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프라임-뇌로 보는 인간>은 장장 2년에 걸쳐 뇌 과학자 정재승 교수와 함께 '뇌'를 통해 인간 사회를 이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돈, 폭력, 예술, 섹스, 종교의 관점에서 바라본 뇌의 이야기다. 지난 3월 30일 그 첫 회를 연 건 바로 '돈'이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카네만 교수는 '머니 게임'이라는 실험을 고안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중 무작위로 뽑힌 두 사람에게 정재승 교수는 10만 원을 주고 게임을 제안한다. 
 
 EBS 다큐 프라임 -뇌로 보는 인간, 1부 돈

EBS 다큐 프라임 -뇌로 보는 인간, 1부 돈 ⓒ EBS

 
10만 원을 나누는 방식에 대한 게임이다. 한 사람에게 10만 원을 주고 다른 사람과 어떤 비율로 나누게 하는 게임이다. 그의 제안을 상대방이 거부할 경우 두 사람 모두 돈을 한 푼도 가질 수 없다. 이때 나눌 권리를 가진 사람은 대부분 5대 5로 공평하게 나눈다. 하지만 그 거부권이 없어졌을 때 나누는 사람의 태도는 돌변한다. 대부분 자신이 많은 비율을 가지겠다고 하고, 심지어 다 가지겠다고 하기도 한다. 이른 바 '독재자 게임'이라 칭해지는 이 실험에서 다니엘 키네만 교수의 표본 집단 역시 평균 72%를 자신의 몫으로 챙겼다.

돈에 서투른 인류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사람들은 "큰 돈을 거저 얻을 수 있다면 남의 발바닥에 뽀뽀도 할 수 있고, 심지어 똥도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명제일지도 모르겠다. 20만 년의 인류 역사에서 돈이 만들어 진 건 아주 최근의 일이다. 그런데 인류는 20만 년 전 수렵 채집하던 인류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문명의 산물인 '돈'을 마치 수렵 채집 인류처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즉, 돈을 사냥감으로 여긴다. 수렵 채집 시절에는 사냥감을 저장할 수 없었기에 눈에 사냥감이 보일 때마다 사냥을 했다. 그러나 돈은 저장할 수도 있고, 스스로 불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인류는 사냥하던 그 시절처럼 만족을 모른다. 그래서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계속 돈을 사냥하고자 한다. 

결국 인류를 돈을 만들어 냈지만, 돈을 사용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지 않아 끊임없이 부작용을 만들어 낸다. 더구나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금융 파생상품, 가상 화폐 등 돈은 더욱 복잡해졌지만 인류는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마치 우리가 세일하는 기간이 되면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구매하듯(앵커링 효과), 뇌에 닻을 내린 어떤 무의미한 요소에 낚여 돈을 향해 달린다. 
 
 EBS <다큐 프라임-뇌로 보는 인간> 1부 '돈' 편의 한 장면

EBS <다큐 프라임-뇌로 보는 인간> 1부 '돈' 편의 한 장면 ⓒ EBS

 
부자, 그것이 문제로소이다

문제는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돈을 향해 달려드는데, 모두가 돈을 잘 벌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돈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는 경주에서 앞서 달리는 자들을 부자라고 부른다. 그 중에서도 더욱 우세한 자들은 이른 바 '슈퍼 리치'(Super rich)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슈퍼 리치일까. 지난 14년 동안 매주 2명씩 1천 명 이상을 인터뷰해 온 <매일경제>의 박수근 기자는 "현금성 자산 100억 이상, 당장 10억 정도는 유동 자금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 롤스로이스 정도의 차를 갖고 한 달에 밥값으로 1400만 원 정도는 쓸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정의했다. 

돈을 많이 가진 게 무슨 문제가 되냐고? 문제가 된다고 박 기자는 말한다. 오랫동안 인터뷰를 통해 박기자가 절감한 건 대다수의 슈퍼 리치들이 공감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가진 자이기에 그의 주변에는 '예스맨'들로 대부분인 경우가 많고 이들은 사람들을 위에서 내려다 보는 방식이 체화됐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얘기만 듣다보니 공감 대신, 자기 합리화 하는 확증 편향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이른 바 우리 사회의 '갑질 사건'을 낳는 요인이 된다.
 
 EBS <다큐 프라임-뇌로 보는 인간> 1부 '돈' 편의 한 장면

EBS <다큐 프라임-뇌로 보는 인간> 1부 '돈' 편의 한 장면 ⓒ EBS

 
버클리 대학의 심리학자 대커 컬트너는 이를 실험으로 증명했다. 사거리 정지 신호에서 저가 차량 운전자의 100%는 멈춰 섰지만 메르세데스 등 고급 차를 모는 운전자들의 45%는 그냥 지나쳐갔다. 부자가 되면 될수록 굳이 규범을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결론이었다. 인간의 뇌에서 '공감'을 담당하는 부분이 '미주 신경'인데 자기 기준, 자신을 만족시키는 데 집중해온 부자들의 경우 타인에 대한 이해를 담당하는 '미주 신경'에 반응이 없거나 미약해진다는 것이다.

부의 불평등, 뇌조차 변한다 

여기에 이기주의까지 겹치면 더욱 위험해진다. 세계적으로 부의 피라미드는 가파르게 더욱 불공평지고, 0.9%의 인구가 세계의 부 43%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의 사회적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EBS <다큐 프라임-뇌로 보는 인간> 1부 '돈' 편의 한 장면

EBS <다큐 프라임-뇌로 보는 인간> 1부 '돈' 편의 한 장면 ⓒ EBS

 
부의 불평등은 이제 어느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문제이다. 사람들이 노동을 해서 버는 '노동 소득'보다 자본 소득과 배당 소득이 훨씬 빠르게 늘고 있다. 

OECD 기준 불평등 지수가 가장 높은 도시는 홍콩이다. 돈 있는 사람들의 낙원이라 불리는 이 도시에서는 상위 10%의 사람들이 빈곤 가정의 44배의 부를 지닌다. 50명의 부자가 정부보다 1.35배 재산이 많다. 그래서일까, 홍콩의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난을 체념한다. 운수가 안 좋았다 말한다. 운이 나빠서 사는 게 지옥이라, 오래 살기보다 아프지 않고 이 삶을 견뎌내기를 바란다. 

농부들은 한 해 농사를 끝내고 1년 정산을 하게 된다. 그런데 추수 전과 추수 후의 '뇌의 상태'가 달라진다면 믿을 수 있을까. 논리력, 인지 조절 테스트 결과 추수 전과 추수 후의 아이큐는 무려 13점 정도 차이를 보였다. 이 정도면 알콜 중독자와 정상인의 차이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이에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돈을 식욕이나 성욕처럼 생존에 필요한 걸로 취급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만큼 사람들은 돈 앞에 절박하고, 돈을 향해 위험을 무릅쓰고 내달린다. 그리고 만족할 만큼 돈을 가지지 못했을 때의 상실감은 세상을 잃은 듯 크다. 
 
 EBS <다큐 프라임-뇌로 보는 인간> 1부 '돈' 편의 한 장면

EBS <다큐 프라임-뇌로 보는 인간> 1부 '돈' 편의 한 장면 ⓒ EBS

 
더 심각한 것은 이런 뇌에 영향이 아이들의 뇌에 고스란히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찰스 넬슨은 방글라데시의 빈곤층 아이들을 연구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하루 벌이가 1~2달러에 불과한 빈곤층 아이들은 이미 3세 무렵 또래 아이들보다 아이큐가 낮아졌다. 평균을 100으로 치면 85의 수준이다. 차이는 더욱 빨리 생겨났다. 생후 두 달 된 아기의 뇌 내 회백질 양이 평균보다 적었다. 

오염된 환경, 부족한 영양, 그리고 스트레스가 아이들의 뇌 발달에 영향을 끼쳤다. 결국 이렇게 뇌마저 변했다는 것은 빈곤이 대물림되고 있다는 것이다. 뇌로 대물림되는 가난, 이건 그저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다. <다큐프라임-뇌로 보는 인간> '돈' 편을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바로, '돈'으로 인해 뇌마저 변해가고 대물림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예리하게 포착했다는 것이다. 그저 사회면 갑질 기사로 분노했던 사실의 이유를 밝히고,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기 힘든 상황의 근원을 밝힌다. 가진 자와 가지지 않은 자가 고착되다 못해 '뇌'까지 변화시키는 현실을 고발한다. 

불평등을 혐오하는 인간

물론 이러한 불평등은 자본주의, 아니 인간 사회의 당연한 이치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실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다큐멘터리는 주장한다. 소득 하위 40%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전체 부의 9% 정도는 누리고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현실은 0.3%에 불과하고 그것마저도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상위 20% 계층이 86%의 부를 독차지하고 있다. 결국 하위 계층은 아무 것도 못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런 상황을 감내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 '머니 게임'에서 적은 돈을 가져 간 사람들은 불공평하다는 반응을 드러낸다. 인간만이 아니다. 원숭이도 옆 동료와 자신이 다른 대우를 받았을 때, 특히 자신이 부당하게 적은 보상을 받았을 때 분노하고 임무를 거부한다.

영장류를 비롯한 인간은 공평함을 추구하는 오랜 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인종과 종교 그리고 사상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적당히 공평한 사회를 원한다. 하지만 세상은 점점 더 불공평해지고 있다. 과연 '돈'을 여전히 제대로 다루지도 못하는 인류가 '지혜'를 가지고 불공평의 피라미드를 극복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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