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팀으로는 드물게 FA컵 준준결승에 진출한 다웬 FC는 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규정 위반인 유급 선수 영입을 결정한다. 스코틀랜드에서 다웬에 합류한 '퍼거스 수터(케빈 거스리)'와 '지미 러브(제임스 하크니스)'는 FA(잉글랜드 축구협회) 협회장과 간부들이 즐비한 올드 이토니언스와의 준준결승에서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며 팀원들과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상대팀 올드 이토니언스가 주장인 '아서 키네어드(에드워드 홀크로프트)를 중심으로 규정을 유리하게 해석하고 악용한 결과, 다웬 FC는 재경기에서 완패하고 탈락한다. 이에 수터와 다웬 FC는 임금 삭감과 파업, 폭동 등의 여러 악재들 속에서도 설욕을 다짐한다.    

축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보급되었고, 또 가장 많이 사랑받는 스포츠이자 동시에 가장 상업성이 큰 스포츠다. 그러면서도 자본의 유입을 가장 경계하는 스포츠 중 하나다. 실제로 독일 분데스리가의 경우 특정 기업이 한 클럽의 주식을 49%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명시했고, 유럽축구연맹도 FFP룰을 제정해 빅클럽들의 과도한 지출을 규제하는 중이다. 

재미있는 축구 역사를 한눈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잉글리시 게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잉글리시 게임> ⓒ 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새로운 오리지널 시리즈 <잉글리시 게임>은 1860년대 영국의 다웬 FC에서 뛰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축구라는 스포츠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그 순수함을 지키고자 하는 이유를 세 가지 방식으로 제시한다. 

우선 <잉글리시 게임>은 축구라는 종목 자체가 지닌 재미를 축구가 변화하는 역사 안에서 보여준다. 축구는 FA가 출범하면서 규칙이 정비되고 본격적인 스포츠로 발전했는데, 당시 축구는 대부분의 선수들과 팀들이 전진 드리블을 통해 직접 골을 노리는 등 지금의 축구와는 차이점이 더 많은 스포츠였다. 

이에 변화를 준 것은 스코틀랜드의 축구 클럽들이었다. 그들은 축구에 패스와 공간의 개념을 불어넣으면서 축구를 한 차원 다른 스포츠로 재탄생시켰고, 현재 전 세계인들이 즐기는 바로 그 축구의 기반을 만들었다. 시리즈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잉글랜드 다웬 FC로 팀을 옮긴 퍼거스 수터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초기 축구의 변화를 그의 서사 안에서 흥미롭게 들려준다. 

또한 시리즈는 축구라는 스포츠가 어떤 과정을 통해 변화해 왔는지 그 원리도 묘사하면서 축구팬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패스 축구를 구사하는 다웬에 완패를 당할 위기에 몰리자 상대팀은 이에 질세라 플레이메이커인 수터를 철저히 달라붙는 대인 마크로 막아버린다.

이에 한계를 느낀 수터는 수비의 안정감을 더하고 공격의 흐름을 원활히 하며 더 밸런스 잡힌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 공격수를 줄이고 미드필더를 늘린 2-3-5 포메이션을 새로 개발한다. 수터가 제안한 이 포메이션은 가장 고전적 형태의 포메이션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처럼 <잉글리시 게임>은 축구공은 둥글기 마련이며 언제나 새로운 전술이 등장하고 그렇지 않으면 퇴화하는, 많은 이들을 매료시킨 축구의 묘미를 극 안에 충실히 재현해낸다.

두 번째로 시리즈는 축구를 통해 과연 공정함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짚어준다. <잉글리시 게임> 속 인물들은 유급 선수 허용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다. FA를 창설하고 축구 규칙을 만든 올드 이토니언스 팀 선수들은 불공정하다는 이유로 유급 선수 기용을 막는다. 순수한 열정만을 동기로 갖는 아마추어들이 출전하는 대회에 열정 이외의 동기부여를 지닌 선수가 뛰게 되면 그것은 대회와 스포츠의 공정성을 해친다는 것이다. 이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정해진 규정과 규칙을 지키는 것은 스포츠의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공정함이란 무엇인가

하지만 드라마는 그 규정과 규칙이 애당초 불공정함을 내포하고 있다면 어떡할 것인지 의문을 던진다. 올드 이토니언스 팀의 주장이자 FA 창립 회원인 아서는 퍼거스와 함께 FA가 주장하는 공정함의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풍족하게 밥 먹고, 좋은 시설에서 훈련에 집중하나 돈은 받지 않는 엘리트 계층 클럽 선수들과 공장에서 일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겨우 하루 쉬는 날에 경기를 치르면서 소정의 돈을 받는 노동자 계층 클럽 선수들 간의 경쟁에서 공정함을 해치는 요소가 과연 무엇이냐고 항변한다. 

실제로 드라마는 산업화 이후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다웬의 미혼모, 과부, 그리고 노동자 가정의 모습을 중심 소재인 축구와 FA컵 못지 않은 비중을 할당해 묘사하면서 아서와 퍼거스의 문제제기에 힘을 실어준다. 사회적 출발선이 같지 않은 상황에서 스포츠 내부의 출발선만 따지는 것만으로는 진정으로 공정성을 지킬 수 없음을 서사 안에서 드러내는 것이다. 이처럼 <잉글리시 게임>은 단순히 축구라는 스포츠의 범위를 넘어서 사회적 범주까지 스토리를 확장시키며 공정함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마지막으로 드라마는 축구가 단순한 놀이 혹은 스포츠가 아닌 이유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작중 1주일에 6일씩 방직 공장에서 일하는 다웬 사람들은 매주 축구 경기를 보면서 그라운드에 녹아든 역사와 선수들이 새롭게 써나가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경기가 끝날 때는 한 주를 버틸 새로운 힘을 얻는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고용을 보장받지 못하고 하루 벌어 하루 살기 바쁘던 그들에게 축구란 삶의 쳇바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마치 사람들이 매주 한 번씩 성당, 절, 교회 등을 가서 지난 한 주간 자신의 척박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기도 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한 주를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하는 것처럼. 

그렇기에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선 종교나 다름없다.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공격수 가브리엘 바티스투타가 "모든 것이 무너져도 우리에게는 축구가 있다"라고 말한 것처럼, 인생을 지탱하는 근본적인 그 무엇의 자리에 축구가 당당히 서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웬 마을 사람들은 공장이 임금을 삭감하고 이에 반발해 파업을 하는 와중에도 클럽이 교통비가 없어 FA컵 대회에 나가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십시일반 회비를 모아 출전시킨다. 미사나 예배가 멈추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듯이, 축구도 중단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 19사태로 축구 리그 중단이 불가피한 현실 속에서, 유럽에서 선뜻 리그 중단을 결정하지 못하고 수 차례 경기를 연기하거나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는 등 시행착오를 겪은 부분적인 이유다. 더 나아가 점진적으로 상업화되어 가는 와중에도 축구계가 자본의 유입을 그저 긍정적으로만 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축구는 곧 종교이고, 따라서 축구가 자본의 영향력 밑에 놓인다는 것은 종교로서의 본질과 역할이 침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은 자신의 연고지에 위치한 팀의 경기를 어려서부터 응원하며 승리와 우승의 기쁨, 패배와 강등의 슬픔을 함께한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축구가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고, 지금처럼 모든 축구가 중단된 상황을 견디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한 팬들에게 넷플릭스의 <잉글리시 게임>은 축구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색다른 재미를 주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축구를 접할 수 있는 소중한 존재다. 그리고 더 나아가 왜 우리에게 축구가 이토록 소중한 존재였는지 숙고할 기회까지 선사하고 있으니, <잉글리시 게임>은 그야말로 한 줄기 빛이자 가뭄 속 단비나 다름없는 시리즈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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