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앵그리스트맨> 메인포스터 영화 <앵그리스트맨> 메인포스터

▲ 영화 <앵그리스트맨> 메인포스터 영화 <앵그리스트맨> 메인포스터 ⓒ 브릿지웍스 엔터테인먼트(주)


어버이날 하면 떠오르는 영화들이 있다. 대체적으로는 일본 드라마 감성이 짙게 녹아있는 영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나 야마다 요지 감독의 <동경 가족>과 같은 작품이다. 이맘때면 항상 등장하는 이정철 감독의 <가족>이나 황동혁 감독의 <마이 파더>와 같은 한국 영화도 있고, 윌 스미스 부자가 출연해 더 진한 감동을 전했던 <행복을 찾아서>와 같은 작품도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온전히 부모의 이야기에 포커스가 맞춰진 경우는 거의 없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어쩌면 그것은 가족의 근간이 되는 것이 부모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부모를 메인 소재로 하는 작품들의 내러티브는 부모를 떠올리는 자녀 혹은 부모가 걱정하는 자녀의 심리 속에서 주로 획득되는 법이니까. 관객들이 공감을 하는 부분은 주로 그런 쪽에 있다.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영화 <앵그리스트맨>이 떠오른 것은 그 때문이다. 가족의 이야기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한부 삶을 통보받은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며 가족의 이야기보다는 부모 자신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한다. 90분이라는 짧은 여생을 통보받은 가장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모습을 통해 부모 자신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하고 자녀들은 영원한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부모에 대한 마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 <앵그리스트맨> 스틸컷 영화 <앵그리스트맨> 스틸컷

▲ 영화 <앵그리스트맨> 스틸컷 영화 <앵그리스트맨> 스틸컷 ⓒ 브릿지웍스 엔터테인먼트(주)


조울증 앓는 노년의 가장 헨리

이 작품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은 조울증을 앓고 있는 노년의 가장 헨리(로빈 윌리엄스 분)다. 25년 전만 해도 웃음 많고 고맙다는 말도 할 줄 아는 긍정적인 사람이었지만 지금 그의 하루는 짜증과 분노로 가득 차 있다. 큰아들이 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난 뒤로 화만 내는 사람이 되고 만 것이다. 동생을 위해 준비한 샌드위치로 점심을 즐기기도 하고, 아들과 카드 쌓기를 하며 추억도 만들 줄 알던 그의 삶에는 이제 짜증과 분노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느닷없는 짜증과 분노가 검진 결과를 통보하던 인턴 의사 섀런(밀라 쿠니스 분)에게 터지고 만다. 이에 울컥한 섀런은 앞으로 살날이 90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그에게 하게 되고,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90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결과를 통보받은 헨리는 어떻게든 의미 있게 보내고자 병원을 뛰쳐나간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헨리는 아들을 잃고 난 뒤 멀리하기만 했던 아내(멜리사 레오 분)를 생각하고, 자신의 곁에 머무르려고 하지 않아 내친 아들을 떠올린다. 오랫동안 연락하고 지내지 못한 친구들은 물론 놓치며 살아온 많은 것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자신에게 벌어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고들 때문에 일종의 방어기제처럼 화로 일관한 삶을 살아온 헨리는 이제야 잘못되었음을 느낀다. 영화 <앵그리스트맨>은 그런 그의 모습들을 따라 노년에 느끼게 되는 인생에 대한 회한의 감정들을 그려낸다.
 
영화 <앵그리스트맨> 스틸컷 영화 <앵그리스트맨> 스틸컷

▲ 영화 <앵그리스트맨> 스틸컷 영화 <앵그리스트맨> 스틸컷 ⓒ 브릿지웍스 엔터테인먼트(주)

 
지나온 인생을 반추할 수 있기를

물론 쉽지만은 않다. 헨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리 없는 사람들은 오랜 시간 괴팍한 심술로 상처를 입혀온 그의 연락과 화해를 쉽게 받아주지 않는다. 한편, 자신의 거짓말이 심각한 상황을 만들고 있음을 깨닫게 된 섀런은 헨리를 찾아 나선다.

영화 속 시한부 주인공이 깨닫는 인생의 진정한 의미. 영화 <앵그리스트맨>이 향하고 있는 지점은 다소 무거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필 알덴 로빈슨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원했던 것은 장면의 이입을 통한 관객의 뭉클한 감정과 교류보다는 관객들이 함께할 지나온 인생에 대한 반추에 더욱 가깝다고 한다.

지난 삶 속에서 놓쳐왔던 것들을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헨리의 모습처럼 많은 이들이 잃어버리고 난 뒤에야 후회하고 뒤늦은 노력을 기울이고자 하니 말이다. 잃어버리고 난 뒤에 깨달은 것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들이 필요하다. 때로는 그 시간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찾지 못할지도 모르고.
 
영화 <앵그리스트맨> 스틸컷 영화 <앵그리스트맨> 스틸컷

▲ 영화 <앵그리스트맨> 스틸컷 영화 <앵그리스트맨> 스틸컷 ⓒ 브릿지웍스 엔터테인먼트(주)


이 영화는 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유작으로도 잘 알려진 영화다.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평생을 약물과 알코올중독에 시달리다 지난 2014년, 향년 63살에 스스로 세상을 떠난 로빈 윌리엄스. 이 작품이 미국에서 개봉하고 석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많은 작품 속에서 자상한 아버지이자 사려 깊은 멘토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던 로빈 윌리엄스가 전하는 삶의 마지막 순간의 이야기.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 <앵그리스트맨>은 가족들과 함께하기에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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