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텔 뭄바이> 포스터

영화 <호텔 뭄바이> 포스터 ⓒ (주)에스와이코마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적 재난이나 전쟁 상황에선 당황해서 그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벗어나려고 노력하기 마련이다. 한두 사람이 주변을 흔들고 나면 그 파장은 주변의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점점 밖으로 퍼진다. 그런 혼란을 틈타 사람들은 잘못된 정보를 믿고 잘못된 판단을 하며 시간을 낭비한다. 그래서 올바른 위치에 있던 사람들도 자신의 자리를 이탈하면서 상황을 점점 나쁘게 만든다. 

그래도 그 혼란 속에는 자신을 지키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은 그 혼돈스러운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열쇠이자 최후의 보루다. 무엇보다 그들은 자신의 의무를 크게 해석하면서 주변의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돕는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그들의 그런 의지는 아주 작고 연약한 불씨와도 같다. 그 불씨들은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악화되는 상황을 막아낼 수 있는 힘을 비축하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주변으로 서서히 퍼지며 작은 희망으로 바뀌어간다. 늘 우리가 마주하는 어떤 재난 상황 속에서 언제나 그런 불씨가 되어준 존재들이 있다. 그들은 비록 영웅적인 인물로 남거나 이름을 널리 알리지는 못하지만, 결국 세상을 구한 건 그들이다. 

2008년 인도 뭄바이 테러 사건을 다룬 이야기

영화 <호텔 뭄바이>는 극악의 테러 상황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지켰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2008년 11월에 인도 뭄바이에서 벌어졌던 테러 중 호텔에서 벌어진 상황을 중심으로 그때의 사건을 기록한다. 그 당시 뭄바이의 호텔, 기차역, 레스토랑, 병원, 영화관 등이 무장 괴한들에게 습격당하고 무수한 희생자가 발생한다. 그런 테러리스트들이 각자의 위치로 이동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서서히 시선을 호텔 타지로 집중한다. 

호텔 타지에서 일하는 아르준(데브 파텔)은 아내와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호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인물로 테러 당일에 지각해 어려움을 겪지만 그 테러 한가운데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호텔 셰프인 오베로이(아누팜 커)는 테러가 시작되자 남은 호텔 직원들과 고객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들은 호텔 레스토랑에 있던 투숙객들을 테러리스트가 찾지 못할 장소로 이동시키고 그들을 안정시킨다. 

사실 그들은 호텔에서 나갈 기회가 있었다. 테러리스트들이 모르는 외부 통로로 호텔에서 나갈 수 있었다. 실제로 오베로이는 직원 중 나가고 싶은 사람은 나가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일부 직원이 사과하며 나가고 나서 남은 호텔 직원들은 남은 고객을 신처럼 지키겠다는 다짐을 한다. 

투숙객들을 위해 자신들의 자리를 끝까지 지킨 직원들
 
 영화 <호텔 뭄바이> 장면

영화 <호텔 뭄바이> 장면 ⓒ (주)에스와이코마드

 
테러리스트가 만든 공포는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위험한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안전한 장소에 숨어있던 사람들은 밖으로 최대한 빨리 나가고 싶어 한다. 그러다 많은 사람들은 허무하게 총에 맞아 희생당한다. 특히 영화 속 갓난아이와 함께 호텔을 찾은 투숙객 데이빗(아미 해머)와 자라(나자딘 보니아디)는 아이와 떨어지게 되면서 아이를 찾으러 가는 위험한 모험을 하게 된다. 이들 중 남편이 안전한 방을 벗어나 위층으로 가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다. 

호텔 직원들은 투숙객들이 안정감을 가지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선두에서 그들을 이끌었다. 직원 아르준은 여러 위험한 상황에서도 투숙객들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그들을 지켰다. 어떤 사명감이 없이는 지키기 어려운 자리다. 테러리스트가 왜 그렇게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죽이는지, 언제까지 계속 그런 테러를 진행할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호텔 구조를 이용해 외부의 도움이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그곳을 지킨다. 

그 호텔 안에선 어떤 이념적 대립이나, 정치적 대립이 있을 리 없다. 호텔 직원들은 인종이나 성별을 차별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지키려 애쓴다. 그들이 자신이 설 수 있는 그 자리를 지키는 모습은 2020년 현재 수많은 병원을 지키고 있는 의료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제는 전 세계적인 재난이 되고 있는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동요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수많은 의료인들은 그들이 지켜야 할 그 자리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환자들의 안정감을 주면서 최대한 빠른 회복을 돕는다. 그건 어떤 이념적, 정치적 고려가 있지 않다. 그저 직업적 희생정신으로 버티는 것이다. 

2020년 현재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영화 <호텔 뭄바이> 장면

영화 <호텔 뭄바이> 장면 ⓒ (주)에스와이코마드

 
영화 <호텔 뭄바이> 속 호텔 직원들은 물론 모든 고객을 지키지는 못한다. 하지만 그들이 그 자리를 지킴으로서 남아있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목숨을 건졌다. 그들의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는 못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영웅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지금 코로나 19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모르지만 결국 이 어려운 상황이 지나가고 나면 그들이 지켰던 수많은 사람들은 기록에 남을 것이다. 

영화는 내내 관람객이 그 당시의 현장에 있었던 것과 같은 긴장감을 선사한다. 테러리스트의 총에 희생당하는 사람들을 볼 때 공포심을 느끼고, 그들이 사람들 고르지 않고 마구 죽여나가는 상황에서 그 공포심은 더 극대화된다. 그래도 영화를 보고 안도감이 드는 건, 침착한 직원들을 따라 밖으로 나오면서 외부의 빛을 보던 아이와 투숙객들의 표정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가 느끼게 해주는 공포스러운 현장감은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그 자리를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한 번 더 느끼게 한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수작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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