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이 뭘까> 스틸 컷. 테루코(키시이 유키노·왼쪽)는 좋아하는 남자인 마모루(나리타 료)와 같은 밤을 보내고 데이트도 한다. 하지만 마모루는 자신이 필요할 때만 테루코를 부른다.

영화 <사랑이 뭘까> 스틸 컷. 테루코(키시이 유키노·왼쪽)는 좋아하는 남자인 마모루(나리타 료)와 같은 밤을 보내고 데이트도 한다. 하지만 마모루는 자신이 필요할 때만 테루코를 부른다. ⓒ (주)엣나인필름

 
"누굴 좋아하는데 이유란 게 있어? 취향이라는 건 여태 좋아한 사람들을 결과적으로 분석한 경향을 말하는 거야. 사랑에 빠지는 건 한순간에 일어나는 일이야. 순간에 이유 따위가 있겠어?"
 
테루코(키시이 유키노)가 웃으면서 옆 친구에게 말한다. 좋아하는 남자 마모루(나리타 료)와 '알콩달콩' 했던 일만 생각해도 벅차오른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친구는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테루코는 정식으로 사귀자는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 마모루만 생각하다 일을 소홀히 해 직장에서 잘렸으며 벌써 그와의 결혼을 상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영화 <사랑이 뭘까>(감독 이마이즈미 리키야)의 한 장면이다. 마모루의 집으로 돌아가던 길. 테루코는 2인용 뚝배기를 발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사간다. 집에서 설거지하고 빨래를 널었다. 맥주가 떨어지자 새벽 두 시에 사러 나갔다. 다음 날, 빨리 출근해야 된다며 테루코를 깨우는 마모루. 바리바리 짐을 싸 들고 가는 테루코를 뒤로 한 채 마모루는 눈길 한번 안 주고 잰걸음으로 사라진다.
 
'사랑을 하고 있다'는 말은 일방적일 수 있다.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고 아껴서 이것저것 다해줘도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지 않을 때 성립하는 말이다. 그래서 테루코는 바보 같다. 마모루를 위해 우동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한 침대에서 함께 뒹굴기도 한다. 하지만 마모루의 관심은 미팅에서 만난 스미레(에구치 노리코)에게 있다. 테루코는 그런 상황에 살짝 실망하긴 하지만 마모루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와 마주할 수 있다면 어떤 순간이라도 좋으리.
 
 영화 <사랑이 뭘까>의 한 장면.

영화 <사랑이 뭘까>의 한 장면. ⓒ 엣나인필름

 
테루코를 보면 답답함이 밀려오지만, 영화는 이상하게도 차분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인물들의 감정이 넘치지 않고 천천히 상황을 곱씹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루코의 모습은 지극히 현실적인 사랑의 한 종류 같다. 세상에는 따뜻하고 달달한 사랑도 존재하지만 실제로 사람 사이에는 무엇이라 이름 붙여야 할지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더 많은 것 아닌가. 실타래처럼 묶여버린 여러 감정의 끈은 쉽사리 풀어지지 않는 법이다.
 
마모루를 좋아하는 감정을 끊지 못하는 모습에 작은 응원을 하다가도 안타까움이 피어나기도 하는 이유다. 마모루의 주변 인물들도 비슷하다. 상대방을 사랑하지만 연애는 아닌, 서로가 서로를 원하지만 막상 단단하게 이어진 끈이 없는 관계. 그런 미묘한 인연이 연달아 펼쳐진다.
 
새삼스럽게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쳐봤다.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출처 표준국어대사전) 마모루의 행동은 사랑이었을까. 아니었을까. 그것 참 복잡하다. < 8일째 매미 >, <종이 달> 등을 쓴 가쿠다 미쓰요 작가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 9일 개봉. 124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진수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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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문화부 기자. 팩트만 틀리지 말자. kjlf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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