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용 국민대 특임 교수

정관용 국민대 특임 교수 ⓒ 이영광

 
5월 10일은 CBS 라디오에서 저녁 퇴근길 시사 프로그램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아래 '시사자키')를 진행하는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바로 프로그램은 맡은 지 꼬박 10년째 되는 날이었기 때문. 

1989년 시사 평론을 시작한 정 교수는 그동안 사람 냄새 나는 진행으로 시청자와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강제 하차했고 한동안 방송에서 그를 볼 수 없었다. 

그가 다시 방송 진행을 맡게된 건 2010년 5월 10일이었다. <시사자키>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13번째 진행자로 정 교수를 발탁했다. 진행 10년째를 맞은 소회가 궁금해 지난 7일 CBS 사옥에서 정 교수를 만났다. 다음은 정 교수와의 일문일답.

-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를 진행한 지 10년이 되어가는데요. 10년에 대한 소회가 궁금합니다.
"저세상으로 간 가수 김광석씨가 예전에 소극장공연 1000회나 1500회 됐을 때 인터뷰한 걸 보면 '그저 매일매일 기타를 쳤더니 1000회가 되대요'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또 바둑으로 유명한 조훈현 국수가 대국을 1000회 이상했을 때 한 인터뷰를 보니까 '매일매일 바둑을 두었더니 1000회가 되더라고요'라고 했고요. 그 인터뷰를 보면서는 '왜 멋 없게 이야기하나' 싶었는데, 막상 저도 이 프로그램 진행한 지 10년 된다고 하니까, 사실 똑같은 마음이에요. 그냥 매일매일 방송했을 뿐이에요. 그랬더니 10년 되었다는 느낌이 첫 번째고요.

아시다시피 제가 여러 방송국에서 다양한 방송들을 해왔지만 맨 처음 제가 방송을 한 곳이 바로 CBS예요. 1988년부터 CBS에서 방송을 시작했는데, <시사자키>가 1990년에 시작했거든요. 제가 첫 회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정치시평 하는 걸 담당했었어요. 그 프로를 제가 진행을 맡아 10년 했다니까 좀 뿌듯한 느낌도 함께 들어요."

- 앞서 말씀하셨지만, 여러 방송사에서 프로그램 진행하셨잖아요? 근데 10년 동안 한 것은 처음인가요?
"제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10년 된 건 이게 처음이고요. 또 <시사자키> 또한 제 앞에 많은 진행자가 있었는데 10년 진행한 사람은 제가 처음이에요."

- 2010년 <시사자키> 맡으실 때가 이명박 정부에서 방송 하차하신 지 조금 되었을 때잖아요. 제의를 받았을 때 어땠나요?
"아시다시피 제가 KBS에서 TV <생방송 심야토론>, KBS라디오 <열린토론> 두 프로를 6년간 진행하고 있었는데 하루 아침에 동시에 잘렸죠. 그리고 한 1년 반 정도 방송 활동을 안 하고 쉰 거예요. 그 사이에 제가 책도 한두 건 쓰고 방송 때문에 못 갔던 강연도 갔죠. 그러던 차에 <시사자키> 팀에서 저에게 제안을 했어요. 제가 앞서 10년 소회를 이야기할 때 말한 것처럼 저로서는 방송 활동의 첫 출발이 CBS였고 <시사자키>였기 때문에, 어찌 보면 '아 올 것이 왔구나 마땅히 내가 진행해야지'라는 생각을 했죠."

- 첫 방송 날 기억나세요?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나네요(웃음). 제가 라디오 방송 진행을 한 번도 안 하다가 <시사자키>가 첫 진행이었다면 기억에 많이 남았을지도 모르겠는데 여러 방송사에서 여러 방송 진행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솔직히 첫날 방송이 잘 기억 안 나요."

- 찾아보니 첫 인터뷰가 고 노회찬 의원이었던데요. 
"제가 <시사자키> 팀으로부터 진행자 제안을 받았을 때 아이디어 식으로 '난 이런 식으로 좀 해보고 싶다'며 말한 내용이 있는데요. 보통 시사매거진 같은 프로그램은 대체로 전화 인터뷰를 하면 한 7~8분이고 초대를 해도 길어야 한 15~20분을 해요. 그런데 <시사자키>는 저녁 시간대이니까 사람을 불러서 1시간 정도 길게 이야기도 하고 그렇게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그렇게 길게 인터뷰하는 손님으로 노회찬 의원이 나왔던 것 같아요.

제가 지금 대답하다 떠오르는 게 있는데요. 다른 시사 프로그램이 정치적 현안에 대해 입장 듣는 인터뷰였다면, 저는 노회찬 의원에게 '행복하냐'고 묻기도 하고 정치 시작하게 된 계기 등등 사람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아요."

- 지난 10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어요.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사건을 하나하나 다 따라가야 할 것 같은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요?
"많은 기억이 떠오르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촛불집회 때예요. 최순실 국정농단 일이 터지고 우리도 그 국정농단을 밝히는 추적보도 많이 했죠. 매주 시민들이 거리에 운집하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시사자키>는 과감하게 청취자 전화를 받는 코너를 여러 번 했어요. 청취자 전화를 받는 포맷으로 국민이 뭘 바라는지 생생하게 전달했던 기억이 나요.

사실 초반부에 '대통령 하야 하라', 나중에는 '대통령 탄핵하라,' 이런 목소리가 정치권보다 더 먼저 저희 방송을 통해서 나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시민들의 외침대로 시대가 흘러갔다는 점에서 저희 <시사자키>가 하나의 창구가 되어서 시민들의 외침을 담아냈고 그게 시대를 변화시킨 힘이 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요."
 
 정관용 국민대 특임 교수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관용 국민대 특임 교수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영광

 
- 정관용 교수님 하면 떠오르는 게, <시사자키> 진행 중은 아니지만 세월호 때 방송하시면서 눈물 흘리신 거예요.
"그때가 사고 6일째였고 방송 진행을 앞두고 있는데 PD들이 카메라로 촬영해서 구성한 자료화면 이렇게 쭉 앞에 나갔어요. 자료화면에 아이를 잃고 슬픔에 빠진 부모님들의 모습이 나왔어요. 마지막 대목 즈음에 어떤 한 부모님이 자기 아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빨리 올라와라, 빨리 나와라'라고 했어요. 근데 그게 끝이 아니라 '친구들 손 다 잡고 빨리 나와라'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있으려니 너무 울컥하더라고요. 그래서 눈물을 보였죠."

- 방송 진행자가 감정 드러내는 것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방금 얘기했지만, 원칙적으로 그래서는 안 되죠. 슬퍼서 방송에서 운다거나 반대로 화가 났다고 방송에서 막 화를 내고, 이건 옳지 않죠. 최대한 자체하고 정제해야죠."

- 인터뷰 많이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인터뷰도 있을 것 같아요.
"너무나 많죠(웃음).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일주일 전에 저희 <시사자키>와 인터뷰를 했어요. 그게 대통령 선거 직전 마지막 인터뷰였을 거예요. 그 인터뷰는 문재인 당시 후보의 일정상 생방송이 아니라 사전 녹음으로 진행했는데요. 제가 인터뷰 녹음 진행하기 직전에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미리 내가 이런 질문을 하나 하겠다'라고 알려준 것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바로 다음날 야당 당사를 방문할 수 있겠느냐'였어요. 그랬더니 '방문하겠다'고 대답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당시 문재인 후보를 수행했던 의원 중 한 분이 '후보님 그렇게 바로 답변을 해 버리시면 조금 부담이 될 수도 있으니 안 하시는 게 좋겠다'라고 말리더라고요. 근데 문재인 당시 후보가 '아니다. 나는 가겠다. 그 질문 해달라'고 해서 제가 그 질문을 했고 문 후보가 가겠다고 답했어요. 그리고 선거 다음 날 아침에 첫 일정으로 야당 당사를 방문했어요. 그 인터뷰가 기억납니다."

- 왜 미리 얘기하신 건가요?
"생방송이라면 제가 미리 얘기 안 해 주고 할 수 있었는데, 녹음 준비하러 옆에 같이 앉아 있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에 대한 답변을 좀 생각해보시라고 알려 드린 거예요."

- 인터뷰할 때 미리 질문 알려주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대통령 후보로 굉장히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와중에 잠깐 시간 내서 인터뷰하는 사람한테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을 하는 것은 인터뷰 성과를 위해서도 별로 좋지 않아요. 그래서 그럴 때는 사전에 질문을 던져 드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인터뷰할 때 질문을 미리 알려 주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알려 주는 게 좋다는 사람도 있는데, (제가) 어느 쪽이냐고 묻는 거라면 저는 사전에 미리 알려 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왜 아무 문제가 없냐면, 사전에 알려 주는 질문만 하고 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인터뷰를 알려준 질문으로 시작할 뿐이지 그 사람의 답변을 들으면서 계속 추가 질문을 하기 때문이에요."

- 라디오 시사프로에선 인터뷰를 많이 하잖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질문에 따라 인터뷰 질이 달라지는 것 같거든요. 원하는 답변을 끌어내기 위한 교수님만의 비법 있을 것 같은데.
"우선 제가 원하는 답변이라는 건 없어요. 다만 인터뷰의 성과를 키우는 나만의 비법이 뭐냐고 묻는다면... 보통 인터뷰는 질문하는 거라고 말하는데 저는 정반대예요. 인터뷰는 듣는 거라고 말합니다. 내가 질문을 해놓고 상대가 하는 답변의 내용을 얼마나 집중해서 정확하게 제대로 듣느냐에 따라서 듣는 실력 같은 성과에 따라서 다음 질문이 나올 수 있는 거예요. 그냥 얼핏 들으면 다음 질문이 안 나와요. 그의 답변 내용 속에 대해 질문을 끌어내는 이게 가장 중요한 거라고 전 생각해요."

- 최근 코로나19 특별기획으로 신인류시대를 하시잖아요. 전문가를 인터뷰하며 느끼는 게 있을 것 같아요. 
"코로나19 신인류 시대라는 특별기획으로 다양한 분야 우리나라 석학들을 꾸준히 인터뷰하고 있는데요. 결국은 우리 인류가 그동안에 잘못 살아온 그 결과로 코로나19 사태가 온 것 아니겠어요. 우리 스스로 삶을 성찰하고 반성하고 삶의 태도와 자세를 바꿔야 된다는 거예요. 바꾸지 않으면 계속 이런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고 결국은 인간의 기본적인 행복,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해치게 된다는 이야기를 거의 모든 분야 전문가들이 하거든요. 이 기획을 듣는 청취자 분들도 함께 집단적 반성이나 각성을 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래서 (이 기획이) 뭔가 새로운 변화를 시작할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 동시간 대 시사 프로그램들이 있잖아요? 견제하거나 의식하시나요?
"저희 제작진들은 다른 프로그램의 변화 등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그래야 되겠죠.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많이 신경을 쓰지 않아요. 대신 PD들한테는 꼭 다른 프로그램도 많이 보라고 하고, 그런 것들을 우리 프로그램 만드는 데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해요."

- <시사자키>도 유튜브 중계를 하잖아요. TV와 또 다를 것 같은데.
"맞아요. 저는 TV 프로와 라디오 프로를 오래 해 왔잖아요. 근데 저는 라디오 프로를 더 좋아해요. 그 이유는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에요. 생생한 내용과 정보를 더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게 라디오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TV 프로는 화면에 더 신경을 써야 하고 프로그램 시작하기 전에 의상도 갖춰 입고 분장도 하고 세트도 따로따로 맨날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유튜브 방송이 되니까 이것도 TV처럼 되는 거예요. 저는 유튜브가 생중계를 하든 말든 의도적으로 신경 안 쓰려고 해요. TV 프로 할 때는 카메라를 의식해야 하지만 유튜브 생중계 할 때는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그럼 유튜브 실시간 채팅 글도 안 보나요?
"유튜브 실시간 의견뿐 아니라 여러 의견이 오잖아요. 그것도 역시 우리 제작진들은 밖에서 계속 모니터하고 봅니다. 저는 생방송 진행하면서는 안 봐요. 의도적으로라도 안 봅니다. 그 이유는 상대편 말 듣기에도 바빠요. 그걸 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제 감정상 동요될 수도 있겠죠. 누가 '와 교수님 최고다'라면 기분이 좋아질 거고 '저 교수 잘 못 한다'라면 화가 날 거고... 그래서 사실상 거의 안 봅니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이미지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이미지 ⓒ CBS

 
- 라디오를 진행할 때는 초까지 맞춰야 하는 데 힘들지 않으세요?
"제가 20년 전부터 라디오를 했는데, 그것이 힘들면 좀 쉬어야죠. 아무리 제가 오래 라디오 생방송을 했어도 매일매일 초긴장할 수밖에 없는 건 바로 그것 때문이에요. 시간이죠. 매일매일 초긴장해야 된다는 것은 분명해요. 근데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아요."

- 교수님에게 <시사자키>는 뭔가요?
"제 방송의 고향입니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 저희 <시사자키> 그동안 많이 사랑해 주신 것 제가 다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사랑해 주시고 또 좋은 의견들 앞으로 많이 보내 주시길 부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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