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길을 묻다- 1부 실업 팬데믹>

<대한민국 길을 묻다- 1부 실업 팬데믹> ⓒ KBS


 
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지 2개월여가 지났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우리의 삶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KBS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 모색하는 특별기획 <대한민국 길을 묻다> 4부작을 마련해 시청자들 앞에 내놓았다. 지난 11일 방송된 1부에는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가 나서 '실업 팬데믹'에 대해 이야기했고, 12일엔 김연희 BCG 아시아태평양 유통부문 대표가 코로나19로 변화된 소비 심리가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진단했다.

이어 13일에는 기모란 국립 암센터 예방 의학과 교수가 코로나19가 지금까지 발생한 다른 바이러스와 어떤 차별성을 갖고 있는지, 2차 유행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끝으로 14일에는 이화여대 에코 과학부 최재천 석좌 교수가 나선다. 최 교수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통해 바이러스를 근본적으로 퇴치하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경제 위기 코로나로 증폭되다 

그 중 첫 시간을 연 성태윤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미 경제 상황이 심각했다고 진단했다. 그 예로 지난 2년간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 총생산)와 GNI(Gross National Income 국민총소득)가 연속적으로 감소해왔다고 그 근거를 내놓는다. 이 두 수치가 2년에 걸쳐 감소한 경우는 1997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금융 위기 때밖에 없기에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왜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위기 상황에 놓여 있었을까? 그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주 52시간제도다. 미국의 경우 주 40시간 이상을 근무할 경우 임금을 1.5배 늘린다던가, 의사 등 특수 직종은 제도에서 제외시키는 등 탄력성과 유연성을 가지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독일 맥주 회사는 근로 시간 계좌 제도를 통해 수요가 많은 여름에 초과 근무를 해 근로 시간을 저축해 놓고, 일감이 없는 겨울에는 줄이는 등 역시나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 52시간을 일괄 법적으로 강제했다. 그렇다 보니 수당 등으로 일부 임금을 보전해왔던 노동자들은 임금이 감소했다. 주 52시간만 근무해도 충분한 월급을 받는 괜찮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을 제외하곤 많은 노동자들이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노동자뿐 아니라 기업의 상황도 심각하다. 적은 노동 시간으로도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산업 시스템이 사회에 재배치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52시간 제도를 맞이하다보니, 노동 비용은 증가하고 생산성 증가는 이루지 못하는 등 적응력 자체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는 고스란히 각종 경제 지표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외부 요인이 겹쳐 '존망지추(存亡之秋, 존속이냐 멸망이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는 상황) 국면에 놓이게 됐다고 성 교수는 안타까워했다.
특히 그 직격탄을 맞은 건 청년 계층이다. 기업의 3/4이 예정된 채용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하다 보니 취업을 준비해왔던 청년들은 망연자실하게 되었다. 취업만이 아니다.

자영업이 어려워지다 보니 아르바이트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청년층의 상황이 심각한 건 맞지만, 심각한 상황을 맞이한 건 비단 청년층만이 아니다. 지난해에 비해 감소한 취업자 수만 19만 5000명이다. 6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감소 추세를 보였는데, 이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치다.

지금까지 15만 6000명이 실업 급여를 신청한 상황이고 호텔, 항공, 대기업 등 직종과 나이 상관없이 실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실제 무급 휴직 등 일을 하지 않고 있는 직장인은 160만 7000여 명으로, 작년 대비 4배나 증가한 상태다. 

그렇다면 이런 대규모 일자리 위기는 코로나19가 사라지면 해소될까? 성태윤 교수는 장밋빛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길고 험난한 과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과 독일의 서로 다른 해법 
 
 <대한민국 길을 묻다- 1부 실업 팬데믹>

<대한민국 길을 묻다- 1부 실업 팬데믹> ⓒ KBS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킬 방법이 있을까? 이에 성 교수는 "임금을 유지하며 일자리를 지키는 건 '지니의 요술 램프'가 없는 한 불가능하다"며 "결국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힌다. 그리고 두 가지 해외 사례를 제시한다.

성 교수가 첫 번째 사례로 언급한 건 미국 GM이다. 미국은 기업이 어려울 때 즉시 해고할 수 있는 '외적 조정' 제도를 택하고 있다. 한때 미국 최고의 노동자 보유 기업으로 자국 산업을 선도하던 GM은 2009년 파산을 신청했다. 생산 공장을 폐쇄하고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진행하는 한편, 노동자의 고임금을 해결하기 위해 다수의 노동자를 해고했. 그 결과 GM은 39일 만에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GM이 한 대규모 해고가 미국 사회에 가져온 여파는 컸다. 개별 기업으로서는 파산을 벗어나는 즉각적이고 실효성 높은 해결책이었지만, 기업에서 쫓겨난 노동자들로 인해 전사회적 경기 불황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즉, 기업은 다시 일어났지만, 회사에서 해고되어 구매력을 상실한 노동자로 인해 사회적 부담은 외려 커진 것이다. 

그 반대 사례가 독일 폭스바겐이다. 독일 중북부의 도시 볼프스부르크의 폭스바겐은 통일 후유증 등으로 이익률이 급감하자 노조와 합의 하에 임금을 삭감한 생산라인 '아우토 5000'을 새로 만든다. 여기서 만든 차가 가격과 품질면에서 호평을 받으며 2005년 이래 가장 많이 팔린 차가 되었고, 이런 생산 공정 변화로 발생한 수익을 통해 폭스바겐은 위기를 극복했다.

폭스바겐의 일화는 노동자의 일자리를 지키며 위기를 극복한 사례다. 해고 등 인원ㅇㄹ 조정하는 대신 임금을 낮춰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내적 조정'의 방식인데, 우리나라도 최근 이런 폭스바겐의 사례를 '광주형 일자리'의 형태로 도입하여 노동 비용 증가와 수출 감소의 난제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미국과 달리 '내적 조정'은 사회적 여파를 줄인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독일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았듯 말이다. 성태윤 교수는 이런 '내적 조정'은 기업만이 아니라 노동자와 사회의 부담을 줄이는 사례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성 교수는 우리나라의 광주형 일자리가 취지와 달리 사회적 성과에 있어 여러 난제를 풀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개별 기업이 경기 변화에 따라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의 '조정' 방식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달라질 기업 환경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시적 부진을 겪는 항공이나 교통 부문은 정상화될 것이지만 이미 '언택트(Untact) 사회'로 가고 있는 산업 부문 변화의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과 중소 상공인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지만, 화상 회의 서비스 기업이나 새벽 배송, 코로나 진단 키트 생산 기업 등이 사상 초유의 흑자를 기록하는 등 새로운 기업과 새로운 일자리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 집중해야 새 일자리를 보다 많이 창출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성 교수는 이런 새로운 기업의 등장을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규제 환경의 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변한다. 20세기 미국이 우편 독점권을 해제한 뒤 다양한 우편 배송 업체가 등장할 수 있었듯이 말이다.

결국 코로나19는 '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에 봉착했던 우리 산업의 생태계를 더욱 급격한 새로운 변화 물결 속으로 떠밀었다. 과연 우리는 이 시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성태윤 교수는 "선택지는 열려있지만 그 선택에 따라 사회와 기업이 맞이할 미래는 달라질 것"이라 예언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