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대성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돼 현재에 이르고 있는 DSP 미디어는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아이돌 업계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했다. 특히 90년대 DSP의 '원투펀치'였던 젝스키스와 핑클은 H.O.T.와 S.E.S.의 유일한 라이벌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시 DSP는 SM 아이돌보다 멤버가 한 명 더 많은 팀을 데뷔시키는 소위 'SM+1' 전략으로 톡톡히 재미를 누렸다.

2000년대에 들어서도 DSP의 감각은 여전했다. 비록 아시아 전역에서 사랑 받은 SM의 동방신기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005년 DSP에서 선보인 5인조 보이그룹 SS501은 빅뱅 데뷔 전까지 보이그룹의 2인자 포지션을 차지하며 쏠쏠한 인기를 얻었다. 2007년에 데뷔한 걸그룹 카라 역시 2009년 <미스터>가 한일 양국에서 큰 사랑을 받으면서 DSP의 건재를 알렸다(물론 이 시기 DSP는 이미 YG엔터테인먼트,J YP엔터테인먼트에게 밀렸지만).

하지만 DSP는 2009년 카라의 동생그룹으로 데뷔한 레인보우, 젝스키스를 계승한 에이젝스 등이 나란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슬럼프에 빠져 있다. 현재 DSP소속 가수 중 제대로 활동을 하고 있는 팀은 2017년에 데뷔한 4인조 혼성그룹 KARD와 2015년에 데뷔한 6인조 걸그룹 에이프릴 뿐이다. 그리고 KARD가 국내보다는 해외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현재, 22일 7번째 미니앨범 < Da Capo >를 발표한 에이프릴의 활동과 성과는 DSP에게 매우 중요해졌다.

DSP의 귀여운 막내 걸그룹, 선배들 해체로 회사 걸그룹 에이스로
 
 데뷔 2년 만에 멤버 2명이 탈퇴한 에이프릴은 윤채경과 레이첼이 합류하면서 팀을 재정비했다.

데뷔 2년 만에 멤버 2명이 탈퇴한 에이프릴은 윤채경과 레이첼이 합류하면서 팀을 재정비했다. ⓒ DSP 미디어

 
에이프릴은 2015년 8월 DSP에서 선보이는 3번째 현역 걸그룹으로 데뷔했다. 당시만 해도 에이프릴 멤버들의 평균나이는 17.5세에 불과했고 회사에도 선배 그룹인 카라와 레인보우가 활동 중이었다. 따라서 에이프릴은 마냥 귀여운 DSP의 막내그룹으로 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실제로 에이프릴의 팬들은 멤버들을 '사월이들' 혹은 '프릴이들'이라고 부르며 언니들 품에서 무럭무럭 자라 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카라가 2015년 5월 < CUPID >, 레인보우가 2016년2월 < Whoo > 앨범을 끝으로 사실상 활동을 접으면서 에이프릴은 졸지에 DSP를 이끌어 가야 할 에이스 걸그룹 자리를 물려 받았다. 하지만 에이프릴 역시 데뷔 앨범을 내자마자 멤버 소민이 개인사정으로 탈퇴하는 악재가 발생했다(소민은 2017년 KARD 멤버로 합류했다). 2016년 10월에는 현주 역시 연기자 전향을 목표로 팀에서 탈퇴했다.

데뷔 1년 만에 멤버 6명 중 2명이 팀을 떠나며 큰 위기를 맞은 에이프릴은 카라 프로젝트, 프로듀스 101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린 윤채경과 미국 포틀랜드 유학파 출신의 레이첼을 새 멤버로 영입했다. 에이프릴은 2017년 1월 3번째 미니앨범을 발표해 타이틀곡 <봄의 나라 이야기>로 활동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봄의 나라 이야기>는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에이프릴의 대표곡이자 걸그룹의 숨은 명곡으로 꼽히고 있다.

에이프릴은 <봄의 나라 이야기>를 시작으로 2017년에만 < MAYDAY >, <손을 잡아줘>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이름을 알렸다. 팀에 늦게 합류했지만 다양한 활동으로 팀 내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던 '맏언니' 윤채경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해 '빈말 캐릭터'로 주목 받았다. 막내 이진솔 역시 이수민의 뒤를 이어 EBS의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에서 12대 하니로 활동하기도 했다.

에이프릴은 2018년 3월에 발표한 5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파랑새>를 통해 데뷔 초창기의 어리고 발랄한 이미지를 벗고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이미지로 변신했다. <봄의 나라 이야기> 때만 해도 팀에 합류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 노래 파트를 많이 얻지 못한 윤채경과 레이첼도 적절히 파트를 배분 받았다. 하지만 미리 예정된 일본 데뷔 일정 때문에 약 한 달 정도 밖에 활동하지 못해 팬들을 아쉽게 했다.

18개월 만에 발표한 신곡, 걸그룹 대전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에이프릴의 셋째 이나은은 SBS <인기가요> MC 등 예능과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에이프릴의 셋째 이나은은 SBS <인기가요> MC 등 예능과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 SBS 화면 캡처

 
<봄의 나라 이야기>, <파랑새> 등 주로 서정적인 노래들을 불러 왔던 에이프릴은 2018년 10월 발표한 6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예쁜 게 죄>를 통해 변신을 시도했다. 에이프릴은 발랄한 느낌의 타이틀곡 <예쁜 게 죄>로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고 팬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대가수' 아이유가 데뷔 10주년 기념으로 디지털 싱글 <삐삐>를 발표하면서 에이프릴의 <예쁜 게 죄>가 돋보일 기회가 크게 줄어 들었다.

DSP는 회사의 '에이스 걸그룹'인 에이프릴을 1년 넘게 방치하면서 팬들의 많은 원성을 샀다. 다행히 멤버 이나은은 2018년7월 웹드라마 <에이틴>에 출연해 10대들 사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고교급식왕>, <본격연예 한밤>, <어쩌다 발견한 하루> 등에 출연하면서 인지도를 부쩍 끌어올렸다. 이나은은 현재도 SBS <인기가요> MC와 <맛남의 광장>에서 알바생으로 출연하며 에이프릴에서 가장 인지도 높은 멤버로 활약하고 있다.

작년 한 해 새 노래를 발표하지 못하고 장기공백을 가졌던 에이프릴은 당초 오는 3월 신곡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에이프릴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컴백이 한 달 이상 연기됐고 4월말에야 1년 6개월 만에 미니 7집 'Da Capo'로 컴백했다(물론 에이프릴은 지난 3월 멤버 이나은과 이진솔이 김이나 작사가와 김형석 작곡가의 '사계 프로젝트'에서 봄을 담당하며 <시간차>라는 싱글을 발표한 바 있다).

22일 공개한 미니 7집 'DaCapo'의 타이틀곡 < LALALILALA >는 신비로운 느낌과 강렬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노래로 에이프릴에게는 다소 낯선 새로운 장르의 댄스곡이다. 이루고 싶은 사랑에게 주문을 외운다는 콘셉트로 특정 멤버에게 의존하지 않고 각 멤버의 보컬이 가진 매력이 잘 드러났다. 이번 앨범에는 < LALALILALA > 외에도 빠른 비트의 신나는 댄스곡 4곡이 들어있고 이나은, 이진솔의 발라드 듀엣곡 <시간차>도 보너스 트랙으로 들을 수 있다.

국내 코로나19의 확산이 주춤하면서 가수들이 속속 새 앨범을 발표하며 컴백이 줄을 잇고 있다. 실제로 현재 가요계에는 (여자)아이들과 에이핑크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오는 27일에는 오마이걸과 청하가 나란히 컴백할 예정이다. 데뷔 후 아직 확실한 실적이 부족한 에이프릴 입장에서는 대단히 힘든 경쟁이 될 수 밖에 없다. 과연 6년 차 걸그룹 에이프릴은 쉽지 않은 환경에서 '전통의 명가' DSP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을까.
 
 22일 새 앨범을 발표한 에이프릴은 아이들,에이핑크,오미이걸,청하 등 쟁쟁한 여성가수들과 경쟁하게 됐다.

22일 새 앨범을 발표한 에이프릴은 아이들,에이핑크,오미이걸,청하 등 쟁쟁한 여성가수들과 경쟁하게 됐다. ⓒ DSP미디어

 
에이프릴 DSP 미디어 걸그룹 대전 DA CAPO LALALILA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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