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니엘 이즌 리얼> 스틸컷

영화 <다니엘 이즌 리얼>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누구나 내면에는 다양한 자아가 존재한다. 가정, 학교, 직장, 친구, 연인 앞에서 조금씩 다른 행동을 취하는 나를 발견한다.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아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너답지 않게 왜 이래" 과연 나다움은 무엇인지, 나답지 않다는 건 무엇인가 끊임없이 성찰하게 된다.

이는 지극히 정상이며 무의식이 억눌려 있을수록 그 양상은 자주, 반복되기도 한다. 누구나 화나거나 슬프면 폭력적이거나 극단적으로 행동한다.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 충동적인 행동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성의 통제로 행동에 옮기지 않고 미수에 그친다. 하지만 행동 기제가 원활하지 못하면 상상과 망상을 실제라고 믿으며 자신을 포함해 사회 전체를 갉아먹기도 한다.
 
 영화 <다니엘 이즌 리얼> 스틸컷

영화 <다니엘 이즌 리얼>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상상의 친구를 만나다

어릴 적 총기 사고와 엄마의 정신질환 목격으로 극심한 트라우마를 얻은 루크(마일즈 로빈스)는 이후 상상의 친구를 다니엘(패트릭 슈왈제네거)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자 다니엘을 봉인하기에 이른다. 어느덧 성인이 되어 대학에 가게 된 루크. 하지만 야속하게도 머릿속을 헤집어 놓는 발작과 불안함이 엄습하고 결국 다시 다니엘을 불러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루크는 다니엘의 도움으로 자신감을 회복한다. 소심했던 과거를 잊고 최대한 더 많이 자주 대담하고 거친, 그리고 충동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호감 있는 화가 캐시(사야 레인)와 가까워지거나 시험지 답안도 막힘없이 써낸다. 루크는 점점 다니엘을 의존하게 된다.
 
 영화 <다니엘 이즌 리얼> 스틸컷

영화 <다니엘 이즌 리얼>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녀석은 시종일관 따라다니며 떠들어 댄다. 말과 행동 하나까지도 의지대로 할 수 있는 행동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점점 말을 듣기가 거북해진다. 조심스럽게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몰래 상담하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오랜 정신적 병세도 고백한다. 혹시 유전은 아닐까 의심이 커진다. 가까스로 약을 처방받았지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고 있는 틈을 타 다니엘이 나인 척 무슨일을 벌이고 있는지 모른다.

어떻게 해야 나답게 행동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녀석의 의지를 거부하고 변주해본다. 결과는 대참사. 루크는 점점 다니엘에게 잠식당한다. 루크 보다 다니엘이 발현될 때가 많아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니엘은 루크의 일부이며 이는 죽을 때까지 상호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루크는 선을 다니엘은 악을 나타낸다. 흔히 해리성 장애나 조현병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담 이집트 모티머 감독은 다니엘의 정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유도했다. 때문에 흔히 영화에서 보여주는 미장센으로 현혹하지 않는다.

정신분열을 가진 사람의 머릿속에는 어떤 일들이 생기는지 시각적으로 표현해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연 배우의 연기와 케미가 영화의 8할이라 할 수 있다. 점점 병약해지고 미쳐가는 루크와 대조적으로 악마적 섹시함을 과시하는 다니엘이 영화를 장악하고 있다.
 
 영화 <다니엘 이즌 리얼> 스틸컷

영화 <다니엘 이즌 리얼>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그래서 피는 못 속이는가 보다. 두드러지고 있는 할리우드 배우 2세들의 활약을 보면 알 수 있다. 영화 <다니엘 이즌 리얼>은 배우 2세와 2세가 만나 연기 대결을 펼친다. 팀 로빈스와 수전 서랜던의 아들 마일즈 로빈스와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아들 패트릭 슈왈제네거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두 배우는 <할로윈>과 <미드 나잇 선>으로 이미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선과 악을 넘나드는 두 배우에게 포스트 제임스 맥어보이가 보인다. 상반된 연기를 보여주며 매력 또한 어필한다. 여기에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로 그 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거머쥔 샤샤 레인의 호연이 빛난다.

아담 이집트 모티머 감독은 브라이언 드로의 소설을 영화화하기 위해 7년 반을 매진했다.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감독상을 받으며 새로운 장르 영화의 연출가로 각광받고 있다.

영화는 색채를 제대로 활용했다. 전반부는 블루로 후반부는 레드로 나타내었는데 점점 화려해지는 다니엘의 스타일과 맞물린다. 차분히 시작했다가 점점 끓어올라 터지기 일보 직전의 적색경보를 내보낸다. 서로를 기생충이라 부르며 하나의 몸을 차지하려 든다. 그 과정이 다소 충격적이고 기괴하지만 공포, 고어,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큰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호불호가 명확히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상 속의 친구를 만들어 낸 <조조 래빗>의 흑화 버전, <샤이닝>의 스릴러 버전으로 비교할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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