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익스트랙션> 포스터

영화 <익스트랙션> 포스터 ⓒ Netflix

 
인도 마약왕의 아들 '오비(루드락시 자이스왈)'는 친구들과 클럽에서 놀던 중 갑자기 납치를 당한다. 이에 아버지인 '오비 시니어(팡카지 트리파티)'는 특급 용병인 '타일러 레이크(크리스 햄스워스)'에게 오비를 구출할 것을 의뢰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의 난이도에 동료들마저 난색을 표하지만, 그는 의뢰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계획대로 진행되던 구출작전은 예기치 못한 변수에 꼬이기 시작하고, 타일러는 오비와 함께 생존을 위한 작전을 이어나간다. 

지난 4월 24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익스트랙션>은 시작과 끝이 맞닿아 있는 흥미로운 영화다. 영화는 주인공인 타일러가 어느 다리 위에서 총격전을 벌이다 심각한 부상을 입으면서 시작한다. 죽음의 그림자가 이미 얼굴에 드리운 듯한 타일러의 모습을 보는 순간, 이미 이 영화의 끝은 중요하지 않다. 관건은 그 순간에 이르기까지 그가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또 죽음이 반쯤 다가온 상황에서 그의 얼굴을 덮친 표정과 생각이 무엇인지를 알고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스토리의 끝을 살짝 보여준 영화는 그 답을 찾기 위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두 주인공, 타일러와 오비가 죄책감, 실망감, 그리고 인질극의 늪에서 스스로를 빼내는(Extraction) 구출극을 들려준다.

우선 타일러는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 그는 아들을 병으로 잃은 후, 아들을 놀아주던 기억이 눈앞을 스칠 때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인물이다. 군에서 전역한 후 용병으로 활동 중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돈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살아남을 가망도 적은 위험천만한 임무를 큰 고민 없이 수락한다. 이에 동료인 '니키(골시프테 파라하니)'가 죽기를 바라는 게 아니냐고 지적할 정도로, 그는 아들을 잃은 죄책감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다.  

한편 또 다른 주인공인 오비는 실망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다. 오비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아버지를 염원한다. 조폭이라서 살인을 밥 먹듯 하고, 감옥에 갇혀서 만날 수도 없는 아버지는 그에게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비가 아버지의 부하로서 자신을 구출하기 위해 온 '사힌'에 대한 믿음을 쉽게 놓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 그에게 아버지는 결코 자신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진정한 아버지,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고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존재를 염원한다. 

동기는 다르지만 아들과 아버지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두 남자의 만남은 그래서 감정적으로 강한 힘을 지닌다. 둘의 조우는 단지 인질극의 대상과 구출자가 만나는 장면이 아니라 두 주인공이 마침내 자신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첫걸음이다. 따라서 이 만남은 마치 불꽃이 튀기는 것처럼 강렬하다. 그리고 이 불꽃은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구해주고 신뢰를 쌓아가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점점 큰 불이 되어간다. 도시의 도로와 강을 가로지리는 다리 위에서 타오르는 불처럼. 타일러와 오비의 유사 부자관계는 아들을 구하고자 목숨을 거는 사힌과 아들을 구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오비 시니어의 모습과 비교, 대조되며 더욱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이렇듯 불처럼 타오르는 타일러와 오비를 물 속에 빠뜨리면서 둘의 관계를 더 단단하고 안정적으로 완성시킨다. 타일러의 경우, 스토리 전개상 그는 한 절벽 위에서 처음 등장한다. 한가롭게 절벽에 있던 그가 강으로 뛰어들어서 가부좌로 앉아있다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 그의 이야기는 시작되고, 반면에 그의 여정은 죽음을 맞닥뜨린 다리 위에서 강으로 뛰어들면서 끝난다. 이는 "강에 떨어졌다고 죽는 게 아니라 물에서 나오지 않아서 죽는 거래요"라는 오비의 대사를 완성시키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아들이 고통받는 것을 볼 용기가 없어서 도망갔던 타일러가, 그로 인해 자신을 짓누르던 죄책감의 굴레를 마침내 벗어나는 것이다. 
 
 영화 <익스트랙션> 스틸 컷

영화 <익스트랙션> 스틸 컷 ⓒ Netflix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 방글라데시의 수도인 다카라는 점은 강에서 시작하고 끝나는 타일러의 서사를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다카는 갠지스 강 유역에 위치한 도시인데, 갠지스 강은 힌두교도들에게 신성한 강으로 여겨지며 영혼의 정화가 필요 없는 깨끗한 이들의 장례를 치르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힌두교도들은 갠지스 강에서 목욕을 하기도 하는데, 이는 죄를 씻어내고 스스로를 깨끗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렇기에 아들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오비를 보호하던 타일러가 강에 빠지는 것은 그의 속죄를 뜻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두 가지 의미에서 그의 행보에 썩 잘 어울리는 마무리인 셈이다.

또한 오비에게도 물은 큰 의미가 있다. 오비에게 물은 새로운 삶을 뜻한다. 사도 바오로는 온몸이 물에 빠졌다가 나오는 세례 형식인 침례를 예수가 부활하듯 새로운 삶의 시작이라고 가르쳤는데, 오비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 가까스로 일상으로 돌아온 오비는 어느 날 수영장에 들어가 영화 초반부 타일러 마냥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다가 수면 위로 올라온다. 바로 그 순간 오비의 뒤에 마치 타일러처럼 보이는 실루엣이 나타나고, 오비가 그를 마주 보는 순간 영화는 그렇게 막을 내린다. 잠시 만났던 타일러의 부상에 눈물을 흘렸던 오비에게는 진정한 아버지와 함께 새로운 삶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죄책감을 벗어난 타일러에게는 목숨을 바쳐 지킨 또 하나의 아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것처럼. 이에 더해 영화 엔딩 크레디트의 배경이 물이라는 점도 결말을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만든다.
 
이러한 타일러와 오비의 서사를 하나로 묶어서 완성시키는 것은 바로 화려한 액션으로 무장한 또 하나의 구출극이다. 사실 <익스트랙션>은 새롭거나 신선한 액션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다만 영화는 총기로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액션을 선보이며 영화 팬들의 시선을 붙들어 놓는다. 이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3)부터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액션 시퀀스를 선보였던 루소 형제가 제작에 참여하고, 그들 밑에서 액션 감독으로 일했던 샘 하그레이브 감독의 연출을 맡은 효과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중 백미는 12분가량 이어지는 원테이크 액션 시퀀스로, 본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카체이싱을 시작으로 총격전을 거쳐 캡틴 아메리카와 윈터 솔져의 대결을 보는 듯한 거리에서의 육탄전으로 마무리되는 장면이다. 이때 편집과 연출은 말 그대로 현란한데, 카 체이싱 장면에서는 추격당하는 자와 추격하는 자를 모두 관찰하다가도 마치 그 차들을 직접 타고 있는 듯한 카메라 워크를 선보인다. 또한 총격전과 육탄전은 예상치 못한 끝을 보여주면서 나름의 차별화도 시도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타일러와 오비 둘이 각각 걷던 구출극의 경로가 하나로 합쳐지며 서로를 신뢰하게 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이 장면은 특히 의미가 남다르다.   

아버지와 아들의 내적 성장극과 화려한 액션 영화를 함께 버무리는 데 성공한 <익스트랙션>의 또 다른 장점은 간결함이다. 이 영화는 군더더기가 없다. 스토리는 딱히 꼬인 부분이 없으며, 그나마의 반전 역시 꿍꿍이를 숨긴 악역과 배신하는 동료라는 지극히 전형적인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아들을 지키지 못한 아버지와 아버지와 같은 존재를 염원하는 아들이라는 부자관계 구도 역시 익숙한 구도다. 주연배우 크리스 햄스워스의 대표작인 MCU에서도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간의 진한 유사 부자관계를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거침없이 당겨지는 타일러의 방아쇠 마냥 필요한 발걸음만을 내딛는 영화는 단단하다. 심지어 주인공이 부상 당하거나, 감정적으로 심금을 울리는 장면에서도 영화는 담담하게 필요한 모습만을 보여줄 뿐 과하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이에 더해 강과 물이라는 단 하나의 복선만을 주면서도 그 복선을 가장 효과적으로 확실하게 회수하기도 한다. 그 결과 <익스트랙션>은 비록 신선한 액션 영화로 기억되지는 못해도, 주어진 임무에 충실한 모범적인 영화로 남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원종빈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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