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부터 8일까지 '소상공인연합회'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상황이 6개월 이상 길어지면 '폐업을 고려하거나 폐업 상태일 것'이라고 응답한 이들이 전체의 72.4%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 코로나19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생계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부업 시장에 내몰리는 등 이들의 어려움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9일 방송된 SBS <뉴스토리> '투잡 뛰는 아빠들' 편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은 경제 위기 국면 속에서 배달 아르바이트 등 부업으로 내몰린 이 시대 가장들의 위태로운 현실을 살펴봤다.
  
 SBS <뉴스토리> ‘투잡 뛰는 아빠들’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투잡 뛰는 아빠들’ 편의 한 장면 ⓒ SBS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위기, 부업에 내몰리는 가장들
 
서울 관악구에서 중고가구점을 운영하는 김지훈씨. 13년 동안 착실하게 닦아놓은 신용을 바탕으로 그는 부근에서 잘나가는 자영업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힌다. 지난 2월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19 사태로 하루 40통씩 걸려오던 거래 문의가 뚝 끊겼다. 중고가구를 내놓는 사람도, 구입하겠다는 사람도 없었다. 수입은 3분의1로 급감했다. 함께 일하던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야 했다.
 
김씨가 한 달 동안 벌어들인 수입은 150만 원. 이중 사무실 월세로 70만 원, 차량유지비로 50만 원을 제하면 30만 원이 남는다. 한 달 생활비로는 어림도 없었다. 전업주부인 아내까지 장사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얼마 전 분식집을 오픈했다. 아내 심인혜씨는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카드 값도 내야 한다. 그래서 하게 됐다"며 "주변에서 개업을 만류했으나 막다른 골목에 선 심정으로 열었다"고 말한다.
 
네 아이의 아빠 김씨는 부족한 생활비를 매우기 위해 부업에도 뛰어들었다. 낮에는 중고가구매매상, 밤에는 음식 배달 일을 한다. 배달 일을 하다가도 밤 8시가 되면 7살 셋째와 5살 넷째를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 어린이집 돌봄교실을 찾는다는 김씨. 바쁜 와중에도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을 직접 씻기거나 먹을 것을 챙겨주는 일은 늘 그의 몫이다. 아이들을 살뜰히 보살핀 그는 배달 일을 위해 또 다시 거리 위로 나선다.
 
서울 청계천 6가 전태일다리 공사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이종승씨. 그는 "일을 하면 기분은 좋다"며 "다만 얼마라도 벌어가는 즐거움이 있고, 오늘은 우리 아들에게 딸기를 사줄 수 있다"고 말한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 그에겐 일거리가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행운이다.

아내와 두 아들을 둔 40대 가장 이종승씨의 원래 직업은 연극배우다. 주연급은 아니지만 가끔 영화에도 출연한다. 하지만 그 역시 코로나19 사태를 피해갈 수 없었다. 관객 동원이 여의치 않자 영화 등 각종 공연이 줄줄이 취소됐다. 이씨는 "2월부터 준비한 '화순1946' 스탠딩 뮤지컬도 취소된 상태이고, 외부행사 공연으로 잡혀있던 제주 4.3 추모공연, 전태일 열사 이야기를 다룬 신작을 준비하던 것도 취소됐다"고 말한다.
 
그가 어렵게 구한 시간강사 일자리는 코로나19 사태로 대면수업이 불가능해지면서 생계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씨 아내 손승희씨는 "대출로 버티고 있다"며 "빨리 사태가 종식되어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이씨 역시 "연극배우들이 대부분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서 연기 폭도 넓힐 겸 부업을 하지만, 요즘처럼 어려운 적은 없었다"고 말한다.
  
 SBS <뉴스토리> ‘투잡 뛰는 아빠들’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투잡 뛰는 아빠들’ 편의 한 장면 ⓒ SBS

 
경기도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진용수씨. 코로나19 사태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어른들도 활동을 줄이자 미용실 손님이 급감했다. 5명의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지금은 아내와 단둘이서 운영한다. 수입도 크게 줄어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3분의1에도 못 미친다. 매출이 지난해 3월엔 2630만 원가량이었는데 올 3월엔 796만 원이었다. 프랜차이즈비, 월세, 관리비 등 350만 원과 대출금상환액 300만 원을 제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다음 달 아빠가 되는 진용수씨. 그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산후조리원 예약도 취소했다"며 "미용업 자체가 은행 대출이 까다로운 업종인 데다 산후조리를 위해 나라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니 건강보험료가 지원 기준을 넘어 그것마저 어렵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부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버텨보자는 약속을 깨고 지난 3월부터 마이너스 통장을 쓰게 됐다"며 쓴웃음을 짓는다. 진씨는 결국 부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낮에는 헤어디자이너, 밤에는 배달 기사가 되어 도로 위를 질주한다.
 
고용안정 위한 근본적인 정책 절실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 위기는 언제든 가정의 위기로 이어지 게 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코로나19 경제 위기로 '저출산 현상도 심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한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측 가능한 미래일 때는 자녀 출산 행동이 가능해지는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큰 상태에서는 출산 기대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던 지난 2008년 10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출생아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사례가 있다. 뿐만 아니다. 이혼이나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가정해체로 이어지게 하는 행위도 경제위기의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더욱 두드러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IMF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7년 이후 이혼율이 급증했다.
 
이에 대해 이봉주 교수는 "가족해체로 이어지기도 하고 우울증의 문제 등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가정의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국내외 다양한 연구들이 보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SBS <뉴스토리> ‘투잡 뛰는 아빠들’ 편의 한 장면

SBS <뉴스토리> ‘투잡 뛰는 아빠들’ 편의 한 장면 ⓒ SBS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코로나19의 위기 국면 속에서 앞다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나섰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재난지원금이라는 게 일회성"이라며 "굉장히 어려운 가구에는 일자리가 없는 현상이 장기화하는데 이래서는 턱도 없다. 노동시장에 있어서 신분 자체가 계속 유동적인 점에 맞춰 고용안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책 당국이 일회성 지원책뿐 아니라 고용안정을 꾀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이며, 지속 가능한 정책 마련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생계유지를 위해 가장들이 투잡에 내몰리는 등 코로나19 사태로 그 어느 해보다 고단한 5월을 관통해야 하는 현실. 경기도 남양주에서 헌옷수집상을 하는 정자람씨의 소박한 바람처럼 소상공인들, 그리고 이 시대 모든 아빠들이 작금의 어려움을 꿋꿋이 이겨내고 환히 웃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내년 이맘때쯤에는 '작년에 코로나 때문에 되게 힘들었지'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할 날이 분명히 오거든요. 그 미래만 생각하면서 지금 꾹꾹 참아내고 있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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