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생일> 포스터

영화 <생일> 포스터 ⓒ (주)NEW

 
6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내뱉는 사람들은 변하지 않았다. 2014년 4월 16일,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에는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그중에서 325명, 꽤 많은 수를 차지했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은 수학여행을 가던 길이었다. 그 일이 비극이 될 것이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이 되었고, 많은 사람들의 악몽으로 기억된다.

그 당시에도 쓴 말을 내뱉었던 사람들은 여전히 이 악몽을 정치적 노림수로 사용하고 있다. 왜 그들은 변하지 않는 걸까. 그것이 가짜뉴스에 의한 확증편향이 심해져서라고 할지라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 반대편에서 세월호 유족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다시 겪는다. 그런 정치인들의 '막말'이 한 번 지나가고 나면 그들을 추종하는 지지자들이 다시 한번 그 속을 긁어놓는다. 그렇게 그 고통은 지겹게도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지난하게 이어진다. 

세월호 6주년, 하지만 여전히 아픈 말을 던지는 사람들

세월호 참사 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대통령이 바뀌고, 정부부처의 관리자들도 바뀌고, 여러 가지 사회 시스템도 바뀌어 왔다. 하지만 당시부터 세월호 사건을 그저 단순한 사고로 봐왔던 사람들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그들은 6년 내내 세월호 유족들의 건너편에서 아픈 말들을 던져왔다. 그런 그들에게 유족들의 삶이 어땠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영화를 통해서나마 알려주고 싶다.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는 그들에게 영화 <생일> 관람을 추천한다.  

영화 <생일>은 2019년 개봉했다. 당시 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유족들의 삶과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는 일순간 아들 수호를 잃은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사고 당시의 고통스런 장면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미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그 고통의 순간을 묘사하기보다는 그 이후 남은 가족들과 주변인들이 겪어야 했던 심리적, 사회적 어려움을 보여준다.   

영화는 사건 직후의 상황보다는 2019년 현재의 시점으로 해외에서 귀국하는 수호의 아버지 정일(설경구)과 한국에서 살고 있는 수호의 어머니 순남(전도연)의 뒷모습을 천천히 비춘다. 특히 정일은 이 영화에서 세월호 사건을 직접적으로 겪지 못한 유일한 가족이다. 그는 사건 당시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해외에 발이 묶여 그 사건을 제대로 접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의 뒤를 따라가는 시선은 사건을 밖에서 바라보고 안타까워했던 외부인의 관점을 반영한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고 이후 유족들의 삶
 
 영화 <생일> 장면

영화 <생일> 장면 ⓒ (주)NEW


외부인인 우리는 정일의 생각이나 감정에 좀 더 몰입해서 보게 된다. 딸 예솔(김보민)은 오랜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아빠 정일에게 다가가는 것을 많이 망설인다. 큰 사고 당시 아빠가 옆에 없었던 것 때문인지 예솔이는 도어락 번호를 누를 때도 숫자를 가리고, 선뜻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사고 당시의 순간을 온몸으로 부딪혔던 아내 순남과 딸 예솔이는 그때 이후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일은 그것을 잘 이해하려 하면서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아내를 이상하게 생각한다. 벌써 5년이나 지났는데 왜 그렇게 마음을 닫고만 있는지, 그 당시 사정이 있어서 한국에 있지 않았던 자신에 대해 왜 아무런 이해를 해주지 않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순남은 희생자 가족들 모임에도 나가지 않고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어두운 얼굴로 다른 사람과 교류를 꺼린다. 애써 밝게 웃고 이야기하는 다른 희생자 가족들의 태도에도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 자리를 외면하는 순남을 그 안으로 끌어 들어가려는 정일은 더욱더 아내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거리감을 느끼며 절망한다.

그런 정일은 진정한 외부인의 시선을 몸소 체험한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정일도 서서히 유가족의 위치로 옮겨간다. 바로 보상금에 대한 그들의 태도 때문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유가족들의 고통을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여전히 몇몇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좀 슬프지만 그래도 정부에서 꽤 많이 챙겨 받았잖아."

이 말속에는 날카로운 칼이 들어있다. 그들의 가족은 이미 망자가 되었다. 수억 만금이 그들의 손에 쥐어진다고 해도 그들은 죽어간 자식을 다시는 볼 수 없다. 아직 원인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그 사건은 죽을 때까지 트라우마로 남아 그들을 괴롭힐 것이다. 누군가가 아무렇지 않게 뱉어내는 그런 편견의 말들은 그들의 괴로움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하지만 여전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향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한다. 왜 아직도 그러고 있냐고. 이제 그만하라고.

영화는 그렇게 진정한 유가족의 위치로 옮겨가는 정일의 모습과 여전히 아들 수호를 그리워하는 순남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수호의 생일 파티로 우리를 이끈다. 마치 손을 잡고 그 자리에 함께 참석한 듯한 느낌을 주는 생일파티 장면은 꽤 오랜 시간 이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 사고를 겪은 그들의 마음을 하나 하나 들여다보게 한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시작한 영화는 말미에 가선 관객들로부터 세월호 유가족의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 모든 행사가 끝났을 때, 마지막 시를 듣고 크게 울음을 터뜨리고 마는 정일의 모습은 관객들의 감정을 크게 터트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여전히 막말을 던지는 그들에게
 
 영화 <생일> 장면

영화 <생일> 장면 ⓒ (주)NEW


여전히 이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여전히 뚜렷하지 않은 진실이 밝혀지길 갈구한다. 영화 <생일>은 유가족들의 삶과 태도를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겼다. 그들의 지난 삶은 힘들고 고단했지만, 그들은 미소를 잃지 않으려 애쓰고, 끝까지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알게 됨으로써 진정으로 자식들을 마음에 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막말'을 일삼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만약 그들이 영화 <생일>을 보았다면 그들에게 꼭 묻고 싶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어쩌면 그들은 앞으로도 계속 이해하지 못하고 막말을 던질지 모른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을 이해한다면, 막말을 던지는 이들은 결국 퇴출될 것이다. 그리고 그 막말들로부터 유가족들을, 희생자들을 지켜줄 것읻. 6년 전 그때는 지키지 못했지만 이제는 우리가 지켜줄 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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