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링 썬더 레뷰 : 마틴 스코세이지의 밥 딜런 이야기

롤링 썬더 레뷰 : 마틴 스코세이지의 밥 딜런 이야기 ⓒ 넷플릭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그 말을 누가 했냐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4관왕의 금자탑을 세우던 날,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봉준호 감독이 함께 감독상 후보에 올랐던 <아이리시 맨>의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상찬을 보내는 장면이었다. 너털웃음을 짓는 마틴 스코세이지의 모습은 화룡점정이었다. 스코세이지는 <택시 드라이버>, <좋은 친구들> 등 선 굵은 범죄 영화들로 유명하지만, 그는 수십 년 동안 다양한 형태의 족적을 남겼다. 김기영 감독 <하녀>의 디지털 복원 작업에 지원을 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록 음악에 대한 조예가 깊은 스코세이지는 뮤지션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도 몇 개 만들었다. 조지 해리슨의 삶을 재조명한 <조지 해리슨 : 물질 세계에서의 삶(Living In The Material World>, 롤링 스톤즈의 공연 실황을 담은 <샤인 어 라이트(Shine A Light)> 등이 대표적이다. 마틴 스코세이지가 지난해 공개한 <롤링 썬더 레뷰 : 마틴 스코세이지의 밥 딜런 이야기>는 1975년, 밥 딜런이 동료 예술가들과 함께 열었던 투어 '롤링 썬더 레뷰'의 순간들을 담았다.
 
1970년대, 딜런과 함께 떠난 여행
 
영화는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70년대 미국의 혼란스러운 풍경들, 그리고 밥 딜런의 인터뷰와 공연을 교차시키면서 시작된다. 도입부에서 딜런은 '롤링 썬더 레뷰'는 아무 의미 없고, 40년 전에 있었던 공연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이 다큐멘터리는 당대의 시대, 딜런의 일대기를 분석하는 작품이 아니라 '그대로 보여주는 일'에 집중한다.
 
당시 밥 딜런은 조니 미첼, 시인 엘렌 긴즈버그, 조안 바에즈, 패티 스미스 등 30여  명의 예술가들과 함께 투어를 떠났다. 이미 시대의 상징으로 아로새겨진 그였지만, 그는 지역의 소규모 공연장을 고집했다. 수익적으로도 그렇게 많은 이익이 보장되지 않은 공연이었다. 더욱 가깝게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미국 땅을 관통하는 여정을 떠났다.

은 공간에서 수많은 예술가들이 시끌벅쩍 떠들고 있는 모습은 낭만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 투어에 대해 '보거나 동참하는 경험을 통해 환골탈태하게 된다'고 평했다. 노래와 시,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잔존한 시대였다.
 
딜런이 말한 '창조 정신'이란
 
 롤링 썬더 레뷰 : 마틴 스코세이지의 밥 딜런 이야기

롤링 썬더 레뷰 : 마틴 스코세이지의 밥 딜런 이야기 ⓒ 넷플릭스

  
공연을 이어 가던 딜런은 '여러분에게 정치적인 영향력이 있다면, 다시 이 사람이 거리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한 뒤, 'Hurricane'을 부른다. 여기서 '이 사람'이란 복싱 선수 루빈 카터를 일컫는다. '허리케인'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명성을 높이고 있던 그는 1966년, 살해 혐의로 체포되었다. 그러나 그의 살해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흑인인 그가 인종 차별의 대상이 되었다며 분노하는 여론이 높았다.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유명한 그이지만, 딜런은 직설적인 화법으로 부조리를 노래했다. 그는 세상에 대한 시선을 쉽게 거두지 않았다('허리케인'의 주인공 루빈 카터는 1988년,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고 비로소 불명예를 벗게 되었다).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하면서 감옥에 그를 쳐넣었어요. 하지만 그는 한 때 세계 챔피언도 될 뻔했었죠." - 'Hurricane'(밥 딜런) 중
 
"불명예를 논하며 공포스러운 현실을 비판하는 당신. 이제 손수건을 꺼내 들어도 돼. 지금이 바로 당신이 눈물 흘릴 때니까."
- 'The Lonesome Death of Hattie Carroll(밥 딜런) 중
 

롤링스톤지는 밥 딜런을 비틀스에 이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 '2위'에 선정했다. 밥 딜런은 2016년 가수로선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한 번 명예의 전당에 자취를 남기기도 했다. 수많은 성취를 차치하고도, 밥 딜런은 오랫동안 경외와 존경, 혹은 신비로움의 대상이었다. 어떠한 틀에도 자신을 가두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구도자이자, 통기타 대신 일렉 기타를 잡은 '포크의 배신자'였다. '반문화'의 기수로 떠받들어졌으나, 누군가에게는 '기득권자'에 불과했다.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 마크 러팔로는 밥 딜런을 두고 '딜런이야말로 만들어진 이미지의 화신'이라고 표현하지 않는가! 우리에게 밥 딜런은 신화 속을 사는 인물이다. '롤링 썬더 레뷰'는 신화 속에서 찰랑거리고 있는 그를, 있는 그대로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
 
"인생이란 자신을 찾는 게 아니에요. 어떤 것도 찾는 게 아니죠. 인생이란 자신을 창조하는 일입니다." - 밥 딜런
 

2년 전 밥 딜런의 내한 공연에 갔던 날이 떠올랐다. 내가 가 본 내한 공연 중에서 가장 '재미없는 공연'이었다. 딜런의 공연은 관객 다수에게 있어 몹시 불친절했다. 원곡의 멜로디를 몹시 변형하거나 발음을 흘려서 부르는 등, '원곡의 감동'을 재현하는 데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자세히 귀를 기울여야 'Ballad Of A Thin Man'이나 'Blowin' In The Wind'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 공연의 내용처럼, 딜런의 삶은 예측 불가능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딜런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딜런의 창조 정신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것은 인간을 인간으로서 존재하게 만드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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