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에서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콘텐츠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 청소년의 이야기지만 성매매를 다루는 파격적 소재의 이 작품은, 많은 인기를 얻으면서 동시에 문제작으로 꼽히고 있다.

8일 오후 <인간수업>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의 화상 인터뷰가 열렸다.

청소년 성착취 이야기 전면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의 김진민 감독.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의 김진민 감독. ⓒ 넷플릭스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그로 인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그린 <인간수업>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 그는 앞서 <무법변호사> <개와 늑대의 시간> <결혼계약> 등을 연출한 바 있다.

김 감독은 문제작이라고 불리는 이번 작품에서 10대들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기존의 학원물과는 완연히 다른 본격 범죄물로써 청소년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는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를 발표하며 "사전에 정교하게 작업을 마칠 수 있던 것이 고마운 부분이었다"고 언급했다.

<인간수업>이 파격적인 건 청소년 성착취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그 수위가 청소년관람불가라는 데 있다. 그만큼 이 사회 한 편의 10대들의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성착취 사건인 n번방 사건과 닮아있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그만큼 시의성이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는 것. 

"제작을 마친 뒤 n번방 사건이 터졌다. 작품을 만들 때도 범죄에 대한 미화가 이뤄지면 안 된다는 것을 계속 염두에 뒀다. 왜곡된 시선을 드리우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성매매에 관련해 논문과 책을 읽으면서 공부했고 내 판단의 기준이 정확한지 가늠을 많이 해봤다."

결말에 관한 생각을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이에 김 감독은 "작가가 열린 결말로 설정한 게 아니라, 아예 시청자에게 결말을 맡겼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여러분이 규리도 지수도 될 수 없지만, 자기 인생을 놓고 생각해보면서 자기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에 카메라를 보는 시선을 넣으면 좋겠다고 동희씨에게도 말했는데, 이 장면을 통해 문제의 답이 지수와 규리 그들 마음속에 이미 있을 거라는 암시를 줬다"고 설명했다. 

주위 비난 충분히 예상했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의 김진민 감독.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의 김진민 감독. ⓒ 넷플릭스

   
제작사 스튜디오329 윤신애 대표로부터 처음 대본을 받았다는 김 감독은 윤 대표로부터 이 작품의 기획에 관한 설명을 듣고 호기심이 일었다. 건네받은 대본을 금방 읽었다는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글에 힘이 있어서인지 쭉 읽혔다. 몇 장 읽고 나서 '이런 걸 진짜 한다고?'라며 놀라서 물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표에게 "이거 잘못되면 대표님은 회사 문 닫아야 하고, 저는 연출 그만해야 할 것 같은데"라고 말했으니 그 두려움이 적지 않았던 게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대본을 놓치기는 싫다는 생각이 강했고, 어둡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이 작품에 뛰어들었다. 또한 넷플릭스에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 것도 그를 움직인 동력이었다.
 
신예 배우뿐 아니라 신예 작가의 작품인 <인간수업>. 극본을 쓴 진한새 작가는 드라마 <모래시계>를 쓴 송지나 작가 아들이다. 김 감독은 진한새 작가의 대본을 읽은 인상을 전하며 "솔직하게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이 잘못됐다고 냉소하거나 미화하지 않으려는 작가정신이 모처럼 보였고, 마치 날 위에 서있는 느낌이 있었다"며 "이 친구를 만나서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를 이끌었다"고 털어놓았다.
 
"진한새 작가는 처음엔 수줍음 타는 사람 같았는데, 만나서 대화를 해보니 자기 의견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더라. 이걸 왜 썼고, 자기가 뭘 쓰려고 했는지 정리가 잘 돼 있는데다, 설득해내는 힘도 설득당하는 용기도 있었다. 힘 있고, 좋은 귀를 가졌으니 좋은 글 쓰겠지 하고 그를 대뜸 믿었다."

이렇게 세상에 빛을 발하게 된 <인간수업>. 김 감독은 좋은 반응을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을 정도로 이 문제작에 대해 비난받을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다. 청소년 성매매를 다루는 워낙 센 작품이었고 수위가 높았으니 말이다. 김 감독은 "공개된 이후에는 당연히 안 좋은 반응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며 "정말 조심스럽게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떤 작품이든 누군가에겐 외상, 마음의 일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떠올리게 할 것이고 상처를 줄 것이라는 생각에 안 좋은 반응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건 단순히 드라마에 지나지 않아'라고 할 수는 없었다. 현실에서 진짜 일어나는 일이고. 하지만 비난이 두려워 겁먹고 만들 가치가 없냐 하면, 그건 아니다. 그 정도로 우리 의지가 약했다면 저는 이 작품을 안 했을 거다. 이 작품을 하면서 내 삶, 내가 저지른 과오를 돌아보게 되더라. 이 작품은 당연히 19금일 테니까 어른들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며 현재를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런 걸 의도했다."
 

보기에 불편한 작품을 만들면서 김 감독은 자신의 드라마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시청자로부터 비난을 받을 것을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말처럼 어두운 현실을 직시하고 어른들이 자신과 이 사회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게 가치 있는 일이라고 여겼기에 이 작품에 모든 걸 쏟아부은 것이다.

청춘 배우들의 열연을 지켜보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의 김진민 감독.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의 김진민 감독. ⓒ 넷플릭스

 
김동희, 박주현, 정다빈 등 신예 배우들이 이끌어가는 <인간수업>은 리얼한 10대 드라마다. 김 감독은 "저보다는, 극중 인물과 배우들의 나이가 더 가깝기 때문에 배우들의 표현이 제 상상보다 훨씬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배우들이 제가 생각하는 표현의 기준점을 넘어선다면, 그들을 내가 따라가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렇게 따랐다"고 했다.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서 고민하고, 하나씩 표현해나가면서 직업적 배우로서의 한계를 돌파하는 것들을 보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들의 연기를 의심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생각했다. 믿음이 많이 생겼다. 연기를 오래 하진 않아서 신에 대한 해석이 미진할 수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를 따라가면서 크게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김 감독은 <인간수업>의 캐릭터들에 관해 설명하며 "처음부터 드라마 속 네 명 다, 누구 한 명도 시청자로부터 사랑받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사랑받을 캐릭터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고 처벌만을 드리댈 수도 없는 인물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보고 시청자들이 직접 판단하고, 저들이 하는 선택이 잘못된 것이라고 인지할 수 있는 정도로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인간수업> 시즌2를 기다려도 될까. 이 물음에 그는 "시작할 때부터 시즌제로 갈 것이라고 언급되지 않았고, 아직 전혀 알 수 없다"며 "시즌2에 대해서는 넷플릭스에 물어달라"고 답했다. 이어 김 감독은 "다음 시즌을 기대하는 드라마로 여겨지진 않았지만, 어떻게 될지는 앞으로 넷플릭스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의 김진민 감독.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의 김진민 감독.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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