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가족>의 한 장면

<가장 보통의 가족>의 한 장면 ⓒ JTBC

 
'보통'이란 '일반적으로 흔하게(부사)', '특별하거나 드물지 않고 평범한 것(명사)'이라는 뜻이다. 빈도를 의미할 때 '보통'은 어려운 말이 아니다. '보통 몇 시에 저녁을 먹어'처럼 말이다. 이해하기도 대답하기도 수월하다. 그런데 '평범하다'는 뜻으로 사용되면 꽤나 난감해진다. '보통의 식사'는 그 개념 정리부터 다시 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대관절 이 세상에 평범한 것, 그러니까 보통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JTBC 예능 <가장 보통의 가족>은 연예인 가족의 일상을 들여다 보고, 그 안에서 '보통의 가정'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심리'들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다. 좋은 취지 같다. 그런데 왠지 제목에서 거리감이 느껴진다. 뭔가 손에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다고 할까. '도대체 보통의 가족이 뭔데?'라고 묻고 싶어진다. 게다가 그 '보통의 가족'이라는 개념을 '연예인 가족'을 통해 제시하니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다. 

따지고 보면 <가장 보통의 가족>은 예능으로서 성공할 수 있는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먼저, 연예인(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한 관찰 예능이다. 타율이 상당히 높은 포맷이다. SBS <미운 우리 새끼>, MBC <나 혼자 산다>,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을 떠올려보라. 이런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의 관음증적 욕구를 자극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긴 하지만, 어찌됐든 영리한 스토리텔링으로 지속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가장 보통의 가족>의 한 장면

<가장 보통의 가족>의 한 장면 ⓒ JTBC

 
또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가 나와서 '솔루션'을 제시한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백종원과 강형욱을 내세운 두 프로그램은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가장 보통의 가족>은 아동 심리 전문가 오은영 박사를 내세웠다. 그가 누구인가.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서 명쾌한 육아 조언으로 시청자들을 감탄시켰던 장본인 아닌가.

오은영 박사는 첫회부터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신혼 8개월차인 서유리-최병길 부부의 일상에서 서로의 '불안'을 감지한 그는 적절한 개입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해결책도 함께 제시했다. 어릴 때부터 불안정한 나날을 견뎌왔던 서유리는 '성인 분리 불안'을 겪고 있었는데 이를 남편을 통해 풀고 있었다. 오은영 박사는 서유리에게 결국 불안의 원인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것이라며 그 이유를 찾고 이겨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담동 며느리'로 알려진 최정윤은 독박육아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끊임없는 육아로 녹초가 됐다. 그 전쟁의 와중에 남편은 부재했다. 최정윤은 육아 퇴근 후에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는데, 오은영 박사는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짠하다며 최정윤의 감정을 위로했다. 한편, 오은영 박사는 최정윤의 딸 지우가 볶음밥을 싫어하는 이유라든지 TV를 보게 해달라고 조를 때의 대처법 등 육아 꿀팁을 전수하기도 했다. 
 
 <가장 보통의 가족>의 한 장면

<가장 보통의 가족>의 한 장면 ⓒ JTBC

 
2회에서는 과거 '슈가'로 활동했던 아유미가 출연해 엄마와의 동거로 갈등을 겪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유미가 15살 때 가수 데뷔를 위해 한국으로 건너온 이후 22년 만에 함께 살게 된 모녀는 사소한 부분에서 충돌을 빚었다. 특히 '술'을 두고 두 사람은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오은영 박사는 두 사람의 관점의 차이를 차분히 설명하는 한편, 각자의 대화 방식을 지적하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나갔다.

사춘기에 접어든 첫째 민우의 문제로 고민하는 강성진-이현영 가족의 사연이 공개된 3회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겨졌다. 사춘기에 접어든 민우는 개인 공간이 절실했는데, 가족들이 수시로 자신의 방에 드나들자 스트레스를 받았다. 민우는 그 부정적인 감정을 가족들을 향해 공을 튀기는 공격적인 행동으로 표현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오은영 박사는 영상을 끊어가며 답을 제시했다.

이처럼 '관찰 예능'과 '솔루션'이 결합된, 그래서 제법 기대를 하게 만들었던 <가장 보통의 가족>의 시청률은 어땠을까? 야속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객관적인 성적표를 언급하지 않을 순 없다. 1회 2.24%(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존)였던 시청률은 2회에서 1.613%로 하락했고, 3회에선 1.787%로 소폭 상승했다. 반등세를 보였다고는 하나 1%대의 시청률은 제작진 입장에서 결코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씁쓸한 결과는 무엇 때문일까? 
 
 <가장 보통의 가족>의 한 장면

<가장 보통의 가족>의 한 장면 ⓒ JTBC

 
역시 '보통의 가족'이라는 제목과 다른 섭외와 내용들이 주는 괴리감 때문 아니었을까. 1회 서유리-최병길 부부의 영상에서 등장한 2000만 원짜리 커피 머신, 수백만 원이나 하는 식기 세트, 아침 한끼에 39만 원의 식비를 지출하는 '허세'들은 사실 '보통'이라고 부르기 어려웠다.

물론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드러나지 않은 내부의 모습은 다를 수 있다.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듯 보이는 연예인도 남모를 고충이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런 이야기를 다루려면 좀더 신중하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우리는 두 가지를 생각해 봐야 해요. 첫 번째는 이 시대에 미디어(컴퓨터, 태블릿 PC)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 두 번째는 태블릿 PC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이 요구하지 않아도 바로 들어줘야 하는 문제가 있고, 어떤 것들은 아이가 요구할 때까지 기다려줘야 하는 것들이 있거든요. 이 두 가지는 다른 이슈예요."
 
 <가장 보통의 가족>의 한 장면

<가장 보통의 가족>의 한 장면 ⓒ JTBC


오은영 박사의 상담은 들을 가치가 충분했다. 그는 예리한 관찰력으로 가족 내부의 문제들을 콕콕 찝어냈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게다가 똑부러지는 목소리는 귀에 쏙쏙 들어오기까지 했다. 저절로 공부가 되는 기분이었다. 아이가 TV를 보여달라고 칭얼대는 상황에서의 대처법이나, 육아 과정에서 태블릿 PC 활용법,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와의 대화 방법 등은 누구나 궁금했던 내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활용이 아쉬웠다. 좋은 재료들을 제대로 버무리지 못한 느낌이라고 할까. 솔루션의 피드백이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무엇보다 1회의 과한 설정은 시청자 이탈로 이어졌다. 입소문을 통해 탄력을 받아야 할 시점에 고꾸라지고 말았으니 프로그램에 있어선 치명적이었다. MC들(장성규, 하하, 한고은)의 역할도 다소 어정쩡했다. 차라리 다른 솔루션 프로그램처럼 오은영 박사의 역할을 보다 극대화했다면 어땠을까. 

긍정적인 프로그램의 취지와 지향점에도 <가장 보통의 가족>은 '보통의 가족'이 무엇인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욕심만 앞섰을 뿐 섬세함은 떨어졌다. 그래서 스스로를 진짜 '보통'이라 여겼을 다수의 가족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말았다. 부디 반전의 기회가 있길 바랄 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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