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 위에 건물주'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대한민국 사회의 부동산을 향한 욕망을 상징하는 씁쓸한 표현이다. 심지어 '갓(God)물주'란 유행어가 돌 정도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건물주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꿈이 되어버렸다.

최근 갓물주 대열에 이름을 올린 연예인들이 늘고 있다. 스타들의 재테크 성공 사례가 잇달아 언론에 등장하고 건물이 많은 연예인일수록 능력자로 대접받는다. 이들은 어떻게 '부동산 큰 손 스타', '연예인 빌딩 부자'가 되었을까?

지난 21일 방송한 MBC < PD수첩 > '연예인과 갓물주' 편은 연예인 건물주들의 투자 방법을 들여다보았다. 연예인 건물주, 그들만의 특별한 부동산 투자법은 무엇일까?
 
<PD수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 PD수첩 >이 한국 탐사 저널리즘 센터 데이터팀과 함께 지난 5년 동안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분석한 결과, 매체에 공개된 연예인 건물주는 총 55명에 이른다. 이들은 건물 63채를 매입했다. 매매가 기준으로 거래 총 액수는 무려 4700억 원에 달한다.

분명 일부 연예인들이 고소득자임은 사실이지만,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빌딩 여러 채를 자기 자본만으로 사는 건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고가의 건물들을 살 수 있었을까? 스타들이 구입한 건물의 등기부 등본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배우 공효진씨는 2013년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37억 원짜리 건물을 매입했다. 그런데 등기부 등본엔 그녀가 해당 건물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 26억 원을 받았다고 돼 있다. 여기에 상가보증금 3억 원을 빼면 공효진씨가 건물을 매입하는 데 쓴 자기 자본은 8억 원 남짓이다. 그녀는 2017년 이 건물을 60억 원에 팔아 23억 원의 매매차익을 남겼다.
 
<PD수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배우 하정우씨도 은행에서 고액의 대출을 받아 건물을 산 경우다. 그는 2018년 종로에 있는 81억 원짜리 건물을 매입하면서 은행으로부터 57억 원가량의 대출을 받았다. 송파구 방이동의 127억 원 상당의 건물을 매입할 때에도 은행에서 99억 원을 빌렸다.

건물 매입 과정에서 은행으로부터 70~80%에 육박하는 고액의 대출을 받고, 건물 임차인들의 보증금까지 포함하면 자기 자본금은 10% 정도밖에 안 들이는 '은행 대출' 방식은 연예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 PD수첩 >이 한 중개업소가 소개한 매물로 은행 몇 군데에서 상담한 결과 보통 70~80%, 많게는 90%까지 대출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들이 건물 대출에 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부동산 콘텐츠를 다루는 개인 방송의 분석을 들어보자.

"정책적으로 지금 아파트 쪽을 굉장히 눌러, 대출을 눌러왔잖아요. 규제를 해놨잖아요. 금융기관들, 은행이나 그런 곳들은 대출해 줄 데가 없는 거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상가 쪽이나 건물 쪽으로 오히려 레버리지(대출 효과)가 비율이 더 늘어났습니다. 더 대출을 많이 해줍니다."
 
<PD수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연예인 건물주들이 활용한 또 다른 투자 비법은 '법인 설립'이다. 배우 권상우씨가 구입한 등촌동에 위치한 건물의 소유권은 그의 개인 명의가 아니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그가 사내이사, 대표이사를 지낸 케이지비필름의 소유로 나온다.

배우 한효주씨도 은평구의 건물을 매입할 적에 아버지가 대표로 있는 가족 법인을 활용했다. 배우 이병헌씨, 배우 김태희씨도 법인 명의로 건물을 사들였다. 연예인들은 왜 법인 명의로 건물을 매입하는 걸까? 양은진 세무사는 세금 혜택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양도 차익이나 과세의 표준이 되는 금액이 5억 원을 넘게 될 때, 개인의 경우에는 (양도소득세가) 42%예요. 여기다가 지방세 포함하면 세율이 46.2%가 되겠죠. 그렇지만, 법인의 경우에는 (법인세) 20%만 적용받거든요. 그러면 지방세 포함하면 22%밖에 안 된다는 말이죠."

이처럼 건물을 매도할 때 법인의 혜택은 크다. 한 부동산업자의 설명에 따르면 개인이 1년 이내 건물을 매각하면 양도소득세가 50% 부과되지만, 법인은 22%만 내면 된다. 여기에 상가임대사업의 경우 리모델링 비용, 유지보수비, 관리인고용 비용 등으로 세금을 깎아주어 실제 내는 세금은 10~15%에 불과하다.
 
<PD수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법인의 세제 혜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임대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 역시 개인보다 유리하다. 예를 들어 임대 소득 4억 원이 발생하면 개인의 임대소득세는 1억 4800만  원이다. 반면 법인의 임대소득세는 6800만 원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종합부동산세도 상가 건물의 경우는 기준이 다르다. 이제문 창조도시경제 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주택은 건물과 토지에 동시에 종합부동산세가 부과가 되는데, 일반 건축물인 경우에는 건물에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지 않고 토지에만 부과가 됩니다. 근데 일반 건축물이 세워져 있는 토지의 가격이 28억 원 미만일 경우에는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아요."

1990년대까지 정부는 제조업과 도·소매업이 아닌, 비업무용 부동산의 경우에 많은 세금을 부과해 법인의 부동산 투기를 막았다. 하지만, IMF 사태 이후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법인의 세제 혜택을 대폭 늘리면서 비업무용 부동산에 관한 규제가 사라져버렸다. 2018년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법인이 누리는 이익이 더욱 늘었다.

최근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 여러 규제를 내놓자 이를 회피할 요량으로 법인 설립이 급증하는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부동산업 신설법인 추이' 자료를 살펴보면 2017년 9379개, 2018년 1만145개였던 신설 부동산업 법인 숫자가 2019년에 1만4753개로 급등했다. 법인이 생산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세금을 줄이거나 개인의 부를 축적하는 투기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시중엔 부동산 법인 설립에 관한 강좌까지 판을 치는 중이다.
 
<PD수첩> 프로그램의 한 장면

프로그램의 한 장면 ⓒ MBC


빚을 내서라도 건물주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무조건 비난할 순 없다. 더구나 연예인은 인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은 부동산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고 생각한다. 절세의 방법일 뿐, 탈법을 저지르지도 않았다.

문제는 연예인이 건물을 사고팔아 시세차익을 남기는 과정에서 지역 상권이 들썩인다는 점이다. 언론은 연예인 건물주를 '투자의 귀재', '재테크', '대박' 등 수식어를 사용한 마케팅으로 띄우면 일대의 건물 가격을 올린다. 그 다음엔 임대료 상승이 이어진다. 몇 개월 후 폭등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기존 상인들이 떠나고 상권은 부동산 시장으로 변한다. 성수동과 용산 해방촌이 대표적인 사례다.

< PD수첩 >이 취재한 연예인 건물주 대부분은 "이게 문제가 될 줄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적으로 문제 될 일은 아니다"란 의견도 덧붙였다. 그러나 연예인은 청소년들이 선망하고 큰 영향력을 미치는 직업이다. 연예인 건물주, 시세차익, 부동산 법인은 여러모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용산 나눔의 집의 원장인 김종훈 신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소위 얘기해서 더 가난한 사람들, 2 대 8의 사회 속에서 8에 해당하는 사람들과 공존할 수 있는 투자냐? (그렇다면) 그건 윤리적인 투자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비윤리적인 투자라고 이야기하거든요. 최소한 연예인 분들이라면 윤리에 대한 부분을 조금은 고민하실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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