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 포스터

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 포스터 ⓒ 찬란

 
동네를 거닐다 보면 한쪽 구석에 고양이 밥그릇이 놓여 있는 풍경을 심심치 않게 본다. 그때마다 길고양이를 돌봐주는 온정이 있어 추웠던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었구나 싶어 새삼 훈훈해진다. 길고양이들은 길 위에서 태어나 살아가며 길 위에서 삶을 마감한다. 수년간의 길바닥 생활로 수명도 그리 길지 않다.

여전히 길고양이를 따가운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생명의 소중함을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길고양이들을 걱정하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진다. 환영받지 못하는 길고양이를 십시일반 돕고, 내일처럼 나서는 모습은 따스한 연대와 건강한 웃음을 준다. 서로 부대끼며 조금씩 양보하고 살아가는 미덕, 지구라는 별에서 우리가 공존하며 사는 이유다.
 
 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 스틸컷

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 스틸컷 ⓒ 찬란

 
언제나 같은 시간에 그 자리에 있던 고양이

영화는 퇴직한 교장 선생님(이세이 오가타)의 일상으로 시작한다. 그는 아내와 사별 후 슬픔에 잠겨 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꼿꼿한 품위를 유지하지만 사실 속은 그렇지 못하다. 마을 사람들은 꼬장꼬장한 모습에 대부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한편, 이 동네에는 타미코, 솔라, 치히로라 불리는 얼룩무늬 길고양이가 자주 나타난다. 길고양이 특성상 사람을 무서워하기 마련이지만, 이 고양이는 사람을 잘 따르며 다양한 먹이를 공급받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따스한 보살핌을 받는 길고양이는 교장 선생님 집에도 나타났는데, 그때마다 교장 선생님은 죽은 아내 생각에 마음이 아팠고, 참다못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아예 출입을 막아버린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길고양이를 찾는 전단을 발견하게 되고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으로 고양이와 엮인 것을 알게 된다. 고양이는 마을 사람들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메신저였다. 너무 바쁘게 사느냐고 잊고 있던 것, 슬픔에 잠겨 일부러 외면하고 싶었던 순간, 나를 돌볼 시간이 없었거나, 삶을 놓아버릴 뻔했던 순간을 구원해 주기도 했다. 고양이는 언제나 같은 시간 그 자리에 나타났고, 그 시간은 동네 사람들에게도 소중했다는 것을 곱씹게 된다.
 
 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 스틸컷

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 스틸컷 ⓒ 찬란

 
길고양이와의 사연은 저마다 달랐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교장 선생님까지 포함해 길고양이 찾기 어벤져스를 결성한다. 고양이 한 마리리가 동네에 가져온 변화는 생각보다 컸다. 가장 열성적인 사람은 의외로 교장 선생님이었다. 얼음장같이 차갑던 교장 선생님의 마음에 봄을 선사했으니 말이다.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았던 완강한 태도는 이미 누그러진지 오래였다. 고양이를 찾아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행동이 어쩐지 짠하기도 하고 절실해 보이기도 했다. 풀숲, 자동차 아래, 개울가, 골목 구석구석. 고양이를 찾아 빳빳하던 고개도 저절로 숙여졌다. 단정했던 옷은 어느새 더러워지고 온종일 걷다가 다리도 풀려 넘어지기도 했다. 사랑하는 아내와의 추억, 생명의 소중함, 평범한 일상이 모두 고양이와 연결되어 있었다.

영화는 우리 삶에서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 깨닫길 바라고 있는 듯하다. 귀엽고 보송보송한 고양이와 느긋한 시골 풍경으로 힐링하다 보면 어느새 묵직한 울림이 마음속에 들어와 있다.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오는 계절의 순환같이 막을 수 없는 인생의 즐거움 하나를 얻어 갈 수 있다.
 
 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 스틸컷

영화 <선생님과 길고양이> 스틸컷 ⓒ 찬란

 
특별할 것 없는 길고양이와 자신만(?) 특별하다 생각했던 교장 선생님이 만나 입가의 미소와 독특한 케미를 선사한다. 주인공의 내외적 변화와 성장을 통해 잃어버린 시간을 적절히 보상한다. 사라지고 나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재개발에 없어진 동네, 더 이상 손님이 찾지 않는 간이역, 학교 앞 불량식품. 영화를 통해 당신의 추억 속에 여전히 살아 있는 그 무엇을 소환해 보길 바란다.

덧붙이자면, 영화는 오래된 일본 시장에 나타난 길고양이와 상인들의 우정을 담은 <길 잃은 고양이 미쨩과 지역 상점가의 재생>을 원작으로 한다. 소메타니 쇼타의 무심한 듯 발랄한 모습도 오랜만에 만나볼 수 있다.

까칠한 교장 선생님을 분한 이세이 오가타는 <사일런스>, <하나 그리고 둘>, <토니 타키타니>에서 크고 작은 역에 상관없이 다양한 역할을 보여준 명배우다. 이번 영화에서는 까칠한 마을의 할아버지에서 엉뚱함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의 히로인 연기파 고양이 드롭은 일본에서 꽤 인기 있는 경력 8년 차 고양이다. 묘연기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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