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의 기억'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의 이승준 감독, 감병석 프로듀서, 세월호 유족인 단원고 장준형군의 어머니 오현주씨, 김건우군의 어머니 김미나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가 6일 오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의 이승준 감독, 감병석 프로듀서, 세월호 유족인 단원고 장준형군의 어머니 오현주씨, 김건우군의 어머니 김미나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이정민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요즘, 부쩍 6년 전 사건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신속한 조치와 투명한 정보 공개로 성공적인 대응을 보여준 한국 정부는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6년 전 우리는 위기 상황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국가를 지켜봐야만 했기 때문이다. 

16일은 세월호 참사 6주기다. 6년이 지났지만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지난 10일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방해했다는 의혹과 국군기무사령부의 유가족 사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국가기록원 대통령 기록관을 압수수색 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에는 참사 발생 5년 9개월 만에 김석균 전 해경청장 등 해경 지휘부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정에 섰지만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그런 와중에 다시 세월호를 조명하는 짧은 다큐멘터리가 해외 영화제를 휩쓸고 있다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졌다. 그 주인공은 참사 당시 부재했던 국가를 기록한 <부재의 기억>이다. 이 작품은 당시 기록된 영상, CCTV, 교신 음성 등을 통해 세월호 참사부터 촛불집회까지의 과정을 29분으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지난 2018년 뉴욕 다큐멘터리영화제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부재의 기억>은 <기생충>과 함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최종 노미네이트 됐다. 안타깝게도 수상은 불발됐지만 세계 각국에 세월호 참사를 알리고 공감대를 얻는 성과를 거뒀다. <부재의 기억>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으며 14일 현재 260만 뷰(필드오브비전 채널, 더뉴요커 채널 합산)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한 회의실에서 <부재의 기억>의 이승준 감독, 감병석 프로듀서 그리고 세월호 유가족 오현주, 김미나씨를 만났다.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는 검찰 개혁, 사법 개혁이 필수"
 
'부재의 기억'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의 세월호 유족인 단원고 김건우 군의 어머니 김미나씨.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의 세월호 유족인 단원고 김건우 군의 어머니 김미나씨. ⓒ 이정민


<부재의 기억>이 해외 영화제에서 대상을 받고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고 해외 언론들도 영화를 주목했지만 유가족들은 그저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고 김건우 학생 어머니 김미나씨는 "해외에서? 우리나라도 (세월호를) 외면하고 있는데 외국에서 아이들을 기억해주는 영화가 상을 받았다니 좋아해야 하나 싶었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우리에게) 그만하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나라 망신이라고 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솔직히 우리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게 해외에 알리는 건지, 국내에 알리는 건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어떻게든 세월호를 좀 더 많이 알리고, 왜 이게 가족들에게 고통을 주는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길 원했다.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세월호 참사는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80% 정도는 '해결됐는데 왜 아직도 부모들이 저러지?'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거겠지. 그 '왜'를 설명하려면, 왜 이렇게 끔찍한 고통 속에 아직 있는지 이해하려면, 세월호 참사의 본질이 뭔지를 말하는 방법밖에 없다. <부재의 기억>은 그걸 담은 다큐멘터리였다." (오현주씨)

이날 유가족들은 지지부진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비공개 처분 등 취소소송에서 지난 1월 항소심 재판부는 세월호 참사 관련 청와대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앞서 2017년 6월 1심 재판부는 송 변호사 손을 들어줬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공개 청구를 거부한 처분에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통령기록물은 참사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자료이기에 유가족들로서는 아쉬움이 남는 판결이었다. 현재로서는 대법원의 판단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현주씨는 "결국 사법개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진상규명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나아가려면, 정권이 바뀌어야 했고 언론개혁 돼야 했고 검찰개혁, 사법개혁 돼야 했다. 정권이 바뀌었고 지속적으로 언론개혁 얘기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검찰개혁이 핫이슈였는데... 책임자 처벌을 위해서는 검찰 개혁, 사법 개혁이 필수다. 열심히 조사하고 재판에 세우면 모두 풀어주지 않나. 대한민국의 문제와 세월호 문제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지금은 대법원뿐만 아니라 모든 재판부를 불신하고 있다. 지난해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세월호) 가족들이 열심히 참여한 이유도 누구를 지지해서가 아니었다. 검찰개혁이 곧 우리의 문제였다. 특수단을 만들어야 하고 거기서 성과를 내야 하는데, (당시엔) 그것도 명확하게 보이지 않아 화가 났었다."


"미국 회사 필드오브비전, 세월호 참사 설명하니 깜짝 놀라더라"

아래는 네 사람과의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부재의 기억'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의 이승준 감독.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의 이승준 감독. ⓒ 이정민


- '코로나 19' 여파로 인해 모든 게 멈춰 있는 상황이다. <부재의 기억>도 올해 준비했던 게 있었을 텐데.
이승준 감독(아래 이) : "원래 미국에 다녀오기 전부터 배급사와 그런(향후 일정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물론 단편이니까 극장 개봉은 어렵지만 어떻게든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보자고 하고 아카데미에 갔다 왔다. 그런데 다녀오니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졌다. 코로나19가 이렇게 심각하지 않았을 때 동료 PD나 감독들에게 '개봉 안 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 '개봉을 어떻게 하지?', '너무 짧은데 조금 늘려야 하나' 고민하던 와중에 코로나19가 확 터진 거다. 어떻게 해볼 수도 없었다. 그 외에도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이하 가협)를 통해서 공동체 상영 요청이 굉장히 많았다. 이제는 거의 다 취소됐다."

- 세월호 참사에 대해 잘 모를 법한 미국에서 이 기획이 시작됐다고 들었다. 어떤 계기로 다큐멘터리가 제작된 건가.
이 : "미국 회사 필드오브비전은 전 세계의 시사적인 이슈를 단편 다큐멘터리로 만드는 걸 지향하는 곳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 어떤 일이 있다면 그 나라의 감독을 찾아 의뢰를 한다. 처음부터 (필드오브비전이) 세월호 참사로 접근한 건 아니었다. 당시 한국은 한창 촛불정국이었고, 그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찾고 있다고 하더라. 오퍼가 왔을 때 촛불정국이 어떻게 세월호 참사와 깊이 연관돼 있는지 설명을 해줬다. 그쪽에서도 이미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알고 있었는데도 그 안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설명하니까 깜짝 놀라더라. 굉장히 충격받았다더라. 그래서 이걸로 하자고 해서 시작하게 된 거다."

감병석 프로듀서(아래 감) : "(필드오브비전은) 단편 다큐멘터리를 원하는데 촛불정국이 워낙 복잡하지 않나. 최순실 국정농단을 일단 이해해야 하고 한국의 재벌 문제도 함께 이야기해야 하니까, 너무 복잡하다. 뭔가 상징적인 사건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그게 세월호 참사였다. 세월호는 많은 시민들을 거리로 나오게 만든 힘이기도 하고. 또 해외에서 세월호 사건을 알고 있지만 한국에서 학생들이 많이 죽었다는 걸로만 알고 있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살고 있다는 건 모르더라. 예전부터 이 감독이 그런 고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세월호는 결국 촛불혁명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하나로 집중할 수 있고, 그게 단편 다큐멘터리에는 맞다는 게 저희 제안이었고 그걸 회사에서 받아들였다."

오현주씨(아래 오) : "사실 미국에서 제작 의뢰가 들어오기 전부터 감 피디님과 세월호 참사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고 김관홍 잠수사가 떠나고 나서 잠수사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세월호 참사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이야기가 진행되던 와중에, 미국(회사)의 제안이 들어온 거다. 이 감독님은 이 사실(다큐 제작 계획)을 정확히 모르고 있었고 저와 감 피디만 알고 있는 얘기였다. 타이밍이 잘 맞았다. 이 감독님에게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미국에서 먼저 이 감독님에게 이야기를 해서 거꾸로 우리에게 다시 제안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에서 제안이 들어왔기 때문에 처음부터 해외에다 더 알릴 수 있겠구나 인지한 상태에서 시작했다."

김미나씨(아래 김) : "우리 아이들 이야기가 전 세계에 알려지면 우리도 힘을 얻을 수 있지 않나 싶었다. 부모들이 주춤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뒤에서 미는 것 같았다. '뭐하고 있어, 나 아직 억울해 엄마.' 그런 채찍질 같다는 생각도 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고, 6주기도 다가오고 총선도 다가오니까 새롭게 더 이야기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코로나에 발목을 잡혔다."
     
"세월호 참사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말해주고 싶었다"
 
'부재의 기억'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의 세월호 유족인 단원고 김건우군의 어머니 김미나씨와 장준형군의 어머니 오현주씨.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의 세월호 유족인 단원고 김건우군의 어머니 김미나씨와 장준형군의 어머니 오현주씨. ⓒ 이정민


- 이미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한 콘텐츠는 많이 나왔지만 기획 단계부터 해외를 겨냥한 것은 처음이지 않나. 다르게 접근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나?
감 : "세월호 참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당시 참사 3주기가 지났을 때였고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가 나왔지만, 대부분 진실과 침몰 원인에만 집중돼 있었다. 그런 것들도 어떻게 보면 위험하다. 한쪽에서만 이야기 하니까. 우리 사회가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에 대한 공감대 없이, 진실과 음모만 이야기 하는 거다. 그러한 건조한 이야기가 반복되니까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도 '지겹다, 아직도 그 이야기냐'고 느낀 게 아닐까 싶다. 침몰 원인, 정권, 보상금. 키워드가 몇 개 없었다."

오 : "고통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장면은 (희생자) 부모들의 울부짖는 모습, 싸우고 물대포 맞고 굶고 삭발하는 등 투쟁의 과정. 그게 고통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콘텐츠들이 대다수였다. 참사의 원인에 대한 각자의 주장을 담은 콘텐츠도 있었지만 대부분 다큐멘터리로 만난 건 부모의 싸움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세월호 참사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말해주는 것이었다."

- <부재의 기억>은 이 사건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보여주려는 작품처럼 보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는 단적으로 말하면 배가 침몰한 사건이지만, 들여다보면 엄청나게 크고 방대한 사건이다. 사건을 소개하기 위해 어떤 점을 가장 신경썼나. 
이 : "저희들에게 가장 중요했던 건 고통이었다. 그게 어디서 시작됐는지 보려면 그때로 돌아가야 했다. 철저하게 그 시간에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고 그때 해경, 청와대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지 정리하려고 했다. (<부재의 기억>을) 파편적으로 보면 새롭지 않다. 이미 뉴스에 많이 나온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당시 생방송 보듯 뉴스로 봤지만, 이제는 배가 침몰했고 희생자 숫자로만 기억한다. 하지만 그때의 팩트들을 제대로 배치한다면, 그 고통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타임라인 만드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 

감 : "목포 신항에 인양된 세월호가 들어올 때 어머니들이 우시고 기절하시고 그런 장면이 있었다. 미국 회사에서는 그 고통스러운 모습을 관객들이 보는 게 힘들 거라고 하더라. 이 감독은 똑같이 고통을 보여줘야 한다고 그랬지만, 미국 편집자는 오히려 거부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것들을 조율하면서 다큐멘터리가 건조해졌다. <부재의 기억>은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람이 감정을 느낄 공간, 여지가 많다. 구태여 설명할 필요가 없는 거다. 이걸 잘못됐다고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것보다 관객들이 스스로 공감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내레이션도 없지만 보는 순간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걸 외국 관객들도 알더라. 현지에서도 그런 부분에 대한 호응이 많았다."

- <부재의 기억>의 어떤 부분이 해외 관객들을 공감하게 만들었을까. 현지에서 영화를 상영할 땐 어떤 반응을 얻었나.
이 : "처음엔 먼 나라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에 (미국인들이) 공감해줄까 싶었다. 그런데 기우였다. 정확하게 느끼고 우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선장이 제일 먼저 구호보트에 타는 장면에선 웅성웅성 욕하는 소리도 들렸다. 청와대에서 영상을 달라고 하는 장면도 그랬다. 같이 분노하고 공감했다. 영화 끝나고 나면 훌쩍훌쩍 우는 분도 있었다. 관객들 중에 '우리도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더라. 배가 침몰한 참사는 아니지만 국가적 위기에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못해서 국민들을 죽게 만든 역사가 있었다고. 미국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영국 런던에서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 이게 로컬 이슈가 아니었던 거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 아닌가. 위기가 왔을 때 정부가 어떻게 대처하는가. 이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거다."

감 : "사실은 <부재의 기억> 속 영상들은 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것들이다. 우리 언론이 아무도 붙여서 생각하지 않았던 거다. 사실은 찍은 게 많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영화의) 반 이상이 자료다. 팩트를 전달하는 힘이 얼마나 강할 수 있나. 국제보도사진전에서 상을 받았던 것도 그래서였던 것 같다."

오 : "해외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세월호가 낯설고 국내에선 충분히 알고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다. 표면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이 다큐멘터리에 공감하는 이유는 이미 2014년부터 외쳐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안에 사람이 타고 있었다는 것. 그걸 보여준 유일한 다큐였다. 배가 침몰할 때 안에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동시적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총체적인 본질을 보지 못했다. 그걸 영화가 보여준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해외에서 만났던 관객들의 반응과 한국 공동체 상영에서 만난 관객들의 반응이 똑같았다. 한국에서 이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은 이미 세월호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부재의 기억>을 보면 또 놀라더라. 한국 사람들은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 안에 어떤 사람들,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깊이 보지 않은 거다. 이건 가족들에게도 충격적이었다."

"아카데미에 진출했을 때 가장 속상했던 순간은..."
 
'부재의 기억'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의 세월호 유족인 단원고 장준형군의 어머니 오현주씨.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의 세월호 유족인 단원고 장준형 군의 어머니 오현주씨. ⓒ 이정민

 
- 이번 4.15 총선에선 세월호 관련 공약이 눈에 띄지 않았다. 가족협의회에서는 낙선자 명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 : "국회의원들이 늘 선거 기간에만 (세월호 이야기를) 하지 않나. 올해는 그것조차 안 하는 것 같다. 촛불 당시 우리에게 '세월호가 있어서 이렇게 할 수 있었다'고 많은 정치인이 이야기했다. 책임지셔야 한다. 말뿐이 아니라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주셨으면 한다. 국회의원뿐만 아니다. 누구라도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 아직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다. 6주기다. 되게 오래됐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제겐 이제 6년 밖에 안 된 거다."

오 : "얼마 전 제주 4.3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셨더라. 그 분이 대통령이 되신 후 세월호 4.16 추모 행사에는 한 번도 오지 않으셨다. 세월호를 정치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정치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유불리를 따지는 게 아닐까. 아카데미에 진출했을 때 가장 속상했던 순간은, 관객과의 대화에서 질문이 나왔을 때였다. '그래서 지금은? 뭐가 달라졌나. 세월호 참사로 어떤 답을 얻었나.' 이 감독님 답변은 '달라진 게 없다'였다. 정말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촛불혁명을 통해 정권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려는 노력을 했다. 하지만 바뀐 건 없고 바꾸려고 하는 의지만 사라졌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라든지,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낙선 명단 우리가 냈다. 그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바뀐 건 그들을 비난하며 우리는 다르다고 했던 사람들이 더이상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다. 20대 총선 때는 달랐나? 그렇지 않았다. 선거 때가 되면 사람들의 눈치를 본다. 세월호 이야기를 하면 표가 떨어질 것 같은 거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같다. 물론 (정치인들이) 우리 유가족들을 만나면 다르다. 누구를 탓하겠나. 대통령도 그런데. 참고로 저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이고 지금도 좋아한다."

김 : "저는 이제 지지 안 한다고 선포했다. 지지는 안 하겠지만 표는 (민주당에) 찍을 것이다."

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다시, 그래도 찍을 거다. 인간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유가족 옆에서 단식을 한 사람이다. 그 믿음을 저버리는 게 아니다. 정치적 이슈가 아닌데,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 의해 세월호 참사가 변질돼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부모들은 정치적이지 않은데, 그게 속상하다."

감 : "목숨의 가치를 정치적으로만 보니까 (그런 거다). 무고한 목숨들이 희생 당했다. 우리가 추모하고 기억하는 이유는 앞으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인데, 아직도 이야기 하냐니... 그게 저는 이해가 안 된다. 영국에서도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 1919년 1월 1일 1차 세계대전 끝나고 군인 280여 명이 탄 군함이 1km 앞에서 좌초돼서 70명 빼고 모두 사망했다. 10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추모한다. 100주년이었던 2019년 1월 1일 찰스 왕세자가 참석했다. 끊임없이 희생을 기억할 때만 그 희생이 교훈이 될 수 있다. 기억의 가치를 왜곡시키려는 사람들이 있고, 정치인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 "제일 나쁜 게 천안함과 세월호를 비교하는 사람들이다. 천안함의 군인들도 희생자들이다. 저희 아이들도 희생자들이다. 같은 희생자로 봐야지. 희생자를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걸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썩은 거다. 어떻게 희생 당한 사람들을 비교하나."
     
- 몇 년 사이 세월호 참사에 얽힌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치인들의 막말 파문도 있었고 기무사가 세월호 유가족들을 사찰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보는 국민으로서도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오 : "최근 'n번방 사건'이 터지지 않았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데, 요즘 피해자를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저는 당연히 거기에 동의하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엔 피해자를 피해자로 보지 않는 시선들이 계속해서 존재해왔다. 피해자에게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덮어씌우는 것, 피해자가 치러야 하는 대가는 외면하고 보상에만 주목하는 것. 그건 관찰자가 아니라 가해자의 시선으로 보는 거다. 피해자다운 태도를 강요하기도 한다. 'n번방 사건'의 그런 면은 세월호와 똑같다. 유가족에게 피해자다움을 요구하는 거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반드시 드레스를 입어야 한다. 거긴 리포터들도 드레스를 입는다. 그런데 '드레스를 입었다, 화장을 했다, 팔자를 고쳤다' 등 비난들이 많았다. 자식 잃은 엄마를 죄인 취급하는 거다. 피해자다움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라는 거다. 그게 6년간 지속돼 왔다. 천안함의 부모는 피해자답고, 세월호 유가족은 피해자답지 않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n번방 사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다움을 강요하고, 완벽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풍토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피해자의 고통은 보지 않으려고 하는 이런 세태에 화가 났다."

- 언론 신뢰도가 세월호 참사 이후 추락했다. '기레기'라는 말도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대중화 됐다. 세월호 유가족으로서 언론에 대한 실망도 컸을 것 같은데.
김 : "프레임을 짜지 말고 있는 그대로 내가 판단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 처음에 코로나19 터졌을 때 (국내 일부 언론들은) 우리나라가 정말 나쁜 나라인 것처럼 기사를 쓰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쁜 나라로 만드는 언론들이 있다. 그렇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그런 보도가 나왔으면 한다."

감 : "물론 시각은 다를 수 있다. 균형이 필요하고, 시각이 다른 것도 존중해야 한다. 그렇지만 언론을 권력으로 생각하는 건 분명한 것 같다. 팩트를 뒤트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자기들이 갖고 있는 힘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니까 독재 권력처럼 돼 가는 거다."

김 : "정부가 썩고 정치권이 썩어도 기자가 살아 있으면 그 나라엔 희망이 있는데, 나머지 두 개가 괜찮아도 기자가 썩으면 비전이 없는 거다. 과거 독재 시절에도 '그래도 그땐 기자들이 있었다'고 이야기 하지 않나. 자정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코로나19 때 우리 정부가 투명하게 공개하니까 뭔가 되는구나 싶었는데 그래도 기자들은 똑같네 싶더라. 창피하기도 했다." 

감 : "기레기라는 말을 경멸적으로 던지고 나서 그만큼 관심은 사라지는 거다. 기레기라고 욕하지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기레기라고 욕하는 게 도움이 될까? 그렇게 부를 게 아니라 어떻게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지 논의가 돼야 하는데 그런 논의조차 안 되는 게 무섭다. 미국에서도 '트럼프' 한 마디면 되지 않나. '트럼프니까' 하면 끝나는 거니까. 더 이상의 논의가 없다. 우리가 단어 몇 개로 현실을 가리고 살아가는 게 무섭다. 다큐멘터리에도 그런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 : "저는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기레기라는 말이 모든 기자들을 가장 아프게 만든 말이 아니었나 싶다. <부재의 기억>만 해도 언론에서 굉장히 많은 관심을 보여줬다. 2014년 전후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은 저는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조선일보는 조선일보답게 쓰면 그걸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런 거다. 기자나 언론을 만들어내는 것은 소비자의 문제다. 비양심적인 기자들도 있지만 나아졌다는 것. 기자도 경쟁 체제,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비껴날 수 없는 존재이지만, 기자면 기자답게 기사를 썼으면 좋겠다. 사건의 본질에 대해서 쓰면 되고, 인터뷰할 때는 사람이 전달하는 바를 쓰면 된다. 그게 아니라 기자의 이름을 내걸기 위해 쓰는 기사들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이 실망스럽다." 

"왜곡된 시선으로 보지 말고 그냥 그대로 봐주길"
 
'부재의 기억'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의 감병석 프로듀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의 감병석 프로듀서. ⓒ 이정민


- <부재의 기억>을 장편 다큐멘터리로 제작할 가능성은 없나.
이 : "당장 1~2년 내에 나올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굉장히 중요한 것들이 정리가 된 다음에 나와야 하지 않을까. 현실에서 해피엔딩이 있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결과물이 나와야지 다시 아카데미 가지 않겠나."

: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백서를 최종적으로 만들지 않나. 제대로 된 백서는 기승전결을 갖춰야 한다. 왜 일어났고 어떻게 발생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해결됐다. 그런데 세월호는 왜 일어났냐조차 명확하게 100% 밝혀지지 않았다. 또 어떤 과정을 거쳐 해결됐는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백서가 <부재의 기억> 장편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 희생자 유가족이 만족하는 결과든 아니든 간에, 앞으로 2~3년 안에 현실적으로 결말이 지어질 거다. 그 결말이 <부재의 기억> 장편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한 다큐는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승준 감독이 만들고 감병석 피디가 편집한 단편으로부터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가 되어선 안 된다."

감 : "시민들, 관객들이 해피엔딩을 만들어 줘야 우리가 <부재의 기억>을 만들 수 있다. 이야기만 예쁘게 하기 위해, 없는 희망을 예쁘게 담아내는 건 안 된다."

- 세월호 6주기를 맞아 다시 <부재의 기억>에 관심 가지고 찾아보는 사람들이 있을 듯하다. 국내 관객들이 다큐멘터리를 어떻게 바라보길 바라나.
이 : "그냥 찾아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30분 동안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싶다. 잠시 잊고 있었던 본질을 다시 보면 그때의 슬픔과 분노를 다시 느끼실 수 있을 테니까. 그냥 봐주시는 것만으로 저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김 : "<부재의 기억>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기 때문에 왜곡된 시선으로 보지 말고 그냥 그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냥 보시면 그대로 전달되지 않을까 싶다."

오 : "아카데미는 미국의 시상식이니까. 한국 최초로 두 개의 영화가 후보에 올라갔고 <기생충>은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부재의 기억>은 아깝게 노미네이트만 됐지만. 이 영화가 뭐길래 아카데미까지 올라가게 된 건지, 그걸 궁금해 하면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정말 잘 만들었다. 시민들을 만났을 때 세월호를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30분 영상을 보여주면 되더라. 영화를 보면 관객들이 세월호를 이해하는 수준과 나오는 질문이 달라진다. 세월호를 가장 깔끔하게 보여주는 영상이니까."

감 : "10년 안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할 거니까. 안 지치는 게 중요하다. 지금 안 보셔도 된다. 내년에도 찾는 사람들 있을 거다. 그래서 유튜브에 계속 올라가 있는 게 중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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