널 선샤인>에서 짐 캐리가 기억을 잊고자 애썼다면, 아이유는 그 반대였다. 그는 과거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아파하지만 끝내 미소를 짓고자 한다. 

앨범 재킷 이미지에서 숫자 '8'은 옆으로 눕혀져 있다. 8을 옆으로 눕히면 '무한대'가 된다. 이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상실은 경험한 아이유는 '영겁의 슬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렌지 태양'으로 상징되는 '영겁의 기억'을 버팀목으로 삼아 걸어 나가고자 한 것 아닐까.
 
지나치게 터무니없는 해석이 아닌 이상, 예술에 대한 소비자의 해석은 자유라고 믿는다. 누군가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최근 세상을 떠났던 여성 연예인들을 떠올린다. 또 누군가는 자신에게 쉽게 돌아오지 않는 행복한 날들을 떠올린다. '코로나 블루' 이전의 세상을 떠올려도 좋다.

아이유가 기록한 자신의 스물여덟은, 다른 스물여덟을 살고 있는 나에게도 위로로 다가온다. '에잇'은 지금까지 아이유가 부른 노래들이 그랬듯, 수많은 이들의 서로 다른 밤을 어루만지고 있다. 다행히, 이 노래는 결코 우울한 이야기로 귀결되지 않으니까.
 
"우울한 결말 따위는 없어/ 난 영원히 널 이 기억에서 만나 Forever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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