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플로우의 신보 < FOUNDER >

딥플로우의 신보 < FOUNDER > ⓒ 비스메이저컴퍼니

 
딥플로우의 < 양화 >(2015)는 이센스의 옥중 앨범 < The Anecdote >와 함께 2015년을 상징하는 앨범으로 여겨진다. 이 두 장의 앨범은 아티스트 본인의 개인적 면모를 단단한 서사 위에 담았다. '쇼미더머니'와 음원 차트가 담아내지 않는 힙합, 타협할 수 없는 음악가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거기에 있었다.
 
딥플로우에게 씌워진 이미지는 '타협하지 않는 언더 그라운드'였다. 그리고 지난 수년 간 변화가 있었다. 딥플로우는 '잘 어울려(2015)'에서 산이와 매드 클라운, 배치기, 아웃사이더 등을 직접 거명하면서 "진짜 어울려 니들 무대와 노래 네 회사와 맺은 거래 그 외 니들의 모든 전부"라고 말했다. 그는 힙합이 매스 미디어와 영합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딥플로우와 VMC가 마주한 것은 현실이었다. 레이블의 수장이었던 그는 현실과 타협하는 길을 택했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 했을 '아마두'를 불렀다. 넉살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또 다른 재능을 맘껏 뽐내고 있다.
 
래퍼 저스디스는 딥플로우의 노선 변경을 문제 삼은 대표적인 인물이다. 딥플로우는 저스디스의 디스곡에 '랩'으로 맞받아 쳤지만, 반박하지는 못 했다. '오늘도 힙합'에 출연했던 딥플로우는 '할 말이 없다. 이러한 질문을 받는다면 네 말이 맞다고 대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딥플로우는 '쇼미더머니 777' 싸이퍼에서 이와 같은 가사로 세간의 비판을 언급한다.
 
"딥플로우를 TV에서 보네, 다 중지를 올려 쟤도 돈을 버네, 진짜 잘 어울려"
 
지난 4월 13일, 딥플로우가 < 양화 > 이후 5년 만의 정규 앨범 < FOUNDER >를 발표했다.< FOUNDER >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13개의 수록곡 전체가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듣는 재미가 있다. 존 레전드가 루츠(The Roots)와 만났다면, 딥플로우는 프롬 올 투 휴먼(From All To Human)의 연주를 만났다. '난 뚱뚱해'로 화제를 모은 블루스 뮤지션 최항석도 참여했다. 이 앨범은 상당한 생동감으로 움직인다. 소울, 펑크, 재즈, 블루스 등 힙합의 뿌리인 여러 흑인 음악을 더듬어 가면서, 선굵은 소리를 들려주고자 했다.
 
이 앨범의 문을 여는 곡은 'Panorma'다. 딥플로우가 힙합 음악을 만나게 된 그 날부터, '빅딜'을 거쳐 사장이 되고, < 양화 >를 발표하기까지, 그의 십수년을 파노라마처럼 늘어 놓았다. 딥플로우는 자신이 '타협'을 선택했던 이야기를 숨기지 않는다. 관료제의 폐해(?)를 표현한 '대중문화예술기획업'에서는 딥플로우가 겪었던 불합리한 실화를 재치있게 재현한다. 타이틀곡 '36 Dangers'에서도 사장으로서의 업무를 논하지만, 동시에 래퍼로서의 자의식을 말한다. 손익분기점을 고민하는 사회인이지만, 멋지지 않은 음악을 할 생각은 없다는 것이다.
 
"달콤한 유혹보다 필요한 Money power 날 지킬 갑옷 자본"
- '500' 중

 
이 앨범은 VMC의 설립자(Founer)인 딥플로우의 서사다. 사장이자, 맏형인 그가 견뎌야 하는 무게감, 책임감, 중압감이 스며들어 있다. 그는 이 앨범을 VMC 동료들에게 바친다고 했다. 이 앨범은 VMC의 앨범이다. 앨범의 아트워크에는 딥플로우 뿐 아니라 넉살, 던밀스, 우탄, 오디 등 동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들은 모두 '악당출현'의 후속작 격인 '품질보증'에 직접 참여해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각자의 분량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자, 증인이었던 것이다.

짧은 스킷을 지나, 'Blueprint'와 함께 < FOUNDER >는 마무리된다. 60~70년대 모타운(MOTOWN)의 소울 음악을 빌려온 이 곡에서, 딥플로우는 VMC의 막내 로한과 함께 랩을 한다. 로한의 피쳐링은 상징적이다. 과거를 지나 온 딥플로우가 이제는 미래를 바라보고 있음을 강조해준다. 그가 그리는 청사진에는 함께 역사를 만들어 온 음악적 동료들이 있다.
 
"각자 다 달랐던 그 약속의 장소에 만약 내가 못 닿아도
여기 함께인 걸로 됐어 나는 날 대신하는 내 페르소나들"
- 'Blueprint' 중

 
'딥플로우는 변절자다'라고 말하는 몇몇 힙합 팬들을 만났다. 그의 언행 불일치를 비판할 수 있다. < 양화 >의 서사에 감동했던 사람이었기에,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음악인 딥플로우를 두고 쉽게 변절을 논할 수 있는가. 그는 가장 중요한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어떤 타협도 용납하지 않았다. 틱톡 챌린지와 밈(meme)으로 상징되는 2020년, 딥플로우가 어떤 앨범을 들고 돌아왔는지 생각해보자.

그는 일각의 손가락질을 그대로 받아 내면서도, 우직하게 앨범의 가치에 집중했다. 치밀하고도, 솔직한 서사를 구성했다. < 양화 >에서 그랬듯 자신을 드러내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탄탄한 프로덕션이 이를 뒷받침했다. < FOUNDER >를 다 듣고 나면, 마틴 스코세이지의 누아르 영화처럼 진한 여운이 남아 있게 된다. 올해의 앨범으로 불릴만한 작품이다. '상구형'이 돌아왔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여덟.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