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터닝> 스틸컷

영화 <더 터닝> 스틸컷 ⓒ (주)스마일이엔티

 
<더 터닝>은 악몽을 통해 저택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친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로 급부상한 매켄지 데이비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그것>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핀 울프하드,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연기 천재 브루클린 프린스의 조합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이들은 현재 할리우드에서 핫한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들이다.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맡았던 세 배우는 전작의 이미지를 지우고 오로지 <더 터닝>을 위해 변신했다.

좋은 고전은 언제나 재해석 된다
 
 영화 <더 터닝> 스틸컷

영화 <더 터닝> 스틸컷 ⓒ (주)스마일이엔티

 
영화는 공포소설의 원형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을 원작으로 하는 고딕 호러의 진수를 엿볼 수 있다. 1898년 출간된 원작은 영미 문학을 대표하며 10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극찬 받는 최초의 심리 소설이다. 귀신들린 집, 유령이 지배하는 공간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오페라, 연극, TV 드라마는 물론 16편에 해당되는 영화로 끊임없이 재탄생되며 결말의 다양한 해석을 낳는 화제작이다. <디 아워스>도 차용한 웰메이드 고전이다.

원작자 헨리 제임스는 독자들에게 명확한 답을 주기보다 생각하게 하는 문학을 추구했다. 때문에 원작은 불명확하고 애매하며,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영화 <더 터닝> 또한 원작과 결말은 다르지만 관객이 오로지 느낀 대로 해석해야 한다. 당신이 본 것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수많은 생각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곱씹게 한다.

대저택 입주 교사의 극한 취업기
 
 영화 <더 터닝> 스틸컷

영화 <더 터닝> 스틸컷 ⓒ (주)스마일이엔티

 
잘하고 있던 일을 그만두고 입주 교사로 취업한 케이트(매켄지 데이비스)는 걱정하는 친구에게 고작 아이 하나이지 않냐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인다. 정신 질환이 있는 엄마의 요양원 면회에서도 의젓한 모습을 보이며 활기차게 떠난다.

드디어 으리으리한 대저택 앞에 도착한 케이트. 플로라와 인사를 하기 위해 구석구석을 둘러본다. 끝도 없는 미로 정원, 음산한 분위기의 잉어 연못, 아무도 쓰지 않을 것 같은 수영장과 부식된 석상들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풍긴다. 케이트는 기괴했지만 고딕풍 저택의 특유의 스타일이라 생각하며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첫날밤부터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부모를 잃은 일곱 살 플로라(브루클린 프린스)와 대면식도 잠시, 그날 밤 기숙학교에서 돌아온 마일스(핀 울프하드)와도 만난다. 얼음장 같은 마일스와 첫 만남부터 거슬린다. 플로라는 티 없이 맑고 사랑스럽지만 마일스는 사사건건 케이트와 부딪히며 신경전을 펼친다.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날들이 걱정스럽다.

아이들을 훈육하려 하자 싸고도는 가정부 그로스(바버라 마튼)의 장막에 가로막힌다. 그로스는 우수한 혈통으로 태어난 아이들이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이상한 일들이 쌓여갈수록 케이트는 악몽을 꾸는 날이 많아진다.

한편, 전 가정교사 제슬과 승마 선생이었던 퀸트가 매번 화제에 오른다. 케이트는 괜한 질투심과 남모를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제슬이 남긴 일기장을 읽으며 혼란은 가중된다. 불길한 일들을 예견하는 예언서 같다. 동떨어진 기분이 날로 커지며 아이들과 가정부는 곁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케이트는 외로움과 공포감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른다.

매력적인 비주얼이 주는 오묘한 아름다움
 
 영화 <더 터닝> 스틸컷

영화 <더 터닝> 스틸컷 ⓒ (주)스마일이엔티

 
영화는 19세기 고딕풍의 미장센과 1990년 대 레트로 스타일을 믹스매치 했다. 빨간 코트와 빨간 드레스, 빨간 팬츠는 매켄지 데이비스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완성하고 있으며 시선을 강탈하는 강렬한 색감으로 무채색 화면에 활력을 준다. 자연광, 색감이 적재적소에 활용돼 캐릭터만의 차별점을 고안했다.

또한 잉어 연못, 바닷가의 전화박스, 흰 백조, 노란 자동차, 마네킹, 인형, 석상 등 미스터리한 이미지가 선연하다. 분위기와 미장센이 8할인 공포영화의 미술 부분에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광활한 저택에 갇힌 것 같은 고립감과 문과 문이 다른 세계로 연결된 통로처럼 보인다. 오묘한 아름다움과 이질성을 부각시킨다.

영화 <더 터닝>은 심리 스릴러 고전을 토대로 현대적 재해석했다. 탄탄한 스토리에 조금씩 조여 오는 심리적 압박은 캐릭터에 이입을 돕는다. 마치 관람객이 케이트가 된 거 같은 착각에 빠지도록 유도한다. 과연 케이트의 눈에 보이는 낯선 존재들은 무엇인지 의문만 가득한 정체불명의 존재들은 서서히 숨통을 조여 온다.
더 터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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