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야구가 온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수 차례 연기됐던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가 오는 5월 5일 개막을 확정했다. 물론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게 아닌 만큼 무관중으로 시즌을 시작하고 해마다 열리던 올스트전도 취소됐으며 우천 취소 시에는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도 치를 예정이다. 하지만 야구팬들 입장에서는 완전하진 않아도 시즌이 개막된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기쁘다.

작년 시즌 최하위 롯데 자이언츠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며 일부 야구팬들에게 '만년 꼴찌'라는 나쁜 이미지가 박혀 있다. 하지만 4년 연속 꼴찌라는 최악의 암흑기에서 벗어난 롯데는 2005년부터 2018년까지 14년 동안 한 번도 최하위로 떨어진 적이 없다. 따라서 작년 15년 만에 당한 최하위의 설움은 롯데에게도 매우 낯설고 충격적인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작년 시즌이 끝난 후 롯데는 시카고 컵스의 프런트였던 성민규 단장을 새 단장으로 선임했다. 성민규 단장은 롯데에 부임하자마자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움직임, 이른바 '성민규 프로세스'를 통해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물론 성민규 단장이 지난겨울 추진한 여러 가지 행보들이 올 시즌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과연 작년 시즌 우울한 일이 많았던 롯데 팬들은 올 시즌 미소를 되찾을 수 있을까.
 
 24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 연습경기에서 승리한 롯데 선수들이 팔뚝 하이파이브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4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 연습경기에서 승리한 롯데 선수들이 팔뚝 하이파이브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투수진] 외국인 원투펀치 6년 만에 전면 교체, 뒷문은 불안
 
 2020 시즌 롯데 자이언츠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2020 시즌 롯데 자이언츠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 양형석

 
2015년부터 작년까지 지난 5년 동안 롯데 마운드를 상징하던 투수는 외국인 좌완 브룩스 레일리(신시내티 레즈)였다. 레일리는 롯데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5년 동안 910.2이닝을 책임지며 48승53패 평균자책점 4.13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레일리는 작년 181이닝 동안 3.8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5승14패로 불운하면서 재계약에 실패했다.

레일리와 브록 다익손을 보낸 롯데는 우완 댄 스트레일리와 아드리안 샘슨으로 외국인 원투펀치를 구성했다. 스트레일리는 빅리그 8년 경력에 3번이나 두 자리 승수를 올렸던 베테랑이고 샘슨은 작년까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추신수의 동료로 활약하며 6승을 따냈던 투수다. 허문회 감독은 스트레일리와 샘슨으로 구성된 외국인 원투펀치가 최소 20승 이상, 최대 30승 정도까지 책임져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원투펀치가 아무리 좋은 활약을 해준다 해도 국내 선발진의 뒷받침이 없다면 결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작년 재활 시즌을 무사히 마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풀타임 시즌을 보내는 '안경 에이스' 박세웅과 1년 만에 마운드로 돌아온 베테랑 선발 노경은의 활약이 중요한 이유다. 장시환(한화 이글스)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한 롯데로서는 두 우완 선발 중 한 명이라도 무너지면 로테이션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지는 선발진에 비해 마무리 손승락의 갑작스런 은퇴로 뒷문이 허전해진 불펜은 롯데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허문회 감독은 작년까지 선발 투수로 3년 동안 활약했던 김원중에게 마무리 자리를 맡길 예정이지만 김원중은 아직 프로 입단 후 단 1세이브도 따낸 적이 없는 초보 마무리다. 좌완 셋업맨 자리도 계약문제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지 못한 프로 19년 차 고효준에게 또 한 번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롯데의 불펜은 진명호, 박진형 등 기존의 불펜 투수들이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고 마운드에 올라 자신이 책임진 이닝을 확실히 막아내야 한다. 그 밖에 베테랑 송승준과 오현택, 신예 김유영 등의 활약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구승민, 박시영의 복귀도 절실하다. 만약 시즌 초반 필승조가 꾸려지지 못해 뒷문단속에 애를 먹는다면 롯데는 올해도 많은 역전패를 당하며 상당히 고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타선] 민병헌부터 안치홍까지, 쉬어갈 곳 없는 상위타선

롯데는 작년 .250의 팀 타율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선수들의 면면, 특히 상위 타선에 포진된 선수들의 커리어와 이름값을 보면 결코 꼴찌에 머무를 타선으로 보이지 않는다. 작년 롯데 타자들은 일부 선수를 제외하면 평년보다 부진한 성적에 머물렀는데 바꿔 말하면 부진했던 선수들이 예년 만큼의 성적을 되찾으면 롯데의 타격도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는 뜻이다.

롯데의 상징이자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연봉(25억 원)을 받는 슈퍼스타 이대호는 작년 타율 .285 16홈런88타점에 그치며 프로 데뷔 후 가장 심한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성적하락)를 경험했다. 올 시즌 풀타임 1루수보다는 지명타자를 겸할 예정인 이대호는 타격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올 시즌 반드시 성적 반등을 이뤄내며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2009년 이후 10년 만에 3할 타율이 좌절된 손아섭은 올 시즌 골든글러브 5회 수상에 빛나는 리그 최고의 외야수로서 명예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 작년 팀 내 최고 타율(.304)을 기록했던 민병헌도 새끼 손가락 부상으로 50일 가까이 결장했던 작년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다만 4년 34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하며 롯데에 잔류한 전준우는 1루 변신이 여의치 않아 연습경기에서 주로 좌익수로 출전하고 있다.

롯데는 FA시장에서 2+2최대 56억 원을 투자해 골든글러브 3회 수상에 빛나는 국가대표 2루수 안치홍을 영입했다. 만약 안치홍이 KIA 타이거즈 시절 한창 좋았던 2017~2018년 수준의 성적을 회복한다면 롯데는 민병헌-손아섭-전준우-이대호-안치홍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상위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특히 민병헌, 손아섭, 전준우는 모두 장타력과 빠른 발을 겸비한 '호타준족형' 타자들이라 상대 투수에 따라 유동적인 타순 활용도 가능하다.

다만 주전 유격수로 활약해 주길 기대하고 데려온 외국인 선수 딕슨 마차도의 활약은 시즌이 개막하기 전까진 섣불리 판단하기 힘들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자체 청백전에서 홈런포를 터트리며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지만 마차도는 마이너리그에서도 3할 타율을 넘긴 시즌이 없을 정도로 타격이 썩 좋은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평균 수준의 타격에 내야 수비의 안정을 가져다 준다면 롯데의 마차도 영입은 충분히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키플레이어] 지성준은 롯데의 안방을 든든하게 지킬 수 있을까
 
 23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연습경기. 6회 말 1, 3루 상황에서 1루에 있던 롯데 지성준이 추재현 타석 때 2루를 도루하다 런다운에 걸려 아웃되고 있다.

23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연습경기. 6회 말 1, 3루 상황에서 1루에 있던 롯데 지성준이 추재현 타석 때 2루를 도루하다 런다운에 걸려 아웃되고 있다. ⓒ 연합뉴스

 
10년 넘게 롯데의 안방을 지켜 오던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팀을 떠날 때부터 공백은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다. 롯데는 안중열(상무), 나종덕, 김준태 등 유망주 포수들에게 꾸준히 실전 기회를 준다면 2000년대 중반 강민호가 등장했을 때처럼 향후 10년을 책임질 새로운 안방마님이 나타날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롯데에게 닥친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잔인했다. 

롯데는 작년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폭투(103개)와 두 번째로 많은 포일(11개)을 기록하며 포수 자리에 큰 구멍을 깨달았다. 포수 포지션의 외부수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롯데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1군 334경기 출전 경험을 가진 이해창(한화)을 지명할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성민규 단장은 2차 드래프트가 열린 다음날 트레이드를 통해 이해창보다 7살이나 어린 지성준을 데려 왔다.

지성준은 한화 시절부터 뛰어난 장타력을 갖춘 공격형 포수 유망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18 시즌엔 한화의 백업포수로 활약하며 주전포수 최재훈이 341타석에서 1홈런을 치는 동안 224타석에서 7개의 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롯데에서 주전 포수로 활약하며 충분한 출전기회를 보장받으면 강민호 못지 않은 장타력을 가진 포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2014년 프로에 데뷔한 지성준은 6년 동안 1군에서 단 167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한 유망주다. 특히 주전마스크를 쓴 경기는 61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 수비에서는 확실한 믿음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계 메이저리그 포수였던 행크 콩거를 배터리 코치로 영입한 롯데가 '지성준 주전 만들기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지 여부가 올 시즌 팀의 운명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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