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스페셜 > '미로(迷路), 종교에 빠지다' 편

< SBS 스페셜 > '미로(迷路), 종교에 빠지다' 편 ⓒ SBS

 
최근 들어 서서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히고 있지만, 신천지로 인한 코로나19 대규모 감염 사태는 전 사회에 충격을 줬다. 특히 신천지 교인 중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그 충격을 배가시켰다.
 
지난 5일 방송한 < SBS 스페셜 > '미로(迷路), 종교에 빠지다'는 종교 집단에 빠진 이들과 그들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그들은 왜 종교에 빠졌으며 왜 빠져나오지 못하는지를 분석했다.
 
지난 3월 1일 가평의 한 연수원 앞. 굳게 닫힌 문 앞에서 '우리 아이들을 돌려보내라'란 문구가 적힌 피켓 등으로 온몸을 도배한 어머니들이 절규하고 있다. 어머니들은 자식들이 '진짜 신앙을 찾았다'며 집을 나가 가족과 인연을 끊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부모는 아이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아이들은 강제로 개종돼 끌려갔다면서 아이들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닌다.
 
아이들은 '진짜 신앙'을 찾았다며 집을 나갔다. 가족과 인연을 끊었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그런 아이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있을만한 곳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아이들을 내놓으라고 울부짖는다. 과연 무엇이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가족과 이별하면서까지 종교에 헌신하도록 만든 것일까? 
 
제작진과 인터뷰한 조믿음 바른미디어 대표는 "전형적인 그루밍이라고 본다. 미국의 법정심리학자가 그루밍 성범죄를 6단계로 나누었는데, 그걸 보면서 이단 사이비 포교 6단계와 똑같구나 했다"라고 주장했다.
 
친철하고 상냥한 이웃처럼 접근
 
그 첫 번째 단계는 바로 대상의 선정이다. 방송에는 한때 '신천지'의 일원이었던 남성이 등장해 자신이 경험했던 것을 보여준다. 그는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제가 발표를 하는데 좀 도와주시겠어요?'라며 상냥한 얼굴로 접근한다. 결코 '종교'를 들먹이지 않는다. '인턴 기자인데 인터뷰 좀 해주시겠냐'고 하고 '서울대 심리학 대학원생인데 논문 쓰는 거 좀 도와주시겠냐고'도 하고, EBS를 들먹이기도 한다. 절대 종교를 입에 담지 않고 친절하고 상냥한 이웃처럼 다가온다.
 
지역에서 서울로 올라온 한 젊은이는 마치 방송사에서 인터뷰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선뜻 그것에 응했던 것이 신천지로 가는 첫걸음이었다고 기억을 더듬어 말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앞길이 막막하다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신천지는 '하느님이 다 정해주시니 힘든 것 다 내려놓을 수 있다'며 유혹한다. 그 유혹에 빠진 젊은이들은 취업도 힘들고 앞길도 막막한데 한 번에 모든 걸 정리해주겠다고 하니 로또에 당첨된 느낌이었다고 전한다.
 
이제 전도사가 되어 이단에 빠진 사람들 상담에 힘쓰는 김충일씨는 지난 6년 동안 신천지에 인생을 바쳤었다. 아버지가 목사였지만, 그의 형은 그를 신천지로 이끌었다. 아버지가 목사였지만 종교적으로 고민이 많았던 청년 시절에 고민하던 것을 속 시원하게 풀어주었다. 더구나 수능을 망쳐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해 좌절하던 그에게 '신천지 세상에서 더 많은 걸 누리게 해주겠다'는 말은 솔깃했다. 엄한 아버지로 인해 자라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충일씨는 누군가 자신을 믿어줬다는 그 '신뢰'의 그물에서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았다고 회고한다.
 
이단-사이비 종교는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사람의 마음을 사고 신뢰를 얻는다. 주부가 타깃일 때는 아이들을 봐주고 재밌는 공부를 하자면서 접근한다. 그리고 천국의, 삶의 방향을 열어준다며 가슴 벅찬 희열을 느끼도록 해준다.
 
또 재해 영상을 보여준 뒤 종말에 대비하라며 준비물 리스트를 제시한다. 주부들은 그 준비물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을 깼다. 지상의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돈이 문제가 아니었단다. 하지만 2000년이 열리고 그간 자신이 믿은 종교에서 말했던 것과 달리 세상은 너무 평온했다고. 종교단체에선 기도의 힘 때문에 세상이 평온한 것이라고 했지만, 이내 배신감을 느끼며 정신이 들었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칭찬했을 정도로 착했던 연우씨의 딸은 5년 전 집을 나갔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대신 동생들까지 돌보던 듬직한 맏딸은 일하던 곳에서 만난 28살 언니가 잘해준다고 하더니, 그 언니를 따라 집을 나갔다. 최미숙씨의 딸은 7년째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신천지측과 주거 침입의 법적 공방을 벌이고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다니며 1인 시위를 하는 등 딸을 찾아 헤매는 어머니들 앞에 나타난 딸은 예전의 그 딸이 아니었다. "가출이 아니라 신앙"이라며 외려 어머니를 설득하는 딸은 자신의 말이 안 먹히자 자신의 신변보호를 신천지에 위임하고 만다. 이렇게 사이비 종교는 다른 사람과 정상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도록 그 사람을 고립 시킨다. 그 상태에서 집중적으로 세뇌를 시키는 성경 공부 모임을 진행하며 고립을 강화한다.
 
협박하고 통제한다 
 
 < SBS 스페셜 > '미로(迷路), 종교에 빠지다' 편

< SBS 스페셜 > '미로(迷路), 종교에 빠지다' 편 ⓒ SBS


방송에 따르면, 점조직으로 이루어진 신천지는 조직원을 확보하면 자신의 위치가 올라가는 '다단계 피라미드'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다. 더불어 수갑, 테이프 등을 이용해 폭력적으로 이루어지는 강제 개종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개종의 위험을 사전에 방지한다. 
 
얼핏 보면 원하는 이들 모두 신천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정식 입교 절차는 엄격하다. 신참에 대한 신앙 관리 카드가 있는데, 경제적 형편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고 한다. 기준 점수가 있고, 그것을 넘어서야 신천지에 입교할 수 있다고 한다. 대규모 시험을 치러 통과한 사람만 입교할 수 있게 함으로써 그것으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고립된 생활, 반복된 학습을 통해 일상생활보다 종교가 중요하다고 믿게 만드는 사이비 종교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주변과의 경쟁을 통해 개인을 통제한다. 교주가 등장하여 '14만 4천 명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들먹이며 경쟁을 유도한다. 그 보상을 독점하기 위해 교인들이 달리도록 만든다. 교리에 세뇌되고 중독되는 과정의 연속. 이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종교가 만든 터널을 달려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단언한다.
 
자신의 선택을 부인하는 건 쉽지 않다
 
이렇게 고립되어 반복적으로 학습되어 세뇌되고 보니 당연히 제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다. 교인들에게 성폭력을 행사해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된 정명석이 교주인 JMS(기독교복음선교회)에서 핵심 인물로 활약했던 김경천씨는 "(성폭력 사건이 터지고)처음엔 죽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힘들었다. 내가 목숨 걸고 섬긴 단체인데, 아니구나, 가짜구나... 이걸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다"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자신이 살아왔던 30년의 세월을 스스로 부인하는 게 어려웠다고 말한다.  
 
사이비 교주를 쫓아가기 위해 3억가량의 재산을 처분하여 낙원 피지로 가족과 함께 떠났던 김영석씨는 2년 만에 홀로 돌아와 고향에 머물고 있다. 귀신을 쫓는다며 '타작마당'을 벌여 신도를 폭행하던 교주는 특수 폭행, 감금죄로 징역 7년을 받았다. 하지만 김씨의 아내와 아들은 아직 그곳에 있다. 꿈 속에서도 여전히 나타날 만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김영석는 "누가 극복할 수 있겠어요"라고 탄식한다. 그러면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며 후회한다.
 
구원이란 이름으로, 잊을 만하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이비 종교. 그럼에도 매번 젊은 사람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시간과 돈, 인생을 그곳에 건다. 세상이 불확실할수록, 사람들은 어두운 밤의 등불처럼 종교를 쫓는다. 하지만 이는 개별적인 신앙의 문제나, 교리의 문제, 혹은 실존의 문제라며 손가락질하기 이전에 하나의 병리적 사회 현상으로 보다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뒤늦었지만 종교에 빠져드는 과정에 보다 심도 있게 접근한 < SBS 스페셜 >의 시도를 철 지난 이야기라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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