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롯데 경기에서 승리한 롯데 선수들이 팔뚝 하이파이브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10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롯데 경기에서 승리한 롯데 선수들이 팔뚝 하이파이브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는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인기 구단 중 하나다. 롯데의 연고지인 부산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야구 열기를 자랑하며 '구도', 야구의 도시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다. 하지만 뜨거운 인기에 비하여 성적과 위상은 비례하지 못했다. 롯데는 1992년 마지막 우승을 끝으로 KBO리그 역사상 가장 오래, 27년간이나 정상과 인연을 맺지못했다. 지난 2019 시즌에는 또다시 최하위로 추락하며 체면을 구겼다.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각종 패러디와 풍자의 타깃이 되며 놀림감으로 전락하지 오래됐다.

이랬던 롯데가 2020시즌, 개막과 함께 확 달라졌다. 롯데는 지난 5일 막을 올린 프로야구에서 kt와 SK를 상대로 파죽의 5연승을 내달렸다. 2013시즌(2013년 3월 30일 한화~4월 4일 NC전) 이후 무려 7년 만의 개막 5연승이자, 단독 선두는 무려 2227일 만이다. 개막 이후 아직까지 패배가 없는 팀은 이제 롯데가 유일하다. 지난해 상대전적에서 3승 13패로 일방적 열세를 보였던 SK에 첫 대결부터 위닝시리즈를 달성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꼴찌를 기록했던 지난 시즌과 같은 팀이 맞자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롯데는 공수에서 걸쳐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은 4.83으로 꼴찌에 그쳤던 마운드는 올시즌 개막 5경기에서 현재 3.13으로 1위에 올랐다. 팀타율은 .295로 3위지만 홈런은 9개로 NC와 공동 1위다. 지난해 실책과 폭두에서 모두 불명예 1위에 올랐던 롯데지만 올해는 5경기에서 실책이 단 2개밖에 나오지 않았다.

상승세의 선봉장은 외국인 선수들이다. 에이스 스트레일리가 2경기에 나와 1승 무패 평균자책점 1.42(12.2이닝 2실점)로 호투했다. 그동안 공격보다는 수비형 선수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타자 마차도는 타율 .389 3홈런(1위) 8타점(1우)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민병헌-전준우-손아섭-이대호-안치홍-정훈-정보근으로 어이즈는 국내 타선의 타격 짜임새도 좋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뒷심이 몰라보게 강해졌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18승(10위)- 35패(2위)로 역전패가 역전승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을 정도로 한번 흐름을 빼앗기면 별다른 반전 없이 맥빠지게 경기를 내주던 모습과 달라진 부분이다. 개막 5연승 기간 중 3경기가 상대에게 리드를 빼앗긴 상황에서 승부를 뒤집은 역전승이었다.

특히 경기 후반에 몰아치기로 대량득점을 뽑아낸 집중력이 빛났다. 5일과 7일 수원 kt와의 개막시리즈에서서 마차도와 손아섭이 각각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렸고, 8일 사직 SK전 역시 4-8이던 7회 3점을 얻어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득점이 터진 이닝이 모두 7회였다. 역전승은 아니었지만 10일 SK전에서도 0-0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7회 마차도의 2점 홈런 등으로 4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잡는 등 올시즌 롯데에게는 '약속의 7회'가 필승 공식이 되어가고 있다.

비록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리그 일정이 무관중 경기로 진행 중인 탓에 당장 현장에서 기쁨을 함께 나누지는 못했지만 구도 부산은 모처럼만에 돌아온 롯데 야구의 부활에 들뜬 분위기다. TV와 온라인으로 롯데의 승전보를 확인한 팬들은 2000년대 후반 롯데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의 추억과 비교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반응이다.

롯데의 올시즌 상승세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두 사람의 '초보 리더'들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이다. 롯데는 지난 시즌 최하위를 기록한 이후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선언하며 프런트와 현장 코칭스태프들을 대거 물갈이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의 성 단장과, 키움 수석코치 출신 허문회 감독 영입은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두 사람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각각 단장과 감독은 처음인 초보라는 점에서 의문의 시선도 있었다. 롯데 구단이 그동안 여러 차례 변화를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달라진게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팬들의 불신이 누적된 부분도 컸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성민규 단장이 예고한 팀의 체질 변화나 전력보강, 선수들의 활약상은 모두 하나둘씩 맞아떨어지고 있다. 자율성과 소통을 중시하는 허문회 감독의 리더십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시즌 야구를 소재로 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인기 몰이는 덩달아 롯데 야구도 주목받는 전환점이 됐다. <스토브리그>는 배우 남궁민이 맡았던 백승수 단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위기에 빠진 프로야구단을 맡아 재건하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로 야구 팬들에게도 많은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는 특정 구단이나 인물을 롤모델로 했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낡은 관행과 매너리즘에 찌들어 있던 조직에 어느날 혜성처럼 등장하여 '시스템을 바로세우겠다'고 선언하는 젊은 단장의 냉철하고 자신만만한 모습에서 야구팬들은 자연스럽게 '프로세스(과정)'을 이야기 하던 성민규 단장과 '비효율 구단의 대명사'로 통하던 롯데의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파격적인 감독 선임에서 FA 시장의 전력보강, 그리고 시즌 초반의 돌풍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변해가는 롯데의 모습을 보며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롯데를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현실판'으로 받아들이며 더욱 감정이 이입될 수밖에 없다.

물론 시즌은 이제 막 개막했고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전통적으로 봄에 강했다가 시즌 후반기로 갈수록 역주행하며서 '봄데'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던 롯데인 만큼 아직 설레발은 이르다. 하지만 롯데가 올시즌 기대할 만한 팀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롯데의 성적이 곧 리그 전체의 흥행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롯데 야구의 시즌 초반 선전은 프로야구에 또다른 반가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롯데는 앞으로 과연 현실에서 드라마 스토브리그 이상을 뛰어넘는 감동을 팬들에게 계속 선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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