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록수 2020'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상록수 2020'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국가보훈처

 
IMF 시대 국난 극복을 위한 희망가로 사랑받았던 '상록수'(김민기 작사/작곡)가 22년만에 새롭게 재탄생했다. 4.19 혁명 60주년을 맞은 지난 19일, 총 24팀 36명 인기가수가 참여한 '상록수 2020'가 공개되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IMF 외환위기로 인해 온 국민이 힘겨워하던 1998년, '상록수'는 당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US오픈에 출전했던 박세리 선수의 맨발 샷 장면을 사용한 공익광고 BGM으로 등장해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 음악에 많은 이들이 눈시울 붉히기도 하고 용기를 얻기도 하며 힘든 시기를 이겨낸 바 있다.

코로나19로 한국과 전세계가 여려움에 처한 2020년 다시 한번 '상록수'가 우리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기 위한 응원의 노래로 등장한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국가보훈처는 "60년 전, 민주주의 위기를 모든 국민이 일치단결해 이겨냈던 과거의 그 날처럼 국민 모두 마음을 모아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상록수2020' 외에도 최근 가요계에선 이한철 등 18인이 참여한 '슈퍼스타', 최성수-최백호-유익종 등 7080 인기가수들이 부른 '이번 생은 이대로 살기로 하자-코로나 앞에서'처럼 응원의 의미를 담은 다양한 곡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군사정권 시절 탄압의 대상...이제는 온 국민의 노래
 
 '상록수 2020'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상록수 2020'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국가보훈처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절개를 지키던 조선시대 사육신을 상징하는가 하면 일제의 탄압 속 농촌 계몽운동을 그린 심훈의 소설 제목으로 쓰이는 등 거친 날씨를 겪어도 사계절 내내 잎이 늘 푸른 나무를 일컫는 상록수처럼 노래 역시 고단한 삶을 살아온 존재였다. 

1977년 김민기가 가사와 멜로디를 쓰고 양희은이 불러 널리 알려진 '상록수'(원제는 '거치른 들판에 푸르른 솔잎처럼')지만, 발표 이후 수년간 탄압의 대상이 되었다. 군사 독재 정권 시절 노동자들의 합동결혼식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금지곡 처분을 받으면서 방송 등을 통해선 전혀 들을 수도, 부를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아침이슬',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등과 더불어 민주화 바람을 타고 해금조치된 이 곡은 '상록수'라는 새 제목을 달고 세상 사람들과의 뒤늦은 만남을 갖게 되었다.

자연스레 경건한 마음을 갖게 하는 장엄한 멜로디와 가사는 언제 들어도 가슴 속 뭉클함을 자아내게 만들었고 IMF 공익광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광고 BGM, 각종 국가 기념일 행사 음악 등으로 사용되면서 온 국민의 노래로 자리매김한다.

의료진과 우리 모두를 위한 응원곡
 
 '상록수 2020'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상록수 2020'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 국가보훈처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는 전 세계 의료진에게 이 곡을 헌정합니다."

가수 강산에, 이은미, 김조한, 백지영, 윤도현, 홍진영, 하동균, 바다(SES), 김필, 알리, 나윤권, 에일리, 규현+려욱+ 예성(슈퍼주니어), 솔지(EXID), 제아(브라운아이드걸즈), 뮤지, 비지, 타이거JK, 라붐, 산들, 조이(레드벨벳), 유아(오마이걸),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오연준(제주소년) 등이 참여한 '상록수 2020'은 코로나19 시대에 발맞춘 작업으로 완성되었다.

'상록수 2020' 메이킹 필름을 통해 프로듀서 김형석은 이 한 곡을 완성하기 위해 36명 참여가수를 총 열흘간 시간대별로 나눠 녹음하고 뮤직비디오 촬영을 병행했다고 설명했다. "마스크를 쓰고 해야 하나 많이 고민하기도 했다"는 그는 노래하는 장면에 한해 가수만 마스크 착용 없이 작업을 진행시켰다. 결과적으로 '상록수 2020'에는 과거 IMF 시대의 응원가 '하나되어'(1999년), 환경보호 메시지를 담은 '더 늦기 전에'(1992년) 등 가요계 올스타들이 참여했던 기존 자선곡 영상 속 단체 가창 같은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

녹음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맞물리면서 각자 따로 녹음해서 만든 작업물이지만, 이번 작업이 주는 의미와 참여 가수들의 정성 만큼은 그 어떤 음악 이상의 감동을 준다.

특히 원곡 고유의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요즘 시대 흐름(랩, R&B)을 덧붙여야하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김형석은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자랑하며 곡을 완성했다. 이밖에 뮤직비디오에선 스튜디오 속 녹음 장면 외에도 의료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의료진들의 사진을 삽입해 그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기도 했다. 

의료진과 국민들에게 힘을 보태주는 음악인들의 움직임은 코로나 시대를 겪는 대중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전 같은 일상으로 돌아길 수 있을지, 기약 없는 기다림이 반복되는 요즘이지만 22년 만에 우리 모두를 위한 응원가로 돌아온 '상록수'처럼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는 그날은 분명 찾아올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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