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상파 방송사들이 속속 개표 방송 진행자들을 발표하고 있다. 그중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MBC <선택2020> 진행자로 발탁된 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다.

2001년 MBC에 입사한 박 전 아나운서는 2006~2009년까지 <뉴스데스크> 앵커를 맡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앵커 하차 후 5년 뒤 MBC를 퇴사했다.

오랜만에 MBC 나들이에 나선 소회와 <선택 2020>을 어떤 내용으로 채울 것인지가 궁금해 지난 6일 서울 상암동 MBC에서 박혜진 아나운서를 만나 물었다. 다음은 박 전 아나운서와의 일문일답. 
 
 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

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 ⓒ 이영광

 
- 4·15 총선 MBC 개표방송인 <선택2020> 진행을 맡으셨잖아요. 오랜만에 MBC 출연하시는데 기분이 어떠세요?
"정확히 기억하는데, 제가 <뉴스데스크> 그만둔 날짜가 2009년 4월 23일이거든요. 거의 11년이 지났네요. 그래서 제안이 왔을 때 일단 감사했고요. 총선은 큰 방송이기 때문에 좀 부담도 되고...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어요."

- 패널로 민주당 신경민 의원과 전원책 변호사가 출연하죠. 특히 신경민 의원과는 2008년 <뉴스데스크> 앵커를 같이 하셨잖아요. 11년 만에 방송에서 만나는 거라 설렘 같은 게 있지 않을까 하는데.
"있죠. 신경민 의원과는 저는 2008~2009년 <뉴스데스크>를 같이 했어요. 그때 참 배울 점이 많은 언론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분이 기억하시겠지만, 당시 신경민 앵커는 클로징으로 유명했어요. 그 클로징 멘트 몇 줄 쓰기 위해서 관련 보도 기사를 하나 하나 확인 취재하고, 정확한 표현을 쓰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면들이 언론인이 갖추어야 할 모범적인 자세로 보였어요. 11년이 지나서 방송에서 진행자와 국회의원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그 시간 동안 각자 자기 자리에서 새롭게 경험하고 쌓아온 것들이 시너지가 되어 이번 <선택 2020> 개표 방송에서 잘 발휘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 신경민 의원과 함께 하던 시절에 겪은 일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미디어 파업을 앞두고 제가 했던 클로징 멘트가 소신 발언으로 이슈가 되어 그 이후 <뉴스데스크>에서 하차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는데요. (신 의원이) 당시에 함께 고민해주고 제 의견을 많이 존중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또 뉴스 앵커들은 보통 그날 (나가는) 기사에 대해 별도의 취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전화로 이중취재하거나 대면 취재로 보강하게 되는데, 저도 나름대로 준비했지만 제가 미처 다 알지 못할 영역에 있을 때는 정보를 공유해 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뉴스 할 때 상당히 많이 도움을 받았죠. 그런 점들이 기억에 남아요."

- 전원책 변호사도 함께 하잖아요? 전 변호사와 생방송 진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평가도 있던데, 어떤가요. 
"저는 전원책 변호사를 이번에 처음 뵈었어요. 워낙 개성이 있으시니까, 주변에서 생방송 진행할 때 어렵지 않을까 하시던데, 저는 함께 방송하는 게 처음이라 오히려 겁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웃음)."

- 포스터 촬영을 같이 하셨던데 그땐 어땠나요?
"사진 촬영 땐 아쉽게도 스케줄이 안 맞아서 각자 찍어서 합성했어요. 몰랐죠(웃음)? 스케줄이 너무 바쁘셔서 맞추기 어려웠어요."

- 개표방송할 때 '10분 토론'이라고 해서 신경민 의원과 전원책 변호사가 판세 분석하는 것 같던데, 어떻게 중재하실 생각이세요?
"'10분 토론'은 진보와 보수의 패널이 판세를 분석하고 토론하는 개표방송 속 토크쇼입니다. 두 분이 각각 진보와 보수의 관점으로 토론하실 때 너무 한 이슈에 매몰되지 않게 유도하고,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시청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 둘 생각"

- <선택2020> 진행할 때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둘 건가요. 
"이번 21대 총선은 선거법 개정으로 복잡해진 부분이 있고, 또 코로나19 여파로 후보와 정책이 어느 때보다 시민들에게 잘 전달되기 어려웠던 선거입니다. 선거 때마다 깜깜이라지만 이 정도 깜깜이 선거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총선 개표 방송은 시청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분석하고 설명해 드리는 것을 중점으로 삼을 생각이에요."

- 준비한 게 있나요?
"우선 각 당의 전략과 목표 의석수, 그리고 새롭게 나온 비례 정당들의 예측 등 전체적인 흐름을 먼저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로는 253개의 지역구의 각 후보가 어떤 이슈를 중점적으로 유세를 하는지도 살펴보고 있고요. 그리고 선거 6일 전까지 공표되는 여론조사 추이를 지켜보면서 어떻게 총선 결과가 나올지 저 나름대로 분석하면서 준비하고 있어요."

- 방송 경력만 20년이잖아요?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어보셨을 텐데 걱정이 있나요?
"20년 노하우가 있겠죠. 저도 그걸 믿고 한번 가보려고 해요(웃음). 프리랜서로 나오니 전쟁터더라고요. 조직의 보호를 받을 때와 혼자 뛸 때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요. 2014년 퇴사 이후에 벌써 꽤 시간이 지났잖아요. 그동안 방송은 안 됐지만 다양한 토론 프로그램도 진행을 해봤고요. 오히려 회사에 있을 때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그런 게 도움이 되겠지요."

- 다른 방송국들도 개표방송을 준비하고 있잖아요? 의식이 되거나 하진 않나요?
"글쎄요. 안 하는 제가 이상한가요(웃음). 저는 MBC 선거기획단을 믿고 그냥 갑니다. 괜히 의식하거나 걱정을 하기보다는 그냥 지금 준비하는 팀을 믿고 의지하면서, 저는 제가 맡은 진행자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 MBC 출신이지만, 상암MBC는 좀 낯설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좀이 아니고 많이 낯설어요(웃음). 지금 인터뷰하는 M라운지라는 공간도 TV에서만 보던 곳인데 친근하면서도 참 새롭네요."

- 여의도 때는 어땠어요?
"여의도는 제가 입사해서 13년 동안 방송 경력을 쌓고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했던 곳이에요. 또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추억도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암 MBC와 느낌은 사뭇 다르죠."

안에서 본 MBC 밖에서 본 MBC  
 MBC 선거 개표 방송 <선택 2020>

MBC 선거 개표 방송 <선택 2020> ⓒ MBC 선거방송 기획단

  -  MBC 아나운서로 안에서 MBC를 보는 것과 퇴사 후 밖에서 MBC를 보는 게 다를 것 같아요.
"MBC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시기에 제가 구성원으로서 방송을 시작하고 활발하게 일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때 MBC라는 자부심이 정말 컸어요. 그 시기에 제가 많이 성장할 수 있었고, 그 경험들이 제가 20년 가까이 이렇게 방송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죠. 그런데 퇴사 후에 MBC를 보면서 한동안은 마음이 아팠어요. MBC가 굉장히 힘들었던 시기였죠. 파업이 있었고 또 내외부의 요인으로 언론인들이 자기 목소리를 잃어가고 또 대중들도 점점 외면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응원도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MBC가 다시 예전의 그 에너지를 찾아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애정이 있는 사람으로서 더 바람이 있다면, 시청자의 소비 패턴에 맞추는 트렌디한 프로그램도 좋지만, 시청자의 높아진 의식과 수준을 만족시킬 수 있는 깊이 있는 방송도 함께 많아지면 좋겠어요. MBC의 새로운 전성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MBC를 퇴사한 아나운서들 만나보면, 퇴사 후에도 MBC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유가 뭘까요?
"저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MBC에서 방송인으로 성장했던 경험과 자부심, 그리고 같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많은 분과 함께 힘들어하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노력했던 추억 때문이겠죠."

- 퇴사 결정을 후회한 적 없으세요?
"결정할 때 굉장히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서 한 선택이라 후회하지는 않아요. 그 당시 가장 컸던 고민은 MBC 직원이냐 프리랜서냐를 선택하는 문제라기보다 퇴사 이후에 어떤 방송인과 언론인의 모습으로 제가 활동할 것인가 등이었습니다."

- 박 아나운서에게 MBC는 어떤 의미인가요?
"너무 큰 질문이네요. 제 청춘을 다 보냈기 때문에 저에게 MBC란 청춘입니다. 청춘 안에는 시작의 에너지가 있고요. 다양한 경험이 있고요. 그리고 여러 인간관계도 있어요. 아주 반짝반짝 빛났던 그리고 저를 자라게 해줬던 풍성한 시기였던 것 같아요."

- 박혜진 아나운서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세월호예요. 그동안 세월호 관련한 활동을 많이 해오셨잖아요. 박 아나운서에게 세월호는 어떤 의미일까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마냥 슬퍼하기보다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퇴사 후 첫 활동을 <뉴스타파>의 세월호 100일 다큐멘터리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기억문화제 진행을 매년 하고 있는데요, 세월호는 모두에게 굉장히 끔찍하고 슬픈 사건이잖아요. 그 슬픔을 나누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억하고 행동하는 게 아닐까 해요. 올해 6주기가 되었는데요. 세월호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행동했으면 좋겠어요."

- 활동을 지속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요. 
"외면할 수가 없어요. 그때 참사가 일어나고 제가 바다에서 아이를 잃어버리는 악몽을 꾼 적이 있어요.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아이가 나타나지 않고, 그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잖아요. 그게 느껴져요. 느껴져서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 나오지 않아서 너무 애달파 하다가 울면서 깬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요. 저는 하룻밤 악몽이었지만, 바닷속에서 엄마를 불렀을 아이들과 그 자식을 평생 매일같이 떠올릴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외면할 수 없습니다. 제가 얼마큼 그분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전 조용히 제가 할 수 있는 걸 계속 함께하고 싶어요."

- 공격도 받지 않으셨어요?
"공개적으로 그런 적은 없습니다. 모르겠어요. 세월호를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하시는 분들이 있던데, 그분들이 저를 다른 시선으로 보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느낄 때 저를 개인적으로 공격하는 그런 분은 안 계셨어요."

"MBC <선택 2020> 꼭 시청해주시기 바랍니다"
 
 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

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 ⓒ 이영광


- 앞으로 어떤 방송인으로 남고 싶나요? 너무 큰 질문인가요?
"너무 크긴 하네요. 방송을 오래 하면 방송의 패턴이란 걸 조금은 알게 되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울 것 같아요. 늘 그 부분을 경계하고 있어요. 또, 자기 목소리를 통해 대중에게 진실과 정보를 전하는 일은 사실 굉장히 무거운 직업이에요. 저의 발언 하나하나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항상 신중하게 방송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저는 신중하고 진정성 있는 방송인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방송 감사하게 여기면서 꾸준히 활동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인터뷰하게 된 계기가 제가 MBC에서 11년 만에 <선택 2020> 개표방송하기 때문이잖아요. 타 방송사의 개표방송이 의식 안 되냐고 아까 물으셨는데, 마지막이니까 그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MBC <선택 2020> 꼭 시청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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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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