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원인으로 미디어콘텐츠 소비 방식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를 위시한 OTT 플랫폼도 그에 따라 확장세입니다. 국내 OTT 플랫폼의 현 상황은 어떤지 짚어보고자 합니다.[편집자말]
'당신의 취향을 알려주세요.'

왓챠에 가입하기 위한 필수 단계는 평점 매기기다. 그간 봐왔던 미디어 콘텐츠 중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열 편 이상 알려주기만 하면 내가 즐길만한 새로운 콘텐츠를 소개한다. 단 한 사람을 위한 취향 저격과 다양성 확대. 국내 대표 OTT 플랫폼인 왓챠플레이의 정체성을 간단히 설명할 수 있는 문장일 것이다.

출발은 영화 및 드라마 추천 서비스였다. "2003년 무렵(고등학생 때)부터 '개인화', '자동화', 그리고 '추천' 세 가지 키워드를 담은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던 박태훈 대표는 명실상부 국내에서 넷플릭스와 경쟁하고 있는 대표 OTT 플랫폼 왓챠를 이끌고 있다. 포털사이트나 영화 예매 사이트보다 많게는 50배 이상인 평점 데이터의 양, 회원의 취향과 성향을 분석할 수 있는 독자적 기술로 왓챠는 2020년 현재 사세를 크게 확장 중이다. 

박 대표는 2011년 KAIST 재학 중 대학 친구들과 함께 왓챠의 전신인 프로그램스를 출범시킨 후 2016년 1월 본격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 상륙한 것도 같은 해 1월이었다. 다소 늦게 국내 방송사와 통신사들이 연합 OTT 플랫폼을 준비하거나 사업 전환을 꾀하던 무렵 왓챠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시장의 일정 부분을 개척했다. 2020년 현재 공격적으로 신규인원을 채용하며 또 다른 도약을 준비 중인 왓챠의 박태훈 대표를 지난 9일 만났다.
 
 지난 3월 왓챠 익스클루시브 서비스로 공개된 BBC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의 한 장면.

지난 3월 왓챠 익스클루시브 서비스로 공개된 BBC 드라마 <이어즈 앤 이어즈>의 한 장면. ⓒ 왓챠


온라인 비디오 가게를 찾는 단골들

'개인을 잘 아는 서비스가 되고 더 즐거운 문화 경험을 만든다'.

현재 왓챠가 내세우고 있는 기치다. "추천만 하지 말고 편하게 작품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 달라는 유저들 요구가 시작이었다"는 박태훈 대표는 "브랜딩 관련해서 표현을 다듬고 있는 과정이지 개인화라는 방향성 자체는 변한 적이 없다"며 연속성부터 강조했다.

"창업 전부터 만들려고 했던 게 확고했다. 이런 서비스가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머신러닝(인공지능의 한 분야로 기계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 공부도 했었고, 그때만 해도 머신러닝하면 '런닝머신 아니냐'며 잘 모르는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IT업계 쪽에선 매우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대부분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한 도구로 그 기술을 쓴다면 우린 좀 결이 다르다. 모든 걸 개인화하고, 다양한 콘텐츠로 다양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걸 추구한다."

여러 인터뷰에서 박태훈 대표는 왓챠의 특징을 '온라인 비디오 가게'에 비유해왔다. 여전히 유효했다. 박 대표는 "단골손님의 취향을 잘 알고 있어서 혹시 예전 게 재미없었다면 이걸 보시라고 제시하는 식"이라며 국내 콘텐츠 소비방식에 대한 생각과 함께 올해 새롭게 시작한 '익스클루시브' 서비스를 소개했다. 매달 새로운 독점 콘텐츠를 공개하는 프로젝트로 지난 3월 공개된 BBC SF 드라마 <이어즈&이어즈>가 첫 작품이다.

"한국에선 대부분 최신작 소비로 이뤄지고 있잖나. 1년에 나오는 모든 작품을 다 소비할 순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취향에 맞게 작품을 잘 뽑아 준다면 만족스러운 문화생활을 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또 한국영화 시장이 블록버스터화 돼서 좋은 작품 수입이 좀 적어진 것 같다. 매년 칸이나 베를린, 토론토, LA 등에서 열리는 마켓에서 좋은 작품을 수입해 왓챠 익스클루시브로 국내에 소개하려 한다. 좋은 드라마도 마찬가지고. 물론 영화는 극장에서 개봉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배급사가 있어야 하고 관도 확보해야 하니까 만약 개봉이 안 되더라도 왓챠 플레이를 통해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게 할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중 왓챠 플레이를 쓰시는 분이 많으니까. 아마 3분기 중엔 매주 하나씩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왓챠가 콘텐츠를 수급하는 몇 가지 원칙을 꼽자면 앞서 말했듯 사용자의 취향 파악을 기본으로 한 틈새 공략, 그리고 독자적인 콘텐츠 발굴 등이다. 넷플릭스가 자본력을 바탕으로 오리지널 시리즈를 직접 제작하거나 해당 국가 콘텐츠를 일종의 전시 상품으로 활용한다면, 왓챠는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작품을 찾아 독점 공개하는 식이다. 박찬욱 감독의 첫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이나 <체르노빌> <퓨처맨>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판권은 대부분 수익 배분제(RS·Revenue Share) 계약으로 적은 비용을 들여 많은 수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기본적으로 가장 많은 콘텐츠를 잘 갖춰놓고 그걸 취향에 맞게 제공하는 것에 자신있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6개사와 계약한 유일한 한국 VOD 서비스사가 우리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다 왓챠에 있다고 보면 된다. 이제 OTT 하나만 가입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같이 사용하는 분이 늘고 있다. 넷플릭스와 왓챠라든지 웨이브와 왓챠라든지 말이다. 자료를 보면 어떤 취향을 가졌든 왓챠를 함께 쓰고 있는 비중이 가장 높더라." 
     
 대표적인 국내 OTT 플랫폼인 왓챠의 박태훈 대표.

대표적인 국내 OTT 플랫폼인 왓챠의 박태훈 대표. ⓒ 왓챠 제공


"OTT 플랫폼, 미디어적 성격 강해"

독자적인 데이터 분석으로 추천알고리즘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왓챠는 넷플릭스나 유튜브와 비교될 만도 하다. 둘 다 글로벌 업체기에 규모의 경쟁에서 두려움을 느낄 법 하지만 오히려 왓챠는 재치 있게 맞서는 전략을 택했다.

2017년 12월 넷플릭스가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이 출연한 <워킹데드> 시리즈를 공개한다고 SNS에 홍보했을 때, 왓챠는 댓글로 '글렌(극중 스티븐 역 캐릭터)은 이미 왓챠에'라고 응수했다. 넷플릭스에 앞서 이미 <워킹데드>를 왓챠에서 서비스하고 있었기 때문. 나아가 지난 4월 1일엔 '왓플릭스'라며 직접 넷플릭스 콘텐츠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유튜브는 레디메이드(Ready-made) 콘텐츠가 아니라 결이 다르다. 여가에 웹서핑하는 사람이나 블로그를 보는 시간을 뺏어가는 식인 것 같다. 미국 사례를 보면 유튜브 트래픽이 급증하는 동안 넷플릭스 트래픽은 떨어지지 않았더라. 레디메이드 콘텐츠를 소비하던 사람이 유튜브를 보는 게 아니라 가볍게 웹서핑하는 사람이 유튜브로 가는 거라 독립된 시장으로 본다. 넷플릭스와는 공생 관계라고 생각한다. 왓챠와 콘텐츠 구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둘을 함께 보기에 아주 좋다." 

이런 이유로 디즈니 플러스나 HBO 맥스, 피코 및 구글과 애플 등 해외 OTT 플랫폼의 등장이 박태훈 대표에겐 큰 장애 요소는 아니었다. 박 대표는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해외 OTT는 디즈니냐 아니냐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디즈니가 물론 마블, 픽사 등 강력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콘텐츠의 양이 충분할지는 의문"이라며 "이들이 한국에 진출한다고 해도 자국 영화 점유율이 50프로가 넘는 곳이 우리나라인 만큼 추이는 계속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규모의 경쟁을 이기는 방법을 두고 박 대표는 정공법을 언급했다. "누군가는 2루 혹은 3루에서 출발했지만 우린 이제 타석에 서서 안타를 쳐내야 한다"며 "교과서 중심으로 예습과 복습을 잘하겠다. 그만큼 기본에 충실하겠다"고 나름의 각오를 드러냈다.  

현재로서 OTT 플랫폼 내진 OTT 사업자로 분류되고 있지만 왓챠의 꿈은 보다 크고 넓어 보인다. 당장 왓챠 재팬을 올해 안에 출범해 해외 사업을 시작하고, 예능과 다큐멘터리 등 콘텐츠 제작 사업도 시작한다. 나아가 왓챠 특유의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추천 모델을 음악 게임 웹툰 등에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지점에서 박태훈 대표는 다양성의 원칙을 지킬 것이라 밝혔다.

"앞으로 사람들이 2개 이상의 OTT를 쓸 것이라는 건 명약관화다. IT서비스는 승자 독식이지만 OTT 플랫폼은 일종의 미디어적 성격이 강한 것 같다. 업체마다 콘텐츠 구성이 다양하고 소비자 취향 역시 다양하기에 다수의 OTT가 살아남을 거라고 본다. 2019년 기준 미국에선 가구당 OTT를 4.5개 구독한다는 통계도 있다. 넷플릭스에 비해 우린 자본은 부족하지만 한국 콘텐츠에 기여하고 싶은 생각은 더 크다. 

다양성이 점점 줄고 있는 한국 콘텐츠 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다. 독립영화에 투자하거나 여러 방법으로 도와줄 방법이 있을 것이다. 또 세계 마켓에 나가보면 여성 서사의 비중이 엄청 커지고 있다. 한국은 좀 흐름이 늦어지고 있는데 결국 어느 정도 그 흐름을 따라갈 것이다. 여전히 국내에선 여성이 주인공이면 수익이 안 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린 다르게 본다. 데이터를 보면 더 반응이 잘 나오기도 하고, 그런 콘텐츠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방송발전기금 부과, 앞 뒤 안 맞아"  
 지난 4월 1일 왓챠가 공개한 넷플릭스 작품 소개 서비스인 왓플릭스 이미지. 만우절 이벤트가 아닌 실제로 해당 작품 정보를 제공하며 소개하는 진지한 이벤트였다.

지난 4월 1일 왓챠가 공개한 넷플릭스 작품 소개 서비스인 왓플릭스 이미지. 만우절 이벤트가 아닌 실제로 해당 작품 정보를 제공하며 소개하는 진지한 이벤트였다. ⓒ 넷플릭스


비전과 자신감 모두 드러냈지만 국내 상황 자체가 수월하진 않다. 정책적인 면에서 국내 OTT 사업은 해외 사업자들에 비해 과한 부담을 지고 있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 사업자 대상으로 부과하는 망 사용료는 지금까지 뜨거운 감자다.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역시 수면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해외 사업자는 거의 내지 않거나 아예 내지 않고 있기에 일각에선 역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역차별이라기보다 관점을 좀 바꿔서 우선 한국의 망 비용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많게는 15배나 비싸다. 사실 집들이 밀집돼 있고, 아파트가 많기에 더 싸야 하는 게 맞다. 그 비싼 비용을 국내 업체는 부담하고 넷플릭스나 유튜브는 안 내고 있다. 싸다면야 사실 그들이 내든 안 내든 큰 문제가 안 되겠지만 비싼 상황에선 국내 업체의 글로벌경쟁력은 약화 될 수밖에 없다. 핵심은 공정한 경쟁 환경이냐 아니냐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행정부나 입법부도 신경 써주시길 바란다.

방송통신발전기금 부과 역시 취지 자체가 공공재인 전파를 지상파가 빌린 것이기에 공적 기여를 하자는 거잖나. 근데 우린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도 없고, 망 사용료는 다 내가면서 사업하는데 방송발전기금을 부과한다는 건 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 그런 식의 규제가 생길수록 글로벌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된다. 국내 업체는 부담을 더 많이 지게 되지만 넷플릭스 등은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간담회나 토론회가 있었고, 느리지만 좀 더 나아지고 있는 면도 있는데 계속 이 부분은 지켜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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