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김은희 작가 인터뷰 사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김은희 작가 인터뷰 사진 ⓒ Netflix

  
"좀비가 되면 신분이나 계급은 사라지고 식욕만 남는다. 내가 조선시대 사극 좀비를 다루고 싶었던 이유다." 

최근 온라인 화상채팅을 통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은희 작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리즈를 한 마디로 이렇게 정의했다. SBS 드라마 <싸인> <유령>, tvN <시그널> 등 스릴 넘치는 '장르물'을 통해 진실과 정의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해왔던 김은희는 배경을 500년 전 조선으로 옮겨서도 이를 뚝심있게 이어나갔다.

지난해 1월 첫 공개된 <킹덤>은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 산 사람을 물어뜯는 역병으로 생지옥에 빠진 조선을 그린다. 시즌1이 공개된 이후 전 세계적인 인기 시리즈물로 자리잡은 <킹덤>은 시즌2 공개 직후 한국은 물론 싱가포르·필리핀·태국·홍콩에서도 스트리밍 순위 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영미권에서도 <킹덤>을 보며 한국의 갓과 도포를 주목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김은희 작가의 메시지가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김 작가는 좀비라는 소재를 조선시대에 가져다 놓으며 가장 먼저 '배고픔'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킹덤>에서 가장 처음 역병이 퍼지기 시작한 원인은 배고픈 백성들이 인육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영신(김성규 분)은 좀비로 변한 왕에게 희생당한 어린 아이의 시신으로 몰래 고깃국을 끓여 사람들에게 먹였다. 고깃국을 먹은 사람들은 갑자기 거품을 물고 쓰러지더니 좀비로 변해 산 사람들을 물어뜯었고, 역병은 곧 전염되기 시작했다.

"조선시대에 빗대 이야기 하고 있지만 '탐욕'이라는 주제는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좀비물을 너무 만들고 싶었고 여기에 사극을 결합시키려 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게 배고픔이었다. 배고픔이 어디서 왔을까 생각해 보면 그건 정치를 잘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왜 정치가 잘못됐을까. 자기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탐욕 때문이다.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우리에게 올바른 정치란 무엇인가. 좋은 리더란 어떤 것일까. 그런 얘기들을 하고 싶었다. 좀비물을 즐겨주셔도 좋지만 그런 질문들을 한 번쯤은 해보셨으면 좋겠다."
 
 <킹덤> 시즌 2가 금요일인 지난 13일 넷플릭스를 통해 출시됐다.

<킹덤> 시즌2 스틸 컷 ⓒ 넷플릭스

 
좀비 소재는 이미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고 지난 2017년 영화 <부산행> 이후 한국형 좀비 콘텐츠들도 쏟아지고 있지만,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좀비와 <킹덤> 속 좀비는 분명 궤를 달리한다. 외국인들도 <킹덤> 속 좀비는 너무 빠르고 강해서 더 무섭다며 혀를 내두른다.

김은희 작가는 이를 "<킹덤>의 좀비엔 감정을 넣으려 했다"며 "죽은 좀비가 감정을 느낀다기보다, 우리가 (좀비로 변한) 사람들을 보면서 슬픔, 연민, 동정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말로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배고픔 때문에 전염이 시작됐고 죽어서도 배고픔만을 좇는 불쌍한 존재이지 않나. 빨리 달려야 뭐든 먹을 수 있을 테니, 빨라야겠다 뭐 그런 생각들을 덧입혔다"고 덧붙였다.

<킹덤>이 그동안의 좀비 콘텐츠와 달랐던 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잔인함'. 좀비 소재의 콘텐츠에는 필연적으로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시즌2는 특히나 잔인하고 무섭다는 반응이 많았다. 잘린 머리가 데굴데굴 굴러가는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산 사람의 혀를 뽑는 장면이 묘사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대본을 쓴 김은희 작가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 나는 무섭고 잔인한 것 못 본다"고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시즌1도 잔인해서 거의 보지 못했다. 시즌2는 '아악' 소리 지르면서 본 부분들이 있다. 시즌1이 공개됐을 때 좀비를 좋아하는 주변 지인들은 '너무 약한 게 아니냐'고 하더라. 잔인한 연출은 (시즌2를 맡은) 박인제 감독님의 선택이었다. 그 분만의 장점이 있구나 싶었다. 저는 '그래도 혓바닥은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웃음)"

최후의 악당으로 여성 캐릭터를 내세웠다는 점도 <킹덤>의 특징이었다. 시즌2가 공개된 이후 중전(김혜준 분)은 악당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중전은 아이를 유산했지만 아들을 얻기 위해 몰래 마을의 임신부들을 모으고, 딸을 낳으면 모녀를 모두 죽여버리는 등 파렴치한 짓을 서슴지 않는 악인이었다. 그럼에도 그 역시 딸이라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차별받고 무시 당해야 했고, 결국 아버지를 죽이고 모든 권력을 홀로 얻으려 하지만 실패하고 만다. 

조선시대의 여성 인물이 아버지에게 복수하는 서사는 분명 지금 2020년의 시청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었다. 많은 여성 팬들이 중전에 열광한 것 역시 그래서였으리라. 김은희는 중전조차 능력을 펴보지 못하고 박탈감을 느껴야 했던 시대상을 언급하며 한편으로는 "짠한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유교 사회에서는 아무리 부잣집, 최상위 계층 권력가의 딸이라고 해도 여자는 남자 아래였다. 그것마저도 뭔가 박탈 당한 계급이라고 생각했다. 바로 옆에서 오라버니 조범일(정석원 분)과 아버지가 꿈을 키워가는 걸 보고 박탈감을 많이 느꼈을 것 같다. 심지어 이 아이는 자기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아들을 낳는 일밖에 없었다. 천민 계급과도 비슷한 슬픔이 있다. 그런 서러움과 슬픔을 중전답게, 딸답게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악당이고 못된 아이지만 제가 쓰고 김혜준이 연기를 잘해서 그런지, 나중에는 짠해 보이지 않았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김은희 작가 인터뷰 사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김은희 작가 인터뷰 사진 ⓒ Netflix

 
중전(김혜준 분)을 비롯해 조학주, 덕성(진선규 분), 안현대감(허준호 분), 무영(김상호 분) 등 여러 주요 인물들이 이번 시즌2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회마다 중요한 캐릭터들이 연이어 사망해 시청자들도 놀랐지만 배우들 역시 "나는 언제 죽을까" 걱정했을 정도라고. 김은희는 "인물들의 마지막을 어떤 모습으로 그려야 할까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다"고 전했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에게 어울리는 최후를 만들어주기 위한 고민이었다. 특히 그는 이창의 오른팔이었던 무영의 죽음을 가장 고민했다고 말했다.

"죽은 인물들에겐 대부분 원죄가 있다. 그런데 무영의 죄는 별것 아닐 수도 있지 않나. 세자의 행적을 알려주기만 했을 뿐인데. 하지만 무영은 (세자에 대한) 충심과 가족 사이에서 갈등했을 것이다. 그 정도의 배신도 무영에겐 아주 큰 데미지였다. 어떤 마지막을 맞는 게 좋을까. 자기 부인과 중전의 출산이 겹쳐지는 부분이라, 꼭 그때 죽였어야만 했냐고 (시청자분들이) 물어보신다면 할 말은 없다.(웃음) 무영의 내적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죽음을 맞는 게 어울리지 않나 생각했다."

조선을 위기에 빠트리고 갈등을 조장했던 인물들이 대부분 시즌2에서 사라진 만큼, 시즌3에 등장할 새로운 악당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도 높아졌다. 김은희 작가는 "사실 악역들이 다 죽었지만, 시즌3엔 또 시즌2의 조학주가 그리울 정도로 나쁜 악당이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시즌2의 말미에서 이창은 왕위를 (실제로는 왕의 핏줄이 아니지만) 원자에게 양보하고 북녘 땅으로 향한다. 좀비가 된 아버지를 직접 시해했기 때문에, 자신이 왕이 된다면 또다시 조선에 분란이 생길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좋은 군주가 되기 위해 성장해온 이창이 왕위를 양보한 게 아쉽다는 목소리도 컸다. 김은희 작가는 "그게 이창의 성장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해명했다.

"궁궐 안에서 글로만 정치를 배웠던 창이 동래에 가서 현실을 경험하면서 탁상공론이 아닌, 어떤 왕이 좋은 왕인지 깨닫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이 나라에 분란이 일어나건 말건 창이 왕위를 선택했다면 그게 좋은 성장은 아니지 않을까. 서자인 이창 역시 한때는 혈통에 얽매였던 인물이고 지금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그 인물이 성장했기 때문에 그게 가장 옳은 선택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을 것이다."
   
 킹덤2

<킹덤> 시즌2 스틸 컷 ⓒ 넷플릭스

  
생사초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북방으로 간 창은 시즌3에서 또 다른 새 인물(전지현 분)을 만난다. 특히 좀비를 작은 나무상자에 가둬놓고, 발목에 방울을 달아두는 등 좀비를 사육하는 듯한 모습으로 등장한 전지현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예고했다. 김은희 작가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배경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민초들의 삶을 그려 보겠다"고 자신했다.

"시즌1, 2는 창을 주인공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였지만 안현대감이나 조학주 등 주변의 여러 인물들도 함께 끌고 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전지현씨에겐 '여전사, 여진족같은 배역'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동안 시즌을 이끌고 왔던 주요 인물들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되고 어떤 식으로든 작품을 이끌고 가실 것이다. 그동안 흔하게 보지 못했던 배경이 될 것 같다. 그 곳에서도 치열한 삶을 사는 민초들의 이야기가 많이 부각될 것이다. 그걸 조금 더 잘 그려보려고 노력 중이다."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