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서울 이랜드의 '하나원큐 K리그 2 2020' 1라운드 경기에 나선 이랜드 정정용 감독의 모습.

9일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서울 이랜드의 '하나원큐 K리그 2 2020' 1라운드 경기에 나선 이랜드 정정용 감독의 모습. ⓒ 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해 19세 이하(U-19) 축구대표팀을 이끌며 2021년 FIFA U-20 월드컵 준비에 들어간 정정용 감독은 지난해 말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K리그2 서울 이랜드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프로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것. 

정 감독의 선택이 알려지면서 'U-20 월드컵 준우승'을 이끈 그가 K리그 무대에서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에 대한 기대와 K리그 감독 경험이 전무하다는 사실에서 오는 우려가 공존했다. 이런 가운데 정 감독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K리그 데뷔전이 계속 미뤄지면서 지금까지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기다리던 데뷔전은 9일 열렸다. 정 감독이 이끄는 서울 이랜드는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하나원큐 K리그 2 2020' 1라운드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특별했던 이랜드의 승점 1점

이랜드에게 제주는 힘겨운 상대인 게 분명했다. 지난 시즌 K리그1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강등된 제주라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다수 잔류하면서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이랜드는 선수층은 물론이거니와 성적 역시 지난시즌 K리그 2 무대에서 최하위를 기록할 정도로 전력이 상당히 약한 상황이었다.

역시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전반전부터 제주 아길라르의 패스를 중심으로한 제주의 공격 속에 주민규, 아길라르에게 슈팅 기회를 내주면서 이랜드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물론 이 사이 이랜드 역시 제주 오승훈 골키퍼의 실책을 틈타 최재훈이 득점기회를 잡았지만, 아쉽게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결국 이랜드는 전반 38분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전반 34분 왼쪽에서 정운이 올려준 크로스를 안현범이 헤더슛 연결하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이랜드 수비진의 파울성 플레이가 VAR 판독을 통해 페널티킥으로 선언되었다. 키커로 나선 주민규는 친정팀의 골문을 가르면서 제주에게 1-0 리드를 안겼다.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이랜드에겐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전반 43분 제주 수비수 권한진과 이랜드의 수쿠타 파수가 경합하는 과정에서 권한진이 부상으로 교체 아웃된 것이다. 제주 수비의 중심인 권한진이 부상으로 빠지자 제주의 수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랜드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온 이랜드는 후반 시작과 함께 원기종을 투입하며 전방에서부터 제주를 압박했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레안드로와 원기종이 득점기회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결국 이런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후반 22분 이랜드 레안드로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면서 무위에 그치는 듯했지만, 원기종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흘러나온 볼을 득점으로 연결시키면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동점골을 넣은 뒤에 이랜드엔 연이어 악재가 왔다. 종료 직전 앞서 동점골을 기록한 원기종이 역전골을 터뜨렸지만 VAR 판독결과 핸드볼 파울이 선언된 것. 이에 더해 종료 직전 이랜드 김성현이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하면서 숫적 열세에 놓이게 됐다.

더구나 제주는 역전을 위해 정조국을 투입하는 등 공격에 무게를 둔 상황이었던 터라 자칫하면 종료 직전 팀이 흔들려 역전골을 내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랜드는 흔들리지 않고 제주의 공격을 막으면서 귀중한 승점 1점을 획득했다.

데뷔전부터 돋보인 정정용 감독의 전술

올시즌을 앞두고 이랜드의 감독으로 부임한 정정용 감독은 U-14 대표팀 코치를 시작으로 20세이하 대표팀 감독까지 지내며 연령별 대표팀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2016년 19세 이하 대표팀 감독 대행을 맡으면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낸 정정용 감독은 지난해 폴란드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거두며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연령별 대표팀 감독 시절 정정용 감독의 장점은 능동적 전술 변화와 이승우, 이강인 등 스타급 선수가 있음에도 팀을 하나로 뭉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정 감독의 장점은 특히 이랜드에게 필요한 것이었다. 

2015년 K리그 2 무대에 데뷔한 이랜드는 그 시즌에 김영광, 김재성, 조원희 등을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지만, 승격이라는 결실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면서 팀 역시 적절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마틴 레니 감독을 시작으로 박건하-인창수-김병수-김현수-우성용(감독대행)까지, 이랜드는 마틴 레니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감독들이 1년 만에 물러나게 되면서 각 감독만의 색깔을 팀에 입히지 못했다. 결국 이런 상황이 반복되며 팀 전력은 차츰 약해졌고 이랜드는 K리그 2 무대에서 중하위권을 맴도는 팀으로 전락했다.

이런 상황에 정정용 감독 선임은 이랜드가 장기적 관점에 팀을 만들어가고자 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물론 정 감독은 프로무대 경험이 전무하지만, 연령별 대표팀 감독 시절 보여준 모습은 이랜드가 기대를 걸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맞이한 제주와의 K리그 2 개막전. 자신의 K리그 데뷔전인 이 경기에서 정정용 감독은 팀을 승리로 이끌진 못했지만 자신의 능력을 보여줬다. 특히 용병술이 돋보였다. 정 감독은 3백 수비를 바탕으로 수비를 두텁게 한 뒤 레안드로, 김민균, 수쿠타 파수를 이용한 역습 전략을 갖고 나왔다. 이후 0-1로 뒤진 채 맞은 후반전 팀에 변화를 가져다줬다.

정 감독은 수쿠타 파수를 빼고 원기종을 투입했는데, 여기엔 감독의 의중이 담겨 있었다. 서두에 언급한 대로 제주는 전반 43분 수비의 중심인 권한진이 수쿠타 파수와의 볼 경합과정에서 부상을 입었고, 임동혁이 교체투입 되었다. 권한진이 빠진 제주의 수비가 불안해지자, 정 감독은 이를 놓치지 않고 원기종을 투입해 강력한 전방압박을 펼치며 공격의 활로를 열고자 했다. 

정 감독의 원기종 투입 선택은 성공을 거뒀다. 원기종은 후반 22분 레안드로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자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재차 슈팅을 시도해 득점으로 연결시키면서 정정용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원기종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1로 맞서던 후반 43분 원기종이 역전골을 터뜨린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득점은 VAR 판독결과 원기종의 핸드볼 파울로 선언됐다. 

비록 데뷔전에서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이날 제주와의 게임은 앞으로 정정용 감독의 이랜드를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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