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울프 콜> 포스터

영화 <울프 콜> 포스터 ⓒ 판씨네마(주)

 
잠수함이 전쟁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실제로 최근에 잠수함을 중점적으로 다룬 전쟁 영화로는 <헌터 킬러>(2018)를 꼽을 수 있는데, 이 작품도 비평과 흥행 양쪽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애초에 해전 자체를 영상에 담는 빈도가 적은 만큼, 잠수함이 중심이 되는 경우는 더욱 적을 수밖에 없다.

또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는 설사 나온다더라도 갑작스럽게 등장할 수 있다는 잠수함의 특성상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처럼 편리한 배경으로만 활용되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안토닌 보드리 감독의 <울프 콜>은 이러한 영화 속 잠수함의 관습을 과감히 뒤집으며 다채로운 매력을 선사한다.

시리아 연안에서 작전을 수행 중이던 프랑스 잠수함 '티탄'함은 육지에서 활동하던 특수 요원들의 신호를 받고 구출 작전에 돌입한다. 그러나 음탐사 '상트레드(프랑수아 시빌)'가 적 잠수함을 고래로 식별하는 실수를 저지르면서 작전에 차질이 생기고, 이에 더해 자신들을 탐지한 이란 구축함과 전투를 벌인 끝에 간신히 빠져나온다. 본국으로 돌아온 후 상트레드는 자신이 들었던 소리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상부에서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사이에 그가 추적하던 신원 미상의 잠수함은 러시아 영해에서 프랑스를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하고, '티탄'함은 핵미사일을 탑재한 '무적'함과 함께 핵전쟁을 막기 위한 임무에 돌입한다.
 
 영화 <울프 콜> 스틸 컷

영화 <울프 콜> 스틸 컷 ⓒ 판씨네마(주)

 
영화 전개의 도구와 배경에 불과했던 잠수함은 <울프 콜>에서 주인공이라 보일 정도로 큰 존재감을 자랑한다. 영화는 위압적인 혹은 은밀한 이미지에 머물러 있던 잠수함으로부터 다양한 특성을 끄집어내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한다. 작중 잠수함은 바닷속의 집 같은 보호자면서, 언제든 화재와 폭발 같은 즉각적인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연약한 존재다. 동시에 언제나 고독과 외로움이 기저에 깔려있는 고립된 밀실, 여러 보직의 군인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톱니바퀴처럼 움직일 때 작동하는 기계, 원칙과 신뢰가 목숨과 직결되는 국가와 사회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잠수함은 그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처럼 묘사된다.

또한 상트레드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켜 소리를 다각도로 활용하고 전쟁 영화에서 보기 힘든 신선한 광경을 연출하는 대목도 인상적이다. 제목인 '울프 콜'부터가 잠수함이 적군의 음파에 의해 탐지되었을 때 울리는 늑대 울음소리 같은 경고 시그널을 의미하니 연출의 방향성은 분명한 셈이다. 영화는 선박, 잠수함, 동물, 음파 탐지기 등이 내는 다양한 소리를 등장시킨다. 그리고 상트레드가 외부를 식별하기 어려운 잠수함 안에서 이 소리들을 식별하는 과정을 긴장감 속에 제시하면서 듣는 매체라는 영화의 특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처럼 잠수함의 특성과 소리를 활용한 연출은 초반 20분 간의 전투 시퀀스에서 곧장 영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한편 <울프 콜>은 잠수함을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으로도 활용한다. 작중 프랑스 군부는 전쟁억지력이라는 용어를 강조하며 핵미사일을 탑재한 '무적'함이 평화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영화 후반부 러시아와의 핵전쟁의 위협에 놓이자, '무적'함은 핵무기로 반격하기 위해 출항하기도 한다. 이처럼 평화를 위해 필요하다던 핵잠수함에 의해 평화가 무너지는 광경을 한 화면에 담아내면서 영화는 평화를 지키는 방법에 대한 논의를 현실의 국제질서에 입각해 이어나간다. 

세력 균형과 전쟁억지력을 강조하는 지금의 국제질서는 국제정치학의 현실주의 이론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현실주의에 따르면 세력 불균형으로 인한 불안정성을 국가가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따라 평화는 파괴되거나 유지된다. 실제로 이 논리에 따라 핵무기 등장 후 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은 공격당한 만큼 돌려주기 위해서 잠수함을 비롯한 여러 방식의 핵무기를 개발해왔다. 이처럼 핵무기가 세력균형을 이루고, 평화를 구축할 것이라는 믿음에 대해 <울프 콜>은 과연 이 방식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두 방향에서 물음을 던진다. 

우선 영화는 핵무기의 존재 이유와 가치에 의문을 표한다. 작중 이슬람 테러집단은 핵잠수함을 활용해 위기 상황을 야기한다. 이 장면에서 영화는 국가뿐 아니라 다양한 조직에 의해 전쟁도 발발하는 현대 사회에서 과연 핵무기가 전쟁억지만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지를 의심한다. 더 나아가 영화는 국가가 세력균형을 이루며 평화를 유지하는 주체로서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품는다. 실제로 작중 미국과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은 테러집단의 음모를 조기에 알아채지도 못하고 이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도 못하면서 핵전쟁의 빌미를 제공해버린다. 또한 영화에서 핵전쟁을 개시해버린 국가의 잘못된 선택을 바로잡는 것은 결국 군인 개개인의 판단, 신념, 그리고 의지다. 
 
 영화 <울프 콜> 스틸 컷

영화 <울프 콜> 스틸 컷 ⓒ 판씨네마(주)

 
하지만 날카로운 메시지와 별개로 <울프 콜>은 몇 가지 아쉬움도 남긴다. 기본적으로 영화의 개연성이 상당히 부족한데, 특히 주인공인 상트레드의 행보가 그렇다. 그는 핵전쟁을 앞두고도 원칙을 따라야만 하는 군인이지만, 정작 하는 일마다 실수를 저지르고 범죄와 규칙 위반을 반복한다. 이러한 묘사는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을 더해 주지 못한다. 개인의 특별한 능력을 강조하는 효과보다는 그를 중심으로 사건을 전개하기 위해 사건들이 작위적으로 이어진다는 느낌을 주는 역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작중 인물들이 스테레오 타입에 머무르고 있으며, 철저히 도구적으로 사용된다는 한계에서 비롯된다. 영화는 각 캐릭터들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 거의 묘사하지 않는다. 잠수함 밖에서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인물도 상트레드가 유일하며, 함장인 그랑샹과 부함장인 도르시 등은 철저히 잠수함 안에서 작전을 위한 보직으로 존재한다. 보여주고 싶은 시퀀스,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에서 인물들을 그저 체스 말로만 사용하는 것이다. 그 결과 주인공이 무단으로 상관의 암호를 사용하거나, 출입 불가 지역에 침입하고서도 언제나 사건의 중심에 있는 억지스러운 전개가 가능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프 콜>은 여전히 흥미로운 영화다. 다른 전쟁영화들에서 결코 볼 수 없었던 연출을 통해 새로운 시청각적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전쟁 영화로서 한 명의 주인공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영웅주의로 흐르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에 더해 전쟁의 참혹함을 통해 전쟁 자체를 비판하거나 휴머니즘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대신 현실의 국제역학 관계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비판하려는 시도도 <울프 콜>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울프 콜>은 외교관 출신인 안토닌 보드리 감독이기에 가능했던 독특한 시도가 빛나는 영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원종빈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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