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계 관련 정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독립영화인들은 상대적으로 지원책에서 소외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는 확진자 수 증가와 지역 감염 현황에 따라 정책 또한 급박하게 수정 혹은 보완되며 일부 혼선이 일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감염병 위기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된 지 약 1개월 만인 지난 24일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는 '코로나19전담대응TF'를 발족했다. 그간 부처별로 피해 상황을 수집하고 대책을 마련해 온 것을 일원화 해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영진위는 그간 영화발전기금 납부 유예 및 방역 비용 지원, 고용유지비 및 임대료 등 운영비 지원을 밝혔지만, 일선 영화 현장에선 다소 부족하다는 시선이 강했다(관련 기사: "5월까지 가면 못 버텨"... 영진위에 실망한 영화인들, 왜? http://omn.kr/1n1nx).

비영리 단체라 오히려 후순위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극장 입구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극장 입구 ⓒ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독립 및 예술영화전용관, 독립영화단체 등 상당수는 비영리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영리법인이라 할지라도 고용노동부가 최초 고시한 고용유지비용 지원사업 선정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었다. 정부가 지난 16일 고시한 '특별고용지원 업종'에도 관광 및 공연 업종과 달리 영화는 빠져 있다. 이때문에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단축 운영하거나 휴관하더라도 고용유지비 지원이나 임대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고 호소하는 일이 이어졌다. 

서울지역 독립영화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의 원승환 관장은 "(휴관하진 않고 방역지침을 지켜가며) 단축 운영을 해왔는데 3월 초 정도에 고용유지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니 기준에 미달돼 안 된다고 하더라. 그땐 지원 폭이 넓지 않았는데 정부 기준이 바뀌고 있는 만큼 다시 지원해 볼 생각"이라며 "대구 오오극장 등 휴관을 오래 한 곳은 고용유지지원금이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오오극장 한종해 사무국장 역시 "대구 쪽은 상황이 급박해서 그 정책이 공지되기 전부터 휴관한 상태라 나중에야 그런 지원책이 있는지 알게 됐다"라며 "근데 휴업지원금 정책은 (코로나19 사태 전부터) 원래 있던 거더라. 미리 휴업을 신청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안다. 지금 사태와 현실적으로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인디스페이스와 오오극장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된다. 분명한 영리추구 사업은 아니지만 준 민간 사업처럼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 한 사무국장은 이어 "(지원금 등의 비중이 크기에) 재난 상황 때 협동조합방식 운영이 더 힘든 것 같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대구시가 매년 천만 원씩 지원하는 게 있는데 그것도 상영 실적 기준이라 이번에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의 박광수 프로그래머 역시 "현재로선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업종 우선이기에 (고용유지비지원 등은) 실제로 휴관하거나 휴업하지 않으면 받기 어려운 게 사실이기도 하다"며 "영화 업종은 아직 (지원이 적용되는) 특별 업종에 들어가지 않았다. 영진위나 문체부가 움직이고 있겠지만 밖에서 볼 때 체감은 그다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의 지난 25일 발표에 따르면, 고용유지지원금 대상이 한시적으로나마 모든 업종으로 확대됐다. 중소기업은 90%까지 지원되는데 16일 고시 발표에 비할 때 전향적인 수준이다. 

남현주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총괄과 사무관은 "비영리 법인, 영리 법인 상관 없이 고용보험에 등록돼 있으면 지원 대상"이라면서 "그런데 아직 시행령 개정 중이라 4월 중에야 실시할 수 있고, 지원 기간(4월부터 6월까지 총 3개월) 소급 적용도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미 2월부터 단축 운영 및 휴관을 해 온 전용관이 상당수라는 점, 특별고용지원업종은 3월부터 적용되는데 영화 업종은 빠져 있다는 사실을 미뤄보면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에 영진위 관계자는 "근무 형태나 인원, 현재 상황 등에 대해 사업자가 고용노동부에 직접 상담하면 (2월이나 3월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정확한 안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2019년 12월 영진위가 독립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센터와 관련해 독립영화인들의 의견을 청취한 서울독립영화제 토크포럼

지난 2019년 12월 영진위가 독립예술영화유통배급지원센터와 관련해 독립영화인들의 의견을 청취한 서울독립영화제 토크포럼 현장 사진. ⓒ 성하훈

 
앞서 영진위는 방역 소독 지원 명목으로 지난 2월 11일과 20일에 각각 손소독제 3000병과 2000병을 전국 상영관에 보낸 바 있다. 이같은 지원에 박광수 프로그래머는 "소독제를 3차에 걸쳐 보냈다는데 2차 때까지 씨네큐브를 제외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은 한 군데도 받지 못했더라"라며 "발송 순서 기준이 관객 수라던데 관객이 많은 극장은 중요하고, 안 많으면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잖나. 그 직후 영진위가 영화계 코로나 피해 실태조사를 한 건데 발 빠르게 해도 모자랄 판에 한 박자씩 늦춰지고 있어 아쉽다"고 성토했다.

대전아트시네마는 운영자가 직접 소상공인 지원 대출을 받은 경우였다. 대전아트시네마 강민구 대표는 "확진자가 확 늘기 전 신청한 상태였는데 다행히 나왔다. 아무래도 오래 함께 했던 직원들이 있기에 인건비 문제가 가장 걸린다"라며 "매년 영진위의 (독립예술영화관 운영) 보조금이 나오기 전까진 운영을 이어 가야 하기에 소액이라도 대출을 받긴 했다. 근데 올해 타격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라고 상황을 전했다.

독립예술영화전용관들은 하나같이 영진위의 운영 보조금 사업을 평소에 비해 빠르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게 급선무라 입을 모았다. 통상 영진위는 3월말까지 사업자 신청을 받고, 4월 중 심사, 5월 중 지원 대상자 발표 및 지원금 교부를 진행해 왔다.

이런 영진위 방침에 박광수 프로그래머는 "현 상황에선 영진위의 지원금을 앞당겨 지급하는 게 가장 시급한데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더 미룬다고 들었다"며 "심사위원도 선정해야 하고 영진위 입장에선 부담이겠지만 답답하다. CGV같은 대기업도 두 달을 못 버티고 (35개점이) 휴관한다는데, (영진위는) 산업 전체가 흔들리는 거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구 대표 역시 "일단 올해 보조금 지원 예산을 빠르게 지급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며 "영진위에서 어찌할 것인지 답변이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독립영화계 성토에 영진위 관계자는 "1~2차 지원시 불가피하게 관객이 많이 몰리고 감염 위험이 높은 극장 위주로 지원했고, 이 과정에 소독제 물량 확보의 어려움이 있어 전달받지 못한 극장을 파악해 3차 때 독립예술영화전용관과 실버영화관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소 오해가 있던 것 같다"며 "방역 지원은 전체 상영관이 대상이다. 방역비 지원과 물품 지원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며 자체 방역하는 8개관 이상 멀리플렉스가 물품 지원 대상일 뿐 모든 상영관이 방역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지원사업 및 지원금 교부에 대해서도 영진위 관계자는 "(통상적인 때와 달리) 4월까지 지원금 교부를 완료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며 "기금 교부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하는 심사 과정(상영관 시설평가 및 주체평가, 9인 위원회 결정 심사)을 차질 없이 진행해 지원금 지급 시기를 단축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지난 6월 19일 열린 <김군> 1만 관객 파티에서 인사하고 있는 서울독립영화제  김동현 집행위원장

지난해 1만 관객을 돌파한 <김군>의 축하 파티 현장. 서울독립영화제 김동현 집행위원장이 발언 중이다. ⓒ 빈스로드 정윤재

 
"생계 지원 프로그램 절실해"

한편 국내 최초 비영리 공공미디어센터인 미디액트 또한 코로나19 사태 지원 사각지대에 들어가 있다. 전체 운영비가 지자체 보조금, 기업 및 개인 후원 등으로 마련되는데 코로나 사태 직후 CGV 같은 기업이 후원을 잠정 연기하는 등, 이로인해 예산 마련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전체 운영비 중 25%에 달하는 자체 수입 역시 코로나19 사태로 거의 없다시피 해 타격은 더욱 크다.

장은경 사무국장은 "기업 후원은 대부분 교육 사업 후원인데 예정됐던 후원이 무기한 연기됐다. 강사를 모시고 극장에서 하는 교육이 다 막히게 된 것"이라며 "지자체 보조금이 4월 넘어가야 나오기에 3월까진 자부담으로 버텨왔는데 자부담 충당이 안 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장 사무국장은 "미디액트에서 강의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독립영화인들인데 그분들도 생계가 막히고 있다"며 "코로나19 지원 정책을 알아봤는데 대부분 영리법인의 손해를 보전하는 목적이라 우리 같은 비영리 사단법인은 대출 대상이 아니더라. 현재로선 인건비나 임대료 지원이 가장 시급하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독립영화계 상황을 한 영진위원이 한국독립영화협회(아래 한독협)를 통해 최근 의견을 청취해 갔다. 한독협 측은 창작자, 배급사 및 마케팅사, 상영관, 기타 등 네 부문의 시급한 지원책을 해당 위원에게 전달했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독립영화 창작 쪽은 붕괴된 상태다. 상영과 배급, 교육 사업도 일체 중단된 상태"라며 "작은 돈이라 보이지도 않겠지만 (독립영화계는) 그 소소한 돈으로 운영되고 있다. 많은 창작자와 스태프들이 미디어센터나 학교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데 대부분 중단됐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독립영화 관련 단체는 대부분 비영리라 정부 지원 대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급하게 전달하느라 독립영화인들 의견을 폭넓게 수용하진 못했고 상식적인 차원에서 정리했다.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인 독립영화인들이 생계 위협을 겪고 있는데 지원 프로그램이 전혀 없다. 그런 지원 프로그램이 시급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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