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사태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포기하도록 만들었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매출에 직격타를 맞았고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또 우리 모두는 봄을 맞아 꽃놀이도, 여행도, 각종 공연도 포기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고 있다.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였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3월 개막했어야 하는 프로야구는 여전히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상황을 주시 중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5월에는 KBO리그가 개막할 수 있을 전망이라는 점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야외 스포츠도 무관중 경기와 같이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5월 5일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유지되지만, 이후에는 야외 스포츠의 무관중 경기를 허용한다는 의미다. 또한 해외 스포츠 리그가 모두 중단된 지금 ESPN이 KBO리그의 중계권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기나긴 스토브리그가 지나고 드디어 개막을 꿈꾸고 있는 KBO리그. 개막 전에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었다. 

우리는 타자들을 '우투우타', '좌투좌타', '우투좌타', '좌투우타'로 구분한다.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는 것을 우투, 왼손으로 던지면 좌투라고 부른다. 또 타격을 할 때 투수를 향해 오른쪽 타석에 서면 우타, 왼쪽 타석에 서면 좌타다. 흔히 야구계에서는 '우투좌타' 선수가 유리하다고들 말한다. 0.01초로도 세이프와 아웃이 결정되는 야구에서는 수비할 때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는 게 조금이라도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 우타자들이 1루까지 도달하는데 좌타자들에 비해 2걸음 정도 손해를 본다. 성인 평균 걸음 폭이 75CM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무시 할 숫자가 아닌 것.

실제 우타자들이 1루까지 도달하는데 좌타자들에 비해 2걸음 정도 손해를 본다. 성인 평균 걸음 폭이 75CM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무시 할 숫자가 아닌 것. ⓒ 두산백과사전

 
또한 좌타자는 1루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우타자보다 빠르다. 우타자가 1루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평균 4.3초이나 좌타자는 4.2다. 왜 그럴까? 우타자가 1루까지 도달하는데 뛰어야 하는 거리와 좌타자가 1루까지 뛰어야 하는데 거리는 실제 약 1m 정도 차이가 난다. 따라서 그 1m가 0.1초라는 미세한 숫자를 만든 것. (아래 타석 사진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나 리그 대표 홈런타자인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선수는 '우투우타'다. 그는 우투우타로도 데뷔 후 지난 20여년간 KBO리그, 일본 리그에 더해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하며 많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3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5 16홈런 88타점을 기록한 그는 이름값에 비해 다소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나 4년 150억 원에 달하는 이대호의 몸값에는 더욱 못 미치는 기록이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만약 이대호 선수가 '우투좌타'라면 성적이 달랐을까. (물론 야구에 만약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내야안타, 병살타의 숫자는 어떻게 변할까
  
 이대호 선수의 조정값

이대호 선수의 조정값 ⓒ 장정환

 
지난 시즌 기록만 보더라도, 좌타자가 우타자보다 평균 12개의 안타를 더 생산했다. 변수는 이대호 선수의 체격이다. 그는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거구다. 그런데 놀랍게도 지난 시즌 그가 기록한 내야 안타는 6개다. 그가 만약 좌타자가 된다면, 발이 느린 점을 감안해도 내야 안타 숫자는 1~2개 이상 더 늘어날 수 있다. (정말 보수적으로 본다고 해도 필자는 최소 한 개는 더 올린다고 본다.) 참고로 그와 비슷한 체격의 우투좌타 최형우(KIA) 선수가 지난해 올린 내야 안타는 숫자는 '7개'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을 꼽아보자면 병살타다. 좌타자들은 평균적으로 지난 시즌에 때린 병살타 숫자가 우타자들에 비해 5개가 적다. 지난해 병살타를 19개 기록한 이대호 선수 역시 1개 이상 줄였을 수도 있다. KIA 최형우 선수의 병살타는 13개였다. 내야 안타는 올리기 힘들어도 우투좌타로 만약 활약한다면 적어도 병살타 2~3개 정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이를 토대로 이대호 선수의 내야 안타는 8개, 병살타는 16개로 예상해 보도록 하겠다.

홈런 숫자와 안타 숫자는 어떻게 변할까
     
이대호 선수가 롯데의 간판 스타로 자리잡은 이유를 꼽아보자면 역시 홈런이다. 맞추는 능력도 능력이지만 장타력은 상대 투수들이 늘 상대하기 곤혹스럽게 만든다. 따라서 다소 전성기가 지났지만 찬스 때 뿜어내는 장타력만으로 투수들이 쉽게 승부하기 힘들 것이다. 실제 그는 2005년부터 (2012~2016 해외 진출) 지난 시즌까지 매년 2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강타자다. 하지만 그가 만약 우투좌타로 변신한다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장타력 유지'다.

그렇다면 왜 우투좌타는 장타력 유지가 가장 큰 걱정거리일까? 가장 큰 이유는 평소에 사용하는 손(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타격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힘을 실어서 스윙을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른손으로 긴 시간 선수 생활을 한 선수가 좌타자로 변신 할 때 많이 하는 훈련은 양손의 힘이 비슷해지도록 균형을 맞추는 훈련(근육, 스윙 등)이다. 과거 스위치 히터 (우타석, 좌타석 모두 활약할 수 있는 타자-기자 주)로 활동한 장원진(현 두산 코치) 선수도 인터뷰에서 '연습량 자체가 다르다'라고 밝혔고 한때 스위치 히터로 전향 하려한 최정(SK)의 경우 하루에 600개씩 배팅볼을 소화했다고 한다. 따라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술과 힘을 모두 다시 정비해야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값이 변할까? 지난 시즌 이대호 선수가 올린 성적은 .285 홈런 16개, 안타 138개다. 위의 표를 토대로 하여 좌타자가 우타자보다 안타를 10개 정도 더 쳐 낸다 가정한다면 이대호 선수의 안타 숫자는 148개 수준으로 나오지 않을까. 다만 홈런 숫자는 줄어든다 본다면 홈런 숫자는 최소 SK의 한동민(12홈런) 선수와 비슷하거나 최대 최형우(KIA) 선수의 17홈런 정도 나오지 않을까. 필자는 그 중간 수준의 값인 14홈런으로 한 번 예상해 보겠다. 

최전성기였던 2010년 2011년에 그가 우투좌타였다면
 
 이대호 최전성기 시절의 예상 성적. 해외 진출 직전 2년간 성적을 토대로 예상 해 본 값. 아무래도 홈런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대신 안타 숫자가 늘어나 그래도 여전히 무서운 타자로 군림 하지 않았을까 예측 해 본다.

이대호 최전성기 시절의 예상 성적. 해외 진출 직전 2년간 성적을 토대로 예상 해 본 값. 아무래도 홈런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대신 안타 숫자가 늘어나 그래도 여전히 무서운 타자로 군림 하지 않았을까 예측 해 본다. ⓒ 장정환


이번에는 그가 해외 진출 직전 2년이었던 2010년과 2011년을 한 번 가정해 보겠다. (여러가지 기록이 있지만, 팬들이 가장 알아보기 쉬운 기록 위주로 살펴보겠다.) 아래는 그가 해외진출 직전 2년간의 기록이다. 참고로 당시 리그 전체 방어율은 2010년 4.14, 2011년 4.18로 2019 시즌 4.18과 상당히 비슷했다. 경기 숫자는 2010년, 2011년 각각 532경기(팀당 132경기)를 진행했다. (2019 시즌은 144경기)

그 시즌에 그가 우투좌타로 활약했다면 어떤 수치를 드러낼까. 올 시즌에서 드러난 비중으로 계산해 본 결과 확실히 홈런은 줄어드나 안타가 늘어 타율은 올랐다. 그리고 병살타가 감소 현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필자의 예상이지만) 리그에 우투수가 좌투수보다 많다는 것을 감안 할 때 우투좌타로 활약을 했어도 저 2년간 총 55~65홈런(한 시즌에 27~33홈런)은 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결국 파워는 감소하는 현상이 나오더라도 감소하는 파워만큼 정확도가 오르기에 어쨌든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로 군림한 후 해외로 진출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다 같은 우투좌타는 아니다

그렇다면 우투좌타로 활약하여도 장타력 감소를 피할 수 있을까? 방법이 있다. 어리석은 답이지만 선천적으로 왼손잡이라면 장타력 감소를 피하는 것이 가능하다. 즉, 수비할 때는 공을 오른손으로 던지고 타격할 때 좌타석으로 들어가면 장타력 손해가 크지가 않은 것.

실제 우투좌타 중에서 장타율 1위를 기록한 선수는 강백호 선수(kt, 0.497)였다. 구자욱 선수(삼성, 0.444)는 7위, 손아섭 선수(롯데, 0.400)는 장타율 4할을 넘겼다. 특히 강백호 선수는 장타율 부분 best 10에 유일하게 들어간 우투좌타 선수다. 이를 토대로 보았을 때 선천적인 왼손잡이가 우투좌타로 변신했을 때 가장 높은 효율이 난다 볼 수 있다. 결국 같은 우투좌타여도 다 같은 우투좌타가 아닌 것.

맺음말
 
 강백호 선수가 유일하게 BEST 10 중 순위권안에 들어간 우투좌타였다. 결국 선천적인 좌타자라면 우투좌타로 활약했을 때 장타율 손해가 크지 않은 것.

강백호 선수가 유일하게 BEST 10 중 순위권안에 들어간 우투좌타였다. 결국 선천적인 좌타자라면 우투좌타로 활약했을 때 장타율 손해가 크지 않은 것. ⓒ 장정환

 
사실, 지난 시즌 100안타를 넘게 기록한 62명의 선수 중 우투좌타는 21명으로 약 34%다. 무엇보다 우타자 보다 내야 안타를 단 한 개라도 더 만들어 낼 수 있어 아마추어부터 선수들이 우투좌타를 선호하는 현상은 그리 새로운 일은 아니다. 현재 통산 최다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박용택(LG, 2439안타) 선수 역시 대표적인 우투좌타 선수다.

하지만 그만큼 장타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뼈를 깎는 노력을 동반하지 않는다면 우투좌타 변신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다. 만약 우투좌타를 생각하고 있는 오른손잡이 유망주 선수라면, 오히려 우타석에서 더 많은 존재감을 뿜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이기에 조금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이대호 선수 역시 우투좌타로 전향할 일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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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이대호 #KBO리그 #우투좌타 #우투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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