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없는 2020년이 결국 현실화될까.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여파로 각종 스포츠 이벤트도 일제히 중단됐다. 올해 개최 예정이던 도쿄올림픽과 유로 2020, 코파 아메리카 등이 모두 내년 이후로 일정을 변경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NBA, 유럽프로축구(EPL, 라리가) 등 세계 각국의 유명 프로 리그들도 모두 중단된 상태다.

한국은 이미 남녀 프로농구와 배구 등 겨울스포츠가 모두 리그 완전 중단을 선언하며 시즌을 일찍 종료했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역시 개막이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한국야구위원회와 프로축구연맹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개막 시점을 다시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현재로서는 코로나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서 리그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개막이 계속 지연될 경우 야구와 축구 모두 리그 일정의 변화는 불가피해보인다. 프로야구는 현행 144경기, 프로축구는 38경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중계권과 스폰서, 입장수입 등 현실적인 수익 문제가 걸려 있어서 경기수 유지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다.

K리그는 이미 당초 2월 29일로 예정됐던 2020시즌 개막을 벌써 4월말까지 두 달 이상 미뤘다. 추가로 개막이 더 늦춰진다면 정상적인 리그 일정 소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참가하고 있는 K리그 팀들은 ACL 조별리그 일정 재개가 아직 불투명해 부담이 더 크다. 여기에 자국 컵대회인 대한축구협회(FA)컵 일정도 포함되어 있어서 정규리그 38경기를 모두 살리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인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정 단축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K리그1은 기존 12개 구단이 3차례씩 격돌하는 정규 라운드(33경기)와 상하위 6개팀씩 스플릿으로 나누어 한차례씩 더 경기를 치르는 파이널 라운드(5경기)로 구성되어있다.

일정이 단축될 경우, 대안은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파이널 라운드를 아예 폐지하고 정규 라운드 33경기만으로 순위를 가리는 것. 하지만 이렇게 되면 팀당 홈 경기 숫자가 불공평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두 번째는 정규 라운드를 팀당 홈경기 숫자가 균등해지는 두 차례(22경기)로 축소하고, 대신 파이널 라운드를 상하위 스플릿 팀당 2경기씩 10경기로 늘려서 총 32경기를 소화하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 방안이 가장 무난해보인다.

세 번째 가능성은 정규라운드는 소폭 축소, 파이널라운드는 폐지하는 대신 토너먼트 형식의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제도를 부활시킬 수도 있다. K리그는 이미 과거에 전후기리그제와 6강 플레이오프 제도 등을 도입해본 경험이 있어서 낯설지 않다.

어차피 올 시즌 정규리그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만큼, 일시적으로나마 플레이오프 제도의 부활을 통해 리그의 긴장감을 높이고 팬들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규리그의 가치가 반감된다는 점에서 PO제에 거부감을 느끼는 축구팬들이 적지 않아 개막이 5월 이후까지 더 늦춰지는 상황이 오지 않는 이상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반면 KBO리그는 아직 경기수 축소에 더 신중한 입장이다. 28일 개막 예정이었던 KBO리그 2020시즌이 4월 20일 이후로 미뤄진 상태지만, 변수였던 도쿄올림픽이 내년 이후로 연기되면서 리그 일정에 다소 숨통이 트였다.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이사회를 주재하고 있다.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이사회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KBO는 당초 7월 24일부터 8월 10일까지 올림픽 휴식기로 잡아놓은 상태였다.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휴식기로 잡혀있던 기간에 리그 일정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만큼 144경기 소화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하루에 두 경기씩 소화하는 더블헤더나, 정기 휴식일인 월요일 경기 편성, 올해에 한정하여 올스타전 폐지같은 시나리오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적으로 144경기 강행은 무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개막 시점이 5월 이후로 더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축구와 달리, 야구에는 매년 우천 순연 경기라는 변수도 있다. 무리해서 144경기 소화에 초점을 맞춰 리그 일정을 밀어붙이다 보면 선수들의 체력부담과 부상 위험이 높아지고 자칫 경기의 질적 저하는 물론 포스트시즌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경기수를 10경기에서 20경기 정도 축소하는 '플랜B'도 미리 마련해놓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도쿄올림픽과 WBC가 한 해에 잇따라 열리게 된 상황인데 선수들의 피로누적이나 리그 일정의 유연성도 고려하지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당장의 수익성만 고려하다가 자칫 소탐대실 할 수 있는 실수는 피해야 한다.

한국스포츠보다 더 규모가 크고 많은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미국-유럽 프로스포츠계도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며 리그 중단이나 연기를 선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안정기로 접어들지 않는 이상 지금으로서는 리그 재개에 대한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다. 굳이 정해진 경기수를 모두 채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탄력적인 대안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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