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케인

해리 케인 ⓒ EPA/연합뉴스

 
잉글랜드 축구계의 간판스타 해리 케인이 최근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 FC를 향해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케인은 29일 <스카이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야망이 있고 최고의 공격수로 남고 싶다"며 "토트넘을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팀이 옳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력보강에 소홀한 토트넘 구단을 겨냥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케인은 토트넘이 배출한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2004년 토트넘 유스팀에 입단한 이래 2014-2015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팀의 최전방을 책임지는 주전 공격수로 올라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두 차례나 차지하는 등 20대 중반의 나이로 통산 278경기에서 181골을 기록 중이다. 몸값도 팀 내 최고 주급인 20만 파운드(한화 약 3억 원)를 받고 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도 주장으로 활약하며 앨런 시어러-마이클 오언-웨인 루니 등의 계보를 잇는 슈퍼스타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유럽 최정상급 공격수로 올라선 케인은 이미 수년 전부터 빅클럽 이적설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케인 본인이 직접 이적 가능성을 암시하는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프리미어리그가 '코로나 19' 감염증 확산으로 잠정 중단된 가운데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8위에 그치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과 FA컵에서도 잇따라 탈락하는 등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케인은 축구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정작 토트넘에서 우승 경험은 전무하다. 지난해는 토트넘 구단 사상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진출했으나 리버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성적 부진으로 토트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경질됐고, 핵심 플레이메이커로 꼽히던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재계약 문제로 구단과 갈등을 빚다가 결국 이탈리아 리그 인테르 밀란으로 이적했다. 팀의 주역들이 하나둘씩 떠나는 가운데 케인 역시 서서히 앞으로의 선수 경력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짠돌이 구단이다. 더구나 작년 4월 문을 연 새 홈구장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건립에만 약 12억 파운드(한화 약 1조 8000억 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출해, 자금 사정이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우승 도전보다는 수익성 유지를 중시하는 구단 운영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케인이 토트넘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기는 하지만, 구단이 선수 한 명 때문에 그동안의 정책 노선을 바꿔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케인의 이적 암시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케인의 발언이 시기상 부적절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코로나 사태로 유럽 축구계는 물론 전 세계 스포츠가 일제히 중단되거나 연기되며 파행을 겪고 있고 덩달아 일거리를 잃은 스포츠업계 종사자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최근 선수단을 제외한 구단 직원 550명에 대한 임금 20%를 일괄적으로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리그가 중단되며 토트넘보다 규모가 큰 빅클럽들도 허리띠를 졸라 매고 프로선수들도 희생에 동참하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엄청난 비용이 요구하는 전력보강을 이 시점에 언급한 것이 적절했냐는 의문이다.

하지만 영국 현지에서는 케인의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 발언의 타이밍이 아쉬운 감은 있을지언정 케인의 지적 자체는 사실이고 프로 선수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케인이 구단에 '언제까지' 전력보강을 하라고 시기를 못박은 것도 아니다. 한국팬들이 손흥민을 바로보는 시선처럼, 케인은 토트넘 구단을 넘어 잉글랜드 축구계에서는 '보물'과도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이런 선수가 경력에 우승 트로피 하나없이 귀중한 전성기를 허비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빅클럽으로의 이적을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케인과 토트넘의 계약기간은 2024년까지다. 하지만 케인이 만일 이적을 선언할 경우 많은 빅클럽들이 케인의 영입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레알 마드리드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영입설이 흘러나왔던 구단들이다. 타 리그 이적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 잉글랜드 선수들의 특성상 케인이 프리미어리그 내 이적에 무게를 둔다면 리버풀이나 맨체스터 시티같은 막강전력을 자랑하는 팀들도 얼마든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20대의 젊은 나이에 잉글랜드 출신, 득점왕 경력, 검증된 스타성 등 어떤 팀도 영입 비용을 감당할 수만 있다면 케인을 마다할 구단은 없을 것이다.

토트넘은 일단 케인을 떠나보낼 의사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영국 런던 지역지 <이브닝스탠다드>는 토트넘이 케인이 이적료로 2억 파운드(약 3009억 원)를 책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에릭센 이적의 뼈아픈 사례를 겪었던 토트넘으로서는 케인의 마음을 돌리기 어렵고 그렇다고 무리한 전력보강을 시도하기도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차라리 적절한 시기에 케인을 내주고 몸값을 챙기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만에 하나 케인이 팀을 떠난다면 그 순간이 곧 토트넘의 리빌딩 시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팬들의 최대 관심사인 손흥민의 진로 역시 덩달아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 될 것이다. 손흥민은 케인보다 1살이 더 많고 토트넘과의 계약기간은 2023년까지다. 하지만 토트넘의 전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체불가인 케인마저 팀을 떠나고 변화의 시기를 맞게 된다면 손흥민에게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케인의 발언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토트넘과 손흥민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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