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스포츠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힘겹게 리그 재개를 앞두고 있다. 프로야구 KBO리그는 5월 5일 어린이날, 프로축구 K리그는 5월 8일 어버이날, 마침내 대장정의 시동을 건다.
 
 23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FC가 시범경기를 하고 있다. 2020.4.23

23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FC가 시범경기를 하고 있다. 2020.4.23 ⓒ 연합뉴스

 
프로스포츠의 본고장이라고 할수있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스포츠가 일제히 중단되며 프로 리그 재개는 아직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오히려 해외에서 한국 프로스포츠를 중계하는데 관심을 보이고 있을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역설적으로 한국 스포츠의 위상 증대와 마케팅 효과에 있어서 전화위복이 될수있는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으로 아무래도 코로나19 이후의 프로스포츠 이전과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프로리그가 재개된다고 해도 방역 지침에 따른 철저한 안전 관리와 통제는 필수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프로스포츠라고 해도 더이상 예외일 수는 없다.

KBO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선수 및 구단 관계자, 취재진이 경기 중 지켜야 할 수칙 등을 담은 코로나19 대응 통합 매뉴얼을 발표한 바 있다. 경기·훈련 시간 외 마스크 반드시 착용, 라커룸·샤워실·벤치 등에서 안전거리(2m) 간격 유지 등 기본 예방 수칙과 함께 맨손 하이파이브 및 악수 등 자제, 수건·샤워용품 등 공용 물품 사용 자제, 경기 중 침 뱉는 행위 금지 등을 명시되어있다.
 
 23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연습경기. 6회 말 1, 3루 상황에서 1루에 있던 롯데 지성준이 추재현 타석 때 2루를 도루하다 런다운에 걸려 아웃되고 있다.

23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연습경기. 6회 말 1, 3루 상황에서 1루에 있던 롯데 지성준이 추재현 타석 때 2루를 도루하다 런다운에 걸려 아웃되고 있다. ⓒ 연합뉴스

 
K리그도 최근 자체적인 경기 운영 매뉴얼을 제작 중이다. 프로축구연맹 역시 축구장 내에서 선수들끼리도 침 뱉기, 악수, 하이파이브 등이 금지되고, 물병과 수건 등의 공동 사용을 할 수 없도록 권고하는 등 큰 틀은 비슷하다. 하지만 야구에 비하여 선수 간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더 많은 축구의 특성상 감염 위험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에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다만 침 뱉기나 대화 금지 등은 자율적인 권고 사항이지 위반한다고 해서 징계 대상은 아니다. 징계로 선수들의 행동을 강제하는 것이 오히려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고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할수 있기 때문이다. 팀 스포츠에서 선수 간 접촉이나 대화가 없이 경기를 치른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론 권고사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코로나19 사태가 다시 악화된다면 경각심 차원에서라도 일부 징계 조항을 추가적으로 신설할 가능성은 있다.

프로리그가 개막하더라도 당분간 무관중 경기로 진행된다는 것도 변수다. 프로야구와 축구는 모두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의 방역 정책이 완화될 때까지 무관중 경기로 리그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스포츠팬들은 직관 대신 당분간 TV나 모바일 중계 등으로 야구와 축구에 대한 갈증을 달랠 수밖에 없다.

'독'인 줄 알았지만, '약'이 될지도...

여러모로 스포츠를 즐기는데 불편한 부분이 늘기는 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오히려 스포츠에 '강제 페어플레이' 시대를 열게 되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가끔 경기중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침을 뱉거나 상대 선수와 신경전을 주고받다가 식빵(트래쉬 토크)을 날리기도 한다. 또 심판에게 다가가 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하기도 하고, 몸싸움이 격렬해진 양팀간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지기도 한다.

자칫 거칠어지기 쉬운 스포츠에서 페어플레이가 활성화되는 것 자체는 물론 반가운 일이다. 다만 스포츠에서는 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상대를 속이거나 도발하는 신경전도 경기의 일부로 여겨졌다. 벤치클리어링이나 트래쉬 토크만 해도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어떤 면에서는 경기의 재미를 더해주는 '양념'과도 같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로는 이 모든 행위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상 지양되어야 할 비매너이자 위험한 금지 행위가 되어버린다. 과거같으면 경기중의 해프닝 정도로 넘어갔을 일도 이제는 큰 논란이 되거나 두고두고 비난거리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모습이 금세 모두 사라지지는 않지만 적어도 과거에 비하여 점점 위축될 것은 분명하다.

감정적이기보단, 이성적으로...

또한 관중들의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보는 직관의 재미가 줄어드는 대신 미디어에 의존하여 스포츠를 즐기게 되는 비중이 커졌다는 것은, 감정보다 이성의 영역으로 스포츠를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짐을 의미한다. 발달한 미디어 중계 기술과 카메라는 선수들의 사소한 습관이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는다. 현장의 분위기나 상황을 일일이 알 수 없는 시청자로서는 미디어를 통하여 즉각적으로 비치는 모습으로 선수들의 감정과 행동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

예전 같으면 현장의 함성속에 묻혀질수도 있었던 선수들의 언행 하나하나가 더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고, 그냥 넘어갔을만한 파울이나 비매너 플레이라도 이제 선수의 이미지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선수와 지도자들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수만의 관중이 직접 지켜보고 있을 때보다도 더 조심스럽고 예민한 분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프로스포츠의 경기 문화는 스포츠를 바라보는 선수들의 매너와 대중의 인식 등에 있어서 이전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것이 스포츠의 발전이나 질적 재미에 있어서 과연 얼마나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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