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드라마 <루갈>은 첨단 과학의 힘을 빌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된 특수조직 '루갈'의 활약상을 그린 작품이다. 국내에서 자주 보기 힘든 SF(Science Fiction)를 접목시킨 히어로물이라는 장르적 희소성, 최근 대세로 떠오른 웹툰 원작의 영상화가 주는 기대치, 최진혁, 조동혁, 박성웅, 한지완 등 개성있는 배우들과 장르물의 명가라 자리 잡은 OCN의 조합은, 과연 어떤 볼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방영 6회를 넘긴 현재 <루갈>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매회 펼쳐지는 고난도 액션씬과 반전을 거듭하는 긴박한 사건 전개에도 불구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스토리와 캐릭터, 엉성한 연출이 극의 몰입을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 

해외에서와 달리 SF나 히어로물은 국내에서 성공한 경우가 많지 않다. 상상력보다 현실적인 공감대를 중시하는 국내 대중문화의 코드를 감안할 때 조금만 완성도가 떨어져도 유치하고 허황된 이야기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루갈>의 시청포인트는 권선징악을 바탕으로 한 복수극과 캐릭터 활극의 쾌감이다. 엘리트 경찰이었으나 범죄조직 아르고스에 의해 아내와 두 눈을 잃은 후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되는 주인공 강기범의 성장기를 중심으로, 기계로 된 무쇠팔을 가진 한태웅, 인공칩이 삽입된 송미나, 칼날도 뚫지 못하는 인공 피부와 장기로 무장한 이광철 등 각기 다른 개성과 특기를 지닌 멤버들의 '팀워크'가 이야기의 또다른 동력을 이룬다.

문제는 심각하고 진지한 내용에 비하여 좀처럼 공감대를 주지 못하는 부자연스러운 설정과 유치한 대사들에 있다. 원작 자체가 만화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성인용 드라마라는 영상매체와 시청층의 특성에 걸맞게 설정과 인물을 재해석하는 것도 제작진의 역할이다. 그러나 <루갈>은 원작의 기본 구성을 '재연'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을 뿐, 드라마만의 차별화된 볼거리나 입체적인 깊이가 없다.

선혈이 낭자하거나 팔이 분리되는 등의 잔혹한 19금 장면이 드라마치고 자주 등장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캐릭터나 스토리 전개만 놓고보면 12세 이하 시청 가능 수준에 가깝다. 한국적인 정서를 반영한 액션히어로물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80-90년대 <후뢰시맨>, <바이오맨>같은 일본의 전대물을 답습하는 듯한 느낌도 아쉬움을 준다.

극본과 연출이 받쳐주지 못하면 아무리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열연한다 해도 극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진혁이 연기하는 강기범은 설정상 극한의 상황을 겪고 복수귀가 되었다가 점차 진정한 히어로로 각성하게 되는 '성장형' 캐릭터인데 정작 드라마에서는 이러한 강기범의 고뇌나 절박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극중 멤버들의 신체 일부분을 절단해야 하느냐 마느냐는 진지하고 심각한 분위기에서도, 어울리지 않는 아재 개그나 수다스러운 대사가 종종 등장하는 것도 문제다. 정작 강기범에 비하여 다른 팀원들의 활약상이나 각자의 특기를 살려낸 연출은 찾아보기 힘들다. 

히어로물에서 어쩌면 주인공 이상가는 비중을 차지하는 빌런(악당)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문제다. 주인공 세력인 루갈을 위협하는 악의 조직 아르고스의 존재감도 메인 빌런 황득구를 연기하는 배우 박성웅의 개인적 매력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정작 황득구가 기대했던 만큼 메인 악역으로서의 카리스마나 존재감을 뿜지 못하고 있다. 그의 전작이었던 영화 <신세계>의 이중구와 겹쳐 보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루갈>의 문제점을 바라보며 데자뷔처럼 떠오르게 되는 작품이 2010년 MBC에서 방영된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이하 신불사)다. 박봉성 작가의 만화원작을 바탕으로 한 <신불사>는 <주몽> 등으로 당시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송일국이 주인공 최강타 역을 맡아 한고은, 한채영, 유인영, 추자현, 김민종 등을 캐스팅하며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 서스펜스 액션활극을 표방했다.

하지만 <신불사>는 어설픈 CG와 유치한 설정, 산으로 가는 스토리와 개연성의 문제를 지적받으며 드라마판 <클레멘타인>, <리얼>로 불리우는 '망작'으로 전락했다. <신불사>의 완성도를 아동전대물이었던 <우뢰매> 시리즈와 비교하는 반응까지 나왔을 정도다. 송일국을 비롯한 주연배우들에게도 이 작품은 사실상 흑역사로 남았다.

<루갈>과 <신불사>는 많은 면에서 비슷한 단점을 공유하고 있다. 만화(웹툰)를 기반으로 한 원작으로서 드라마라는 영상매체에 걸맞은 이야기와 캐릭터의 재구성에 실패했다는 점. 해당 원작과 장르가 가지고 있는 매력포인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미스캐스팅과 잘못된 활용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 <루갈>과 <신불사>는 기본적으로 원작부터가 대중적 인기와는 별개로 스토리의 일관성이나 설득력에서 문제점이 많은 작품들이었다. <루갈>의 인공지능이나 비밀 특수조직 같은 설정은 기본적으로 해외의 수많은 SF장르물에서 여러 번 반복되었던 설정으로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원작 자체를 충실히 재현하는 것만으로도 인기가 보장되는 고전들에 비하여 최근에는 영상매체만의 차별화된 '오리지널 구성'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이도저도 아닌 망작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루갈>이 과연 10년만에 <신불사>의 명성을 잇는 한국형 히어로물의 또 다른 흑역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분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