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엽 창원 LG 세이커스 감독은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이다. 현역 시절에는 '매직히포', '한국판 찰스 바클리'로 불리며 90년대 '농구대잔치 세대'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중 한 명이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농구가 중국을 꺾고 20년 만의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도 주역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화려한 명성에 비하여 정작 프로에서는 은퇴할 때까지 우승복이 없어서 '무관의 제왕'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현 감독은 은퇴 이후 방송인으로 활약하다가 2017년 전격적으로 LG의 지휘봉을 잡았다. LG의 현 감독 선임은 여러모로 큰 화제를 모았다. LG는 2005년에 처음 입단하여 2009년 은퇴할 때까지 그의 농구인생 말년을 함께한 마지막 친정팀이었다. 또한 현 감독은 은퇴 이후 농구해설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은 있지만 지도자 경력은 전무했다. 코치 경험도 없이 바로 감독이 되었다는 것은 대단히 파격적인 사례였다.

현주엽 감독으로선 올해가 3년 계약의 마지막 해였다. 그동안 감독으로서 남긴 성과는 아쉽다. 첫 해인 2017-18시즌에는 호화멤버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17승 37패로 리그 10개 구단중 9위에 그쳤다. LG의 구단 역대 정규시즌 최저승률 타이 기록이기도 했다. 2018-19시즌에는 30승 24패로 정규리그 3위, 플레이오프 4강진출을 이뤄내며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9-20시즌에는 다시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리그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중단되기 전까지 42경기에서 16승 26패로 리그 9위에 그쳤다. 산술적으로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은 남아있었지만 리그가 재개되었더라도 6강진출은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종규(원주 DB)의 이적과 김시래의 잦은 부상 공백을 메우지 못했고, 외국인 선수 선발과 활용도 혼란을 거듭했다.

3년간의 성적을 결산하면 PO진출 1회, 실패가 2회다. 정규시즌으로 한정하면 63승 87패다. 부임 기간 팀을 3년 연속 봄농구로 개근시켰던 강을준 감독(91승 71패)이나 팀 창단 첫 정규리그에서 우승을 안겼던 김진 감독(157승 167패)보다도 승률이 훨씬 떨어진다. 현 감독의 현역 시절 명성이나 기대치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LG, 현 감독에게 다시 기회줄까

현주엽 감독은 오히려 농구 외적인 측면에서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비시즌 동안 선수단과 함께 공중파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이하 당나귀귀)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현 감독은 특유의 먹방과 예능감으로 프로그램의 인기몰이에 기여했다. 예능 출연으로 인한 홍보효과가 올시즌 LG의 성적부진에도 불구하고 관중동원에는 상당한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시즌이 조기종료되서 현 감독과 LG의 동행은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비록 팀성적은 아쉽지만 인기도와 화제성 면에서는 현역 감독중 최고였던 현 감독이다. 과연 LG는 현 감독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줘야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쎄'다. 현 감독이 방송출연을 통하여 LG를 비롯한 올시즌 KBL의 흥행에 일정부분 기여한 공로는 평가받을 만 하다. 하지만 현주엽의 본업은 프로농구 감독이지 방송인이나 KBL 홍보대사가 아니다. 감독으로서의 성과를 평가하는데 번외 활동으로 인한 기여도를 끌어들이는 것은 맞지 않다.

과연 현 감독의 방송 출연이 LG 구단이나 프로농구의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측면만 있었는지도 냉정히 평가해봐야 한다. 현 감독이 한창 방송에 출연하여 인기몰이를 하던 시점에 FA를 앞둔 김종규의 녹취록 파문이 터졌다. 방송에서 화기애애한 사제관계처럼 보이던 선수와 감독의 이면에 농구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지도자로서의 도덕성과 신뢰도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긴 사건이었지만 현주엽 감독은 이후로도 제대로 된 어떤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김종규는 원주 DB로 이적했다. 정작 농구팬이 아닌 그저 예능인으로서 현 감독의 먹방을 가볍게 즐기던 시청자들에게는 이 사건이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또한 현 감독은 <당나귀귀> 방송 출연중에는 선수들에게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로 자주 구설수에 올랐다. 컨디션 난조를 호소하는 선수의 의견을 묵살하고 훈련을 강요하거나, 슛폼에 대한 지적에 선수가 이견을 제시하자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다는 이유로 보복성 추가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농담의 수위를 넘어선 막말도 자주 등장했다. 방송의 연출이나 편집만으로는 보기 어려운 문제였다.

리더의 갑질을 웃음포인트로 삼는 프로그램의 컨셉상 현 감독의 언행은 방송에서 늘 적당히 미화되었지만, 국내 지도자들의 권위적인 행태에 대한 문제인식이 만연해있던 농구팬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비판적 시각이 컸다.

정작 감독으로서의 전술적 역량이나 장기적인 비전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그가 지휘봉을 잡았던 3년간 '현주엽 농구'만의 고유한 색깔이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선뜻 답을 떠올리기 쉽지 않다. 

LG는 창단 이후 정규리그 우승만 한 차례 차지했을뿐 아직까지 챔피언결정전 우승과는 인연이 없는 팀이다. 창원은 현 감독이 부임하기 전부터 농구인기가 높은 연고지로 꼽혔다. 가끔 프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정도가 아니라 더 큰 목표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주엽 감독은 지난 3년간의 감독 경험과 최근 몇 달간의 방송 경험 등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특기와 자질이 어디에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LG와 현주엽 모두 이제는 자신에게 더 맞는 자리를 찾기 위해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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