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는 선역인지 악역인지 구분이 쉽지 않은 중립적인(?) 인상과 중저음의 멋진 목소리, 안정된 연기로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다. 특히 <동감>이나 <봄날은 간다> 같은 멜로 장르부터 <올드보이> <심야의 FM> 같은 범죄 스릴러, <꾼> <돈> 같은 경쾌한 느낌의 범죄물까지 다양한 장르의 연기가 모두 가능하다는 점은 유지태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유지태는 영화 쪽에서 꾸준히 히트작을 내고 있는 것과 달리 드라마에서는 상대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겨울연가>의 오수연 작가와 최지우의 만남으로 화제가 된 <스타의 연인>이 평균 한 자리 수 시청률에 그친데다, 이외의 작품들도 엄청난 히트를 치지는 못했다. 심지어 작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드라마로 제작된 기대작 <이몽>은 4.3%의 낮은 시청률로 종영했다. 

이처럼 드라마에서는 오랜 기간 징크스 아닌 징크스를 겪고 있는 유지태지만 오는 25일 첫 방송되는 tvN 주말드라마 <화양연화-꽃이 되는 순간>(이하 <화양연화>)은 기대를 걸어도 될 법하다. 이번 작품에서 지난 10년 가까이 실패를 모르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최고의 파트너를 만났기 때문이다. 바로 2018년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드라마 <마더> 이후 2년 만에 시청자들을 만나는 배우 이보영이 그 주인공이다.

슬럼프 이겨내고 2010년대부터 '시청률 여왕'으로 거듭난 이보영
 
 이보영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SBS 연기대상과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휩쓸었다.

이보영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SBS 연기대상과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휩쓸었다. ⓒ SBS 화면캡처

 
공주대 재학 시절이던 2000년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해 대전-충남 진에 당선된 이보영은 졸업 후 서울여대 국문과에 편입해 고전문학을 전공했다. 아나운서가 꿈이었던 이보영은 2002년 MBC 아나운서 시험에 도전했지만 최종 2인까지 올라갔다가 탈락했다. 당시 이보영을 제치고 합격을 한 아나운서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했던 이정민이었다. 

2003년 SBS <백수탈출>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연예계로 들어선 이보영은 드라마 <애정만세> <장길산>, 영화 <우리형>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이보영은 데뷔 초 엄청난 다작 배우로 유명했는데 실제로 2005년에는 SBS 대하드라마 <서동요>와 KBS 일일드라마 <어여쁜 당신>, 그리고 유하 감독의 영화 <비열한 거리>를 동시에 촬영하는 살인적인 강행군을 펼치기도 했다. 

당시 이보영은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연예계 은퇴까지 심각하게 고려했다. 하지만 2004년 드라마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에 함께 출연하며 친분을 쌓았던 지금의 남편 지성이 이보영의 은퇴를 적극 만류했다. 이보영은 2011년부터 MBC 주말 드라마 <애정만만세>와 KBS수목드라마 <적도의 남자>를 연속으로 히트시키며 하지원과 함께 '포스트 김희선'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배우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보영은 2012년과 2013년에 걸쳐 방송된 KBS 주말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서 이서영 역을 맡아 47.6%라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률 여왕' 타이틀을 따냈다. 하지만 <내 딸 서영이>가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기록했음에도 이보영은 2012년 KBS 연기대상에서 이상윤과 베스트커플상을 수상하는데 그쳤다(<내 딸 서영이>는 이야기가 종반으로 넘어간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청률이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보영은 2013년 '친정'이라 할 수 있는 SBS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출연하면서 '시청률 여왕'의 기세를 이어갔다. 매사에 의욕이 없는 국선전담변호사 장혜성을 연기한 이보영은 이종석, 윤상현, 이다희, 정웅인과 뛰어난 연기호흡을 과시하며 25%가 넘는 시청률을 견인했다. 이보영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통해 SBS 연기대상과 제50회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을 휩쓸며 '이보영 시대'를 활짝 열었다.

출산 후 2년 만에 복귀, 유지태의 '드라마 징크스' 함께 극복할까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낮았던 <마더>는 백상예술대상 작품상과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경쟁부문 진출로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낮았던 <마더>는 백상예술대상 작품상과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경쟁부문 진출로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 tvN 화면 캡처

 
2013년 동료배우 지성과의 결혼 후 2014년 <신의 선물 - 14일>에 출연한 이보영은 임신 소식과 함께 약 3년의 공백기를 가졌다. 첫 딸을 낳고 육아에 전념하던 이보영은 2017년 박경수 작가의 신작 <귓속말>을 통해 복귀했다. <귓속말>은 남편 지성이 주인공이었던 동시간대 전작 <피고인>(29.7%)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최종회 시청률 20.3%를 기록하며 3년의 공백이 무색한 좋은 성적표를 얻었다. 

이보영은 2018년 <위기일발 풍년빌라> 이후 8년 만에 tvN으로 돌아와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마더>에 출연했다. <마더>는 방영기간 내내 한 번도 5%의 시청률을 넘기지 못하며 이보영의 이름값에 비해 다소 고전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웰메이드 드라마로 훌륭한 작품성을 인정 받은 <마더>는 아시아 드라마로는 유일하게 제1회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경쟁부분에 진출했고 2018년 백상 예술대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작년 설날 둘째를 득남한 이보영은 다시 1년간 공백기를 갖다가 25일 첫 방송되는 tvN 주말 드라마 <화양연화>로 돌아온다. '나이 든 청춘'의 러브 스토리를 표방하는 <화양연화>에서 이보영은 마트 캐셔, 피아노 레슨, 피아노 연주 알바로 힘든 삶을 보내고 있는 싱글맘 윤지수를 연기한다. 26년 만에 만난 첫사랑과의 재회를 통해 새로운 사랑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얼핏 영화 <건축학개론>이 떠오르기도 한다. 

<화양연화>를 통해 '드라마징크스'를 깨고 싶은 유지태는 겉으로는 재계를 대표하는 매력적인 꽃중년 기업가지만 실상은 정리해고를 일삼는 가혹하고 냉혈한 대기업 회장의 사위 한재현 역을 맡았다. 여러 단편 및 독립 영화에 출연하다가 작년 드라마 <남자친구>로 얼굴을 알린 전소니와 아이돌그룹 GOT7 진영이 이보영과 유지태의 대학시절을 연기할 예정이다. 

높은 대중적 인지도에 비해 드라마에서 유독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유지태와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시청률 또는 작품성에서 높은 성과를 올리는 이보영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중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충분하다. 하지만 2011년 <애정만만세>를 시작으로 10년 가까이 '불패신화'를 달리고 있는 이보영의 실패는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시청자들의 주말밤을 책임질 <화양연화>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이보영(오른쪽)은 2년 만의 복귀작인 <화양연화>에서 오랜만에 정통 멜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보영(오른쪽)은 2년 만의 복귀작인 <화양연화>에서 오랜만에 정통 멜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 <화양연화>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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