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드8> 포스터

영화 <코드8> 포스터 ⓒ 넷플릭스

 
전기를 다룰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닌 '코너(로비 아멜)'은 뇌종양이 생긴 어머니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초능력자들의 활동 범위를 제한한 '링컨 시티'에서 코너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절망에 빠진 코너에게 어느 날 마약 조직의 일원인 '가렛(스티븐 아멜)'은 두둑한 보수를 미끼로 함께 작업할 것을 제안하고, 코너는 이를 받아들인다. 여러 차례 함께 움직이며 두둑한 수입을 올린 그들은 보스인 마르쿠스 서트클리프의 요구대로 은행을 급습하지만 필요한 성과를 올리는 데 실패하고, '박(성 강)'을 위시한 경찰들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디스토피아'는 SF 영화와 흔히 결합하는 장르다. 이 장르의 영화들은 주로 모종의 사유로 인해 위기를 겪은 세계 혹은 한 사회의 어두운 미래상을 다룬다. 디스토피아 장르는 <헝거게임> 시리즈처럼 사회비판적 태도를 견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이 묘사하는 어두운 미래란 보통 일반 시민들 혹은 특정 공동체에게 압도적인 권력이 무비판적으로 가해지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때 디스토피아 영화 속 미래는 현실의 반영과 비판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소수의 초능력자들을 극심히 차별하는 미래의 도시, 링컨 시티를 그려내는 <코드 8> 또한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코드 8>은 '엑스맨'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차별을 비판하는 주제의식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작중 주인공과 같은 소수의 초능력자들은 등록법안에 따라 공식적을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 일거리도 구하기 힘든 신세다. 도시 상공에는 그들을 감시하는 드론들이 언제나 떠 있고, 위험 행동을 하는 초능력자들은 '가디언'이라는 로봇이 체포 혹은 사살한다. 이처럼 작중 가디언으로 상징되는 다수에 의한 제도적 차별과 사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돌연변이들을 찾아내서 죽이는 로봇인 '센티넬'의 존재 의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세부적인 메시지에 있어서 두 영화는 미묘하게 달라진다. 엑스맨 시리즈는 흑인 인권 운동을 모티브로 소수가 다수에 맞서는 방법을 논한다. 반면에 <코드 8>은 여성 혹은 인종, 더 나아가 징병제 등 사회적 소수자 혹은 약자들의 공동체 안에서 계층에 따라 자행되는 차별의 악순환을 묘사하고 있다. 작중 사회에서 함께 차별받는 입장인 초능력자들은 자신들끼리도 선을 그으며 차별한다. 일반인들에게 수단으로 대우받고 가치가 떨어져서 버려진 것에 분노하지만, 정작 그들도 서로를 수단으로 대하며 마약과 돈의 노예로 부려먹는다. 마약 조직의 일원인 가렛과 코너가 함께 일하게 된 것 역시 동질감보다는 서로가 작업에 필요하다는 목적의식 때문이다. 이 악순환은 링컨 시티가 유지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다.
 
 영화 <코드8> 포스터

영화 <코드8> 포스터 ⓒ 넷플릭스


영화는 진정으로 분노한다면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연대해야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자신보다 약한 이들을 짓밟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약자인 초능력자들은 스스로가 악순환을 자각하고 연대할 때에 비로소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중 주요 사건들은 코너가 어머니를 치료하는데 치유 능력을 지닌 '니아'를 이용하려다 포기하고 개럿이 죽은 팀원들의 복수를 하면서, 즉 초능력자들 간의 유대감과 연대가 생겼음을 보여주면서 일단락된다. 또한 특수 인간 차별 금지 법안 통과를 끝으로 마무리되는 영화는 그 순간부터 무채색의 차가운 조명을 따뜻한 태양 빛을 강조하는 조명으로 전환하면서 연대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문제는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SF 영화라면 SF 스러운 상상력을 토대로 색다른 설정 혹은 볼거리를 제시하면서 의도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임무를 다하기에는 <코드 8>의 상상력이 다소 빈약하다. 영화의 설정과 장면들을 다른 영화들로부터 차용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인데, 특히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와의 유사점이 두드러진다. 물론 두 영화가 유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략적인 설정이나 주제의식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캐릭터 묘사까지 비슷한 점은 빈곤한 상상력을 방증하는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코드 8>은 물과 불을 다루는 능력, 염동력, 텔레파시, 다른 사람의 능력을 일부 가져오는 능력 등을 초능력으로 제시하는데, 이는 아이스맨, 파이로, 진 그레이, 매그니토, 프로페서 x, 로그 등 인기를 모았던 엑스맨 속 캐릭터들의 복사 혹은 변형에 불과하다. 심지어 텔레파시로 등장하는 마르쿠스 서트클리프는 능력은 물론 헤어스타일 및 패션 등의 외양마저도 프로페서 x를 연상시킨다. 센티넬과 유사한 의미를 상징하는 가디언 역시 상공을 날아다니는 비행체로부터 발사된다는 측면에서 구체적인 설정까지 센티넬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유사성은 엑스맨과는 엄연히 다른 <코드 8>만의 문제의식과 메시지의 고유성을 저하시키고, 마치 엑스맨 시리즈에 종속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또한 영화는 다소 익숙하고 편안한 전개에 안주한다. 영화의 전체적인 내러티브의 구조는 원형적인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할리우드 영화가 영웅의 여정, 성장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작품은 이러한 원형을 비틀려고 하는 대목조차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코너의 어머니는 그가 아버지처럼 범죄의 길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코너가 결국 마약 조직에 가담하는 전개는 아버지를 죽일 거라는 운명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오이디푸스 신화를 차용한 전개나 다름없다. 그 외에도 불우한 환경의 유년 시절, 자신의 능력을 알지 못하는 주인공을 도와주는 멘토의 등장과 그로 인한 주인공의 각성, 연민 혹은 사랑을 느끼게 되는 여성의 등장 등은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제시한 영웅 신화의 구조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는다.

링컨 시티라는 도시 역시 다른 디스토피아 영화들의 공간적 배경과 구분되는 매력 혹은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한다. 도심으로 갈수록 부유한 마천루가 모여 있고 외곽부는 할렘인 모습은 다른 디스토피아 영화들의 전형을 따라갈 뿐이다. 그렇다고 <헝거게임>처럼 국가 혹은 도시를 산업과 부의 수준에 따라 나누어서 변화를 주려는 식의 노력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영화의 공간을 무의미하게 그저 소모한다. 이에 더해 특정 시퀀스가 다른 영화를 연상시키는 부분도 있다. 대표적으로 마약을 이송하는 시퀀스의 경우 헬기를 드론으로, 밤을 낮으로만 바꿔보면 시퀀스의 진행이나 구도 자체가 <다크 나이트>에서 하비 덴트를 호송하는 시퀀스와 매우 흡사하다. 이 장면은 코너와 가렛의 그 다음 행보에 영향을 주는 결정적인 순간인데, 영화의 기시감은 이러한 감흥마저 헤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드 8>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재미를 보장해 주기는 한다. 다른 영화들의 특정 장면이나 설정들이 보인다는 것은 바꿔 말해서 한 순간 순간의 재미와 긴장감을 확실하게 보장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단지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관찰력과 통찰을 인물 간의 관계 안에 잘 녹여 놓고도 지나치게 익숙하고 뻔한 구조와 전개, 설정들로 그 장점을 온전히 살려내지 못한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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