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도 롯데 자이언츠에서 투수코치를 역임하며 후배들을 지도했던 염종석과 주형광은 현역 시절 롯데와 KBO리그를 대표하던 특급 에이스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염종석은 1992년 고졸 신인으로 17승 9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2.33을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1위와 투수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며 롯데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주형광 역시 1996년 18승 7패 1세이브 221탈삼진 ERA 3.36의 성적으로 다승과 탈삼진 타이틀을 차지했다.

염종석과 주형광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롯데의 자랑스런 에이스이기도 했지만 부상으로 전성기가 짧았다는 공통점도 함께 가지고 있다. 1992년 롯데의 우승을 위해 어깨를 바친 염종석은 1993년 10승을 끝으로 한 번도 두 자리 승수를 올리지 못하고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주형광 역시 1999년 13승을 마지막으로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고전했고 끝내 롯데의 부활을 보지 못한 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따라서 롯데 팬들은 에이스급 투수의 부상에 상당히 민감하다. 10년을 이끌어 주기를 기대했던 젊은 에이스가 부상으로 무너지면 팀의 장기적인 계획에도 큰 차질을 줄 수밖에 없는데 롯데 팬들은 이미 염종석과 주형광으로 인해 이 같은 상황을 여러 번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롯데 팬들이 올 시즌 롯데의 3선발로 돌아오는 '안경 에이스' 박세웅의 부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에이스 후보, 2년 동안 선발 수업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 ⓒ 롯데 자이언츠

 
롯데는 2005년 정규리그 MVP와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를 휩쓸었던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NC다이노스 투수코치) 이후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를 거느린 적이 없다. 2008년부터 5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렸던 장원준은 FA 자격을 얻은 후 두산 베어스로 이적해 2개의 우승반지를 따내며 진정한 전성기를 누렸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107승을 따낸 송승준 역시 '가을야구 1선발'로 내세우기엔 2% 부족했다.

장원준이 팀을 떠나고 송승준의 전성기가 지난 후에는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과 브룩스 레일리(신시내티 레즈)로 대표되는 외국인 투수에게 의존하는 시즌이 많았다. 아무리 KBO리그가 외국인 투수의 비중이 높다고 해도 국내 투수들의 활약이 부족하면 결코 강 팀으로 군림할 수 없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롯데가 이후 4년 동안 하위권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롯데는 2004년의 장원준을 끝으로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에서 팀의 중심으로 성장한 선수를 지명하지 못했다. 2014년 지역 연고제가 부활했지만 2014년 1차 지명 김유영은 아직 유망주의 티를 벗지 못했고 2015년 1차 지명이었던 부경고 포수 강태율(개명 전 강동관)은 6년 동안 1군에서 단 3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런 롯데가 2015년 트레이드를 통해 팀의 에이스 후보가 될 수 있는 박세웅을 데려 온 것은 큰 행운이었다.

연고구단 삼성 라이온즈가 상원고 좌완 이수민을 지명하면서 신생팀 kt 위즈에 입단한 박세웅은 2014년 퓨처스리그에서 9승 3패 평균자책점 4.12를 기록하며 북부리그 다승과 탈삼진 1위에 올랐다. 박세웅은 2015년 1군에서도 붙박이 선발로 활약했지만 승리 없이 4패만 기록했고 포수난에 허덕이던 kt는 롯데와 4대 5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에이스 후보였던 박세웅을 롯데로 보냈다.

박세웅을 차세대 에이스로 점 찍은 롯데는 성적에 상관없이 박세웅을 꾸준히 선발 투수로 활용해 마운드 경험을 쌓게 했다. 그 결과 2015년 114이닝 동안 2승을 따내는 데 그쳤던 박세웅은 2016년 139이닝을 책임지며 7승을 거두는 가파른 발전 속도를 보였다. 하지만 2016년에 보여준 박세웅의 성장은 2017 시즌의 대폭발을 위한 예고편에 불과했다.

1년 대활약 후 2년 침묵, 이제 다시 '안경 에이스'로 부활해야

2017년 롯데의 붙박이 선발 투수로 활약한 박세웅은 28경기에서 171.1이닝을 던지며 12승 6패 ERA 3.68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13승의 레일리에 이어 팀 내 다승 2위, 팀 내 선발 투수 중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박세웅은 롯데의 가을야구 복귀를 이끌었다. 롯데 팬들은 모범생 같은 얼굴로 위력적인 공을 뿌리는 박세웅에게 '안경 에이스'라는 별명을 붙여 줬다. '안경 에이스'는 롯데 마운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고 최동원의 별명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동원처럼 훌륭한 투수로 성장해 달라는 롯데 팬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2017년에 전 시즌과 비교해 39.1이닝을 넘게 소화한 박세웅은 2018년 팔꿈치 통증으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6월 뒤늦게 1군에 복귀했지만 1승 5패 ERA 9.92라는 처참한 성적을 남기고 말았다.

2018년 11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박세웅은 작년 6월말 1군에 복귀해 12경기에서 3승 6패 ERA 4.20의 성적을 기록했다. 겉보기엔 크게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성적이지만 12경기 중 7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소화했을 정도로 부상 복귀 시즌으로는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시즌 마지막 2경기를 12이닝 1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구위가 살아났고 무엇보다 통증이 사라진 것이 고무적이었다.

올 시즌 박세웅은 허문회 신임 감독으로부터 일찌감치 외국인 원투펀치 댄 스트레일리와 애드리안 샘슨을 잇는 3선발 보직을 부여 받았다. 상대의 토종 에이스들을 상대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자리다. 하지만 박세웅은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당시 호주 프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3이닝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28일 자체 청백전에서도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롯데의 토종 에이스로 나설 준비가 척척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성민규 단장 부임 후 투타에서 많은 보강을 했지만 롯데의 전력은 여전히 썩 높게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 안치홍과 지성준이 가세한 타선은 확실히 나아졌지만 작년 시즌을 통째로 걸렀던 노경은이 4선발, 통산 세이브가 1개도 없는 김원중이 마무리로 내정된 마운드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2017년 12승을 따냈던 박세웅이 부활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올 시즌 롯데의 운명을 쥐고 있는 키 플레이어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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