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방송된 <도시어부>의 한 장면을 먼저 소개한다.

저녁 식사 타임, 게스트로 출연한 지상렬이 고정 멤버인 이경규에게 "왜 (규라인으로 알려진) 이윤석은 섭외하지 않냐"고 질문하자 이경규는 "(낚시는커녕) 잘 걷지도 못한다"고 답변한다. 지상렬이 이번엔 자신의 절친인 "염경환은 안 부르냐"고 슬쩍 본심을 언급하자 이경규도 담당 PD를 바라보며 "지상렬보다 염경환이 낚시를 잘한다"고 동조한다. 하지만 정작 PD는 "안다"고 시큰둥하게 답변할 뿐이다. 
 
 시즌2에 접어든 <도시어부>는 '대항해시대'라는 부제를 달고 전세계의 낚시 명소를 찾아 곳곳으로 탐험을 떠나는 어드벤처 예능을 내세우며 스케일을 키웠다.

시즌2에 접어든 <도시어부>는 '대항해시대'라는 부제를 달고 전세계의 낚시 명소를 찾아 곳곳으로 탐험을 떠나는 어드벤처 예능을 내세우며 스케일을 키웠다. ⓒ 채널A

 
발끈한 지상렬이 "염경환이 뭘 그리 잘못했냐, 머리 빠진 것밖에 더 있냐"라고 항변하자 옆에서 지켜보던 이덕화가 돌연 끼어들며 "짜식아, 왜 내 이야기를 하고 그래"라며 뼈 있는 일침을 날린다. 현장은 순식간에 폭소의 도가니가 됐고 지상렬은 재빨리 달려와 이덕화에게 무릎을 꿇고 석고대죄한다. 제작진은 '예능신 강림, 밤샘 편집이 아깝지 않은 애드리브였다'라는 자막을 달며 평점 별 다섯 개를 부여했다. 예능 고수들의 환상호흡이 빚어낸 '거문도 편'이 보여준 최고의 베스트 장면이었다.

채널A 낚시 예능프로그램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2- 대항해시대> '거문도 편은 오랜만에 프로그램의 매력을 살려낸 에피소드라는 호평을 받았다. 고정멤버인 이경규-이덕화에, 박진철 프로, 이태곤, 지상렬, 김준현 등이 게스트로 가세한 '낚시 어벤져스'는 방영 내내 아옹다옹하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앙숙 케미를 선보였다.

'경쟁구도'와 '캐릭터쇼' 두마리 토끼를 잡다

시즌2에 접어든 <도시어부>는 '대항해시대'라는 부제를 달고 전세계의 낚시 명소를 찾아 곳곳으로 탐험을 떠나는 어드벤처 예능을 내세우며 스케일을 키웠다. 하지만 예상보다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미스터트롯> 등 강력한 경쟁 프로그램들의 영향도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시즌1과 구성면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데다, 잦아진 해외출조로 인한 볼거리 위주의 낚시가 별다른 공감대를 자아내지 못한 탓이었다.

<도시어부> 제작진은 거문도편에서 작심한 듯 양과 질에서 모두 압도적인 게스트 군단을 투입했다. 대부분 이미 <도시어부>에 여러 차례 출연하며 낚시 실력과 재미를 검증받은 출연자들이었다. 후발대로 합류하기로 했던 허재가 기상 문제로 거문도 편에서는 출연이 불발된 것이 안타깝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낚시 경력과 예능감을 갖춘 아재들'이라는 것이다. <도시어부>는 게스트들의 단체 투입을 통하여 '참돔 낚시 대전'의 경쟁구도가 주는 흥미진진한 긴장감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도시어부 특유의 '캐릭터쇼' 복원에도 성공했다.

<도시어부>가 낚시와 예능이라는 생소한 조합을 성공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역시 비슷한 취미와 경험을 공유하는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소소한 공감대와 '아재미'에 있었다. 김새론이나 박하선 같이 세대와 성별에서 차이가 나고도 반응이 좋았던 출연자도 있었지만 그녀들도 최소한 낚시 초보는 아니었다. 여기에 인터넷-축구-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대중문화와 서브컬처를 접목하여 B급 감성으로 풀어낸 센스있는 자막은, 낚시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도시어부>를 부담없는 관찰예능으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거문도 편은 낚시만 놓고 보면 장시간 무입질이 이어지는 험난한 여정이었다. 심지어 기상악화로 게스트 합류에 차질을 빚어진 상황에서, 이덕화-이경규-이태곤-박진철 원년멤버 4인만으로 이루어진 마지막 날 갯바위 낚시대결은 결국 조황이 나오지 않아 통편집됐을 정도다.  

 
 시즌2에 접어든 <도시어부>는 '대항해시대'라는 부제를 달고 전세계의 낚시 명소를 찾아 곳곳으로 탐험을 떠나는 어드벤처 예능을 내세우며 스케일을 키웠다.

시즌2에 접어든 <도시어부>는 '대항해시대'라는 부제를 달고 전세계의 낚시 명소를 찾아 곳곳으로 탐험을 떠나는 어드벤처 예능을 내세우며 스케일을 키웠다. ⓒ 채널A

  
 시즌2에 접어든 <도시어부>는 '대항해시대'라는 부제를 달고 전세계의 낚시 명소를 찾아 곳곳으로 탐험을 떠나는 어드벤처 예능을 내세우며 스케일을 키웠다.

시즌2에 접어든 <도시어부>는 '대항해시대'라는 부제를 달고 전세계의 낚시 명소를 찾아 곳곳으로 탐험을 떠나는 어드벤처 예능을 내세우며 스케일을 키웠다. ⓒ 채널A

 
하지만 이경규의 분량 걱정과 달리 거문도 편은 방송만 놓고 보면 오히려 꿀잼의 연속이었다. 출연자들끼리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며 상황극과 만담을 주고받는 '티키타카'는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을 정도였다. 이경규가 둘째 날 감성돔을 낚는 데 성공하며 절대강자인 박진철 프로를 제치고 최후의 승자가 된 장면이나, 셋째 날에는 계속 허탕만 치던 김준현과 이덕화가 뒤늦게 뒷심을 발휘하며 연이어 반전을 만들어내는 장면은 마치 짜인 대본 같았다. 흥미진진한 낚시 서바이벌이라기에 손색이 없었다. 

토크 쪽에서는 이경규와 이태곤 사이를 오가며 예측불허의 언어유희와 샌드백 역할에 최적화된 지상렬의 활약상이 단연 돋보였다. 어복은 부진했지만 쉴 틈 없는 토크로 지루해질 수도 있었던 거문도 편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는 점에서, 지상렬은 거문도 편의 예능 금배지 감이었다. 거문도 편 내내 낚시도 예능감도 내내 침묵하다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크게 '한 방'을 터뜨린 이덕화의 '인자기급 위치선정과 골결정력'도 돋보였다. <도시어부>시즌2에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했던 대목이다.

<도시어부>는 그동안 이덕화와 이경규, 두 노장만을 고정으로 유지하고 여러 게스트들이 돌아가면서 빈자리를 채우는 구성을 유지했다. 하지만 낚시와 상관없는 홍보성 게스트들의 출연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낚시 예능으로서의 정체성과 공감대가 희미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거문도 편의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 이경규-이덕화 같은 고정멤버들과 '낚시와 이야깃거리에 대한 코드'가 부합하는 멤버들만으로 팀을 구성했다는 점으로 보인다. 굳이 해외가 아니라 익숙한 국내를 배경으로 아재들만의 소소한 허세와 자존심 경쟁이라는 특유의 서사에 더 집중하면서 모처럼 <도시어부>다운 매력이 살아났다. 앞으로 <도시어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바람직한 게스트 활용법에 대하여 힌트를 남겨준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만하다.
도시어부 지상렬 이덕화 낚시예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