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 사태로 세계 각국의 프로스포츠 리그가 줄줄이 중단된 가운데, 한국에서도 프로야구와 축구의 리그 단축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프로야구는 정규리그 팀당 144경기, 프로축구는 38경기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시즌 개막이 5월 이후로 늦춰진다면 정상적인 일정 소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리그 일정이 단축되고 경기수가 줄어들거나 혹은 무관중 경기로 진행될 경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무엇보다 중계권 계약이나 스폰서로 인한 수익, 모기업의 지원금 등이 줄어들면서 각 구단들도 운영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스포츠 산업에 종사하는 여러 관계자들의 생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기서 민감한 또다른 부분이 바로 선수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연봉이다. 스포츠가 중단되어 경기에 뛸 수 없게 된 만큼 선수들의 몸값도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프로스포츠가 중단되면서 유럽과 미국의 주요 종목 선수의 연봉 삭감 논의가 현실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고액연봉을 받는 선수들의 몸값을 출전경기수와 비례하여 삭감하는 대신, 리그 취소로 생계난에 처한 스포츠 종사 비정규직과 저연봉 직원들의 급여를 보장하거나 지원하는 형태다.

사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현재 국내 프로스포츠 규약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천재지변에 준하는 사태에 따른 선수 연봉 삭감 규정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구단도 연봉은 이미 계약상 지급이 약속된 보장액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요구할 수는 없다.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고액 연봉을 받는 스타도 있지만 저연봉으로 생계 걱정을 해야 하는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형평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연봉과 별개로 경기출전수당이나 각종 인센티브 측면에서 이미 선수들이 보는 손해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한국 프로스포츠에서는 선수들의 자발적인 연봉삭감 같은 사회적 기여나 희생정신이 없는 것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한국은 서구권처럼 선수노조가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사회같은 공식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할수 있는 권한도 없다. 프로야구나 축구는 최근에야 리그 일정 축소에 대한 논의가 겨우 시작되고 있는 단계였다.

리그 운영이나 축소 여부가 아직 결정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이 앞장서서 연봉삭감 문제를 먼저 거론하기에는 타이밍이 애매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 선수협회 등의 단체활동을 추진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이를 두고 프로 선수들이 희생정신이 없거나 이기적이라고 벌써부터 비판하는 것은 성급하다.

하지만 앞으로 리그 일정 축소가 현실화 될 경우 프로야구나 축구 선수들도 어떻게든 고통분담에 동참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때일수록 프로스포츠 고액 연봉자들이 앞장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메이저리그나 유럽축구는 상황에 따라 연봉을 50%에서 70%까지도 과감히 삭감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세계적인 스타들일수록 앞장서서 몸값을 삭감하며 모범을 보이고 있다.

당장은 손해를 보는 것 같아도 자신들이 그동안 프로스포츠에 누렸던 부와 인기를 사회적으로 환원한다는 차원으로 이해하면 된다. 팬들에게 감동을 주는 모습은 시간이 흘러 곧 프로스포츠의 인기 회복이라는 보답으로 돌아올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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