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빈에게 살해 협박을 받은 JTBC 손석희 사장이 당시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를 더 밝혔습니다. 자신과 재판 중인 김웅 기자의 배후에 삼성이 있다는 조주빈의 말을 믿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하지만 삼성과 해당 기자 모두 부인하고 있습니다." (<손석희 "삼성 배후설 믿었다" 해명…삼성 "황당 주장">, 29일 SBS <8뉴스> 앵커 멘트 중)

JTBC 손석희 사장이 27일 '조주빈 협박' 건과 관련해 JTBC 기자들에게 해명을 했다. 협박당시 그 배후에 삼성이 있다는 얘기를 믿었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28일 삼성이 언론보도를 통해 "황당한 주장"이라며 손 사장의 주장으로 "기업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사건 당사자 중 한 명인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 역시 같은 날 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사실무근"이라며 도리어 손 사장을 비난하고 나섰다. 29일 지상파 3사 및 JTBC 메인뉴스 중 이 소식을 다룬 것은 SBS <8뉴스>가 유일했다.

'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 사건'의 주범 중 한 명인 조주빈이 지난 25일 전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얼굴이 공개되는 순간 손석희 사장에게 사과를 전한 직후부터, 사건의 전개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형국이다.

손 사장과 윤장현 전 광주시장 등을 언급한 조주빈이 자신의 주가를 올리고 언론의 관심을 조금이나마 돌리는 데 성공한 가운데, 협박 피해자로 드러난 손 사장이 오히려 궁지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주빈 검찰 송치, 강력한 처벌 촉구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호송차에 태워져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조주빈 검찰 송치, 강력한 처벌 촉구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호송차에 태워져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의혹과 해명, 입과 말

"정말 혹여라도 그 누군가가 가족을 해치려 하고 있다면, 그건 조주빈 하나만 신고해선 안 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근거를 가져오라고 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흥신소 사장이라고 접근한 사람이 조주빈이라는 것은 검거 후 경찰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25일 JTBC가 내놓은 손 사장 입장문 중)

손 사장의 입장과 경찰수사 등 조주빈의 주장을 종합한 당시 상황은 이러하다. 김웅 기자와 분쟁 중이던 손 사장에게 조주빈이 흥신소 사장인 척 접근했다. 조주빈은 손 사장에게 가족을 살해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김웅 기자의 (조작된) 협박 내용을 보여줬고, 손 사장은 구체적인 증거를 요구했다.

조주빈은 증거를 건네기에 앞서 금품을 요구했고, 결국 손 사장이 건넨 금품만 챙긴 채 잠적했다는 것이다.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손 사장은 조주빈에게 2천만 원 가량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손 사장은 JTBC 본인 사무실에서 조주빈 측과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그리하여 손 사장이 밝힌 돈을 건넨 이유는 이랬다.

태블릿 PC 보도 이후 가족을 포함해 살해 협박을 받고 있었다는 점, 조주빈이 협박의 증거로 내놓은 텔레그램 대화 사진이 경찰도 믿을 만큼 너무 정교했다는 점, 과거 미투 운동 당시 삼성 측이 성신여대 시절 자신의 뒷조사를 한 적 있었기에 김 기자의 배후에 삼성이 있다는 거짓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 등이다.

30일 CBS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조주빈이 손석희 사장의 차량이 CCTV 화면에 찍힌 것처럼 조작한 자료를 협박의 빌미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 중이다. 조수빈이 박사방에서 활동 중인 공익근무요원 A씨와 짜고 가짜 자료를 만든 뒤, 2017년 손 사장의 뺑소니 의혹을 들추며 협박을 이어갔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손 사장과의 분쟁 당시 텔레그램으로 접근한 조수빈에게 1500만 원 상당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진 김웅 기자는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신의 배후엔 아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김웅 기자는 조주빈이 과거 손 사장의 뺑소니 의혹을 언급하며 "혼외자를 암시했지만 믿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세 사람이 엮인 진실공방은 검찰 수사로 공이 넘어갔다. 애초 경찰은 조주빈이 협박한 유명인사들이 '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말에 말이 쌓일수록 조주빈이 협박했을 당시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지 않은 손 사장의 의도와 배경에 초점이 맞춰지는 형국이다.

손 사장이 여러 이유를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애당초 25살짜리 혐박범에게 왜 돈을 건넸고, 끝끝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은 이유 말이다. 결국 그 배경에 뺑소니 사건 당시 부풀리고 와전됐던 소문도 몸집을 더 키우는 모양새다.

누가 늪에 빠뜨리는가

"손씨는 한 잡지가 조사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에 1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주차장 사건 이후 '뒤가 구린 사람' 이미지가 더해지더니 이제 패륜범과 얽혀 그 일당을 방송사 사장실에서 만나기까지 했다. 도대체 뭘 숨기려고 이런 사람들과 뒷거래를 하는지 궁금해진다. 삼성 음모론으로 이런 의문이 해결되리라고 생각했다는 말인가. 그에게 '영향력 있는 언론인' 표를 던졌던 시청자는 어떤 기분이겠나(중략).

손씨는 이직한 뒤 뉴스 첫 진행 때 르 몽드 창업자의 말을 빌려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하겠다"며 그럴 수만 있다면 저희들의 몸과 마음도 그만큼 가벼워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이 지금 손씨로부터 듣고 싶은 것도 진실, 모든 진실, 오직 진실뿐이다. (<늪에 빠진 손석희>, 30일 <조선일보> '만물상' 중)


풀이하자면, 손 사장의 해명이 설득력이 부족하고 의혹을 더 키우고 있으며 언론인 손석희의 신뢰성을 갉아 먹고 있다는 것. 이날 <조선일보>는 <조주빈 뒤에 삼성?… 해명할수록 꼬이는 손석희>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

해당 기사를 통해 "삼성이 배후라고 생각하면 취재도 못하고, 신고도 못하나", "괴한이 자택까지 침입했는데 신변보호 요청않고 왜 돈 보냈나", "텔레그램, 상대 전화번호 알아야… 20대 무직자가 어떻게 알았나"라고 따져 물은 것이다.

<뉴데일리>는 더 점입가경이었다. 이날 <이상한 손석희>란 6개의 시리즈 기사를 쏟아냈다. 기사는 "이건 삼성을 우습게 본다는 뜻", "'혼외자 논란' 뭔가?"란 자극적인 제목과 추측들로 점철돼 있었다. 김웅 기자의 주장과 수사과정에서 흘러나온 조빈의 주장이 극대화된 '타블로이드'식 보도의 전형이었다.

"이게 참 우리 사회 관음증 문제로, 한 번 짚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명성을 가진 사람에 대한 관음증, 관음증을 자극하는 이런 행위들에 대해 우리가 관대해선 안 된다. 사실 누구나 명성만큼 추악하다. 털면 다 털리는 것(이다). 손 사장에게 털 먼지가 많다는 게 아니라 김아무개 기자가 접근 했을 때 왜 이렇게 끌려 다녔나.

모든 사람에게 먼지가 있는 법이다. 손 대표이사가 솔직히 털어놓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이해를 해 준다. 왜냐면 자기도 그 비슷한 동일한 먼지가 있기 때문(이다). (쏟아진 추측성 언론보도는) 우리 사회의 관음증 문제 때문이고 언론이 그런 관음증을 자극하는 행위에 관대하면 안 될 판에, 왜 언론이 그런 선정적인 태도에 넘어가 똑같이 박수치고 있냐."


작년 1월 KBS <오늘밤 김제동>에 출연한 전원책 변호사의 일침이다. 작년이나 지금의 추측성 보도가 많이 다를까. 여기에 조주빈 사건이 더해졌다. 미투 운동에 반발하는 진영은 미투 운동 초기 피해자와의 인터뷰를 연이어 내보냈던 <뉴스룸>과 "피해자의 목소리가 증거입니다"라던 손 사장의 주장을 두고두고 비판하는 중이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이번엔 손 사장이 빠른 해명에 나섰지만, <조선일보>나 <뉴데일리> 등 일부 언론은 '태블릿 PC 보동', '미투 보도'의 선봉에 섰던 '15년 연속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손석희에 대한 먼지털이를 언제라도 이어나갈 기세다.

지난 1월 검찰은 김웅 기자가 손 사장을 폭행치상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를, 업무상 배임·협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무고 혐의 등은 불기소 처분했다.

반면 김웅 기자는 손 사장이 공갈미수 등의 혐의로 맞고소한 건에 대해 불구속 상태로 정식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김씨가 2018년 8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손 사장에게 '폭행 혐의로 고소하겠다'거나 '과거 차량 접촉사고를 기사화하겠다'며 채용과 금품을 요구한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지난해 김웅 기자와의 공방이나 조주빈 사건에서 모두 '폭행' 부분을 제외하곤, 법원도, 조주빈도 손 사장이 피해자라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논란 이후 손 사장의 실추된 이미지는 <조선일보>의 표현대로라면 점점 늪으로 빠져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추된 이미지, 난망한 상황  
 
 폭행·협박 등 의혹을 받는 손석희 JTBC 대표이사가 2019년 2월 17일 오전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폭행·협박 등 의혹을 받는 손석희 JTBC 대표이사가 2019년 2월 17일 오전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와 달라진 상황이라면, 김웅 기자가 또 다시 연루된 조주빈의 협박 사건이 더해졌고,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손 사장이 조주빈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행위가 보태졌다. 

여기에 더해 재판 중임에도 불구하고, 손 사장을 협박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웅 기자는 적극적으로 '손석희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적지 않은 언론들이 김웅 기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받아쓰면서 선정적인 보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피해자가 자신이 왜 피해를 입었는지, (조주빈의 협박) 당시 그런 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온 국민 앞에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과연 이러한 손 사장을 향한 의심의 작동방식은 정당한 걸까. 손 사장의 일부 석연치 않은 해명은 둘째 치더라도, '언론인 손석희'를 늪으로 밀어뜨리려는 이들의 행태는 온당한 걸까.   

25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웅 기자의 공갈미수 혐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손 사장은 "얼굴 좀 알려졌다고 해서 이렇게 뜯어먹으려는 사람이 많나?"라고 말했다.

이러한 한탄에도 불구하고, '언론인 손석희'라는 그 위상과 이미지를 '뜯어 먹으려는' 이들의 공격적인 행렬은 끝나지 않을 듯 보인다. 김웅 기자든, 일부 언론들이든, 적어도 자신들이 원하는 답을 이끌어낼 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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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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