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신과 나: 100일간의 거래> 포스터.

영화 <신과 나: 100일간의 거래> 포스터.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와이드 릴리즈(주

 
눈을 떠 보니 병원 시체안치소였다. 죽음에서 깨어난 '나'는 병원에 누워있는 이유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 때 '나'의 앞에는 미스터리한 신이 나타나 두 번째 삶을 얻고 싶다면 '민'이라는 고등학생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밝혀내라는 미션을 남기고 사라진다. 

지난 8일 개봉한 태국 영화 <신과 나: 100일간의 거래>는 그야말로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느껴 보기 힘든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긴장감으로 어깨를 움츠러들게 만들다가도 어느새 유머로 풀어주기도 한다. 

태국 공포영화 거장 팍품 웡품 감독의 역량

영화의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사람은 2000년대 중반 태국영화 박스오피스 역대 기록을 갈아치웠던 <셔터> <샴>의 공동 감독 중 하나인 팍품 웡품이다. 두 작품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과 함께 작품을 해 왔는데, <신과 나>를 통해 처음으로 단독 연출로 데뷔했다.

그동안 계속해서 공포 장르에 천착해 온 팍품 웡품 감독은, 지난 2017년 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이름을 알린 바 있는 <배드 지니어스>의 네 주인공 중 한 명인 팻 역의 티라돈 수파펀핀요와 함께 판타지 미스터리 그리고 로맨스로까지 발을 넓혔다. 다만, 보는 이에 따라 다양한 장르에서 오는 재미를 만끽할 수도 있고 다양한 장르를 억지로 보여 주려 하는 데서 오는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자신을 수호자라고 소개한 신은 '나'가 '민'이라는 남자 고등학생의 몸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얼마 후 간호사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수호자는, "100일간의 시간 동안 민이 자살하게 된 이유와 민을 자살로 몰고 간 사람들을 밝혀내라"고 말한다. 죽어서 환생조차 할 수 없게 되고 싶지 않으면 말이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고 곧 학교에도 다시 돌아간다. 학교에는 독감이 심하게 걸렸었다고 거짓말하기로 한다. 그런데, 가족들이 좀 이상하다. 엄마만 유일하게 친절하게 민을 챙기고 걱정하고 위한다. 아빠는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알 수 없지만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있지 않은 건 확실하고, 형 '멘'은 말투나 행동이나 분위기를 비춰볼 때 민을 싫어하는 것 같다. 민의 자살 이유가 형일까?

학교에 가니 여자 선배 '파이'가 민의 공부를 도와준다. 올림피아드반 수재인 그녀는 민과는 단순히 튜터와 제자 사이 이상인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친한 여자 사람 친구도 있다. 외톨이였던 것 같은 민의 많지 않은 친구들이다. 시간은 성실히 가는 와중에 나는 다시 수호자와의 거래를 생각해 낸다.

사물함을 들여다보고는 친구의 말을 듣고 중요한 단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노트북의 행방을 찾으려 한다. 근데 민의 노트북을 멘이 가져갔다는 걸 알게 된다. 노트북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민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을 대체 누구일까? 예상의 인물일까, 예상 밖 인물일까.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까?'라는 기대감

영화가 지향하는 바는 실로 다양한 장르가 복합된 복합장르영화가 아닌 성장영화다. 미스터리 스릴러로 시작해 판타지와 로맨스의 과정을 거쳐, 결국 성장으로 나아간 것이다. 몸도 마음도 복잡다단하게 한창 성장하는 시기의 주인공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세상의 다양한 맛들을 보고 듣고 느끼는 과정을 보여 준다. 특히 가정과 학교에서 말이다. 

그 중 의외로 '사랑'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학교에서 민이 가장 함께하고 싶어하는 파이, 가정에서 민이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엄마.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외톨이였던 민의 곁을 지켜 주었던 그들인데, 그들의 배신은 민에게 크나큰 타격을 준다. 그들 나름의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었을 텐데, 민은 거기까지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하여 이 영화에서 장르적 미덕을 찾는다면, 판타지도 미스터리도 스릴러도 아닌 로맨스라고 할 수 있다. 감독이 가장 세심하게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이거니와 러닝타임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그렇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건, 로맨스를 기반한 약간의 복합장르를 지향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겉보기에는 완벽한 복합장르라서 영화 자체에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만약 이 영화의 미덕을 찾자면 초반의 미스터리 스릴러적 요소들이다. 민을 죽음을 몰고 간 이유와 사람들을 밝히는 과정에서 조심스럽고 긴장감 있게 단서들을 하나씩 찾아내는 모습 말이다. 차라리 완급 조절을 하지 말고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지 못하도록 단서들을 찾아 냈다면, 러닝 타임도 훨씬 줄였다면 어땠을까 싶다. 

'장르영화의 대국' 태국에서 관객들 눈에 띄고 인기를 얻으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하는 걸까. 결론적으로 나쁘진 않았다. 왠지 태국 영화가 기다려지는 지점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까?' 하는 호기심과 궁금증에 있지 않을까. 이 영화가 비록 그 시발점이 되지 못할지라도 연결고리 정도로는 충분히 작용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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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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