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만의 우승을 목전에 뒀던 리버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대부분 프로 스포츠와 국제대회까지 줄줄이 중단되거나 연기되는 가운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결정에 축구팬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FA)는 27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하여 코로나19 확산으로 프로리그인 상위 1~4부리그를 제외한 모든 리그의 중단을 발표했다. 올시즌 각 리그의 성적도 모두 무효 처리된다. 잉글랜드 축구는 총 20부리그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프리미어리그(1부·EPL), 챔피언십(2부), 리그1(3부), 리그2(4부·이상 EFL)까지가 프로 리그로 인정된다. 5-6부는 세미프로, 7부 이하는 아마추어리그로 분류된다. 올시즌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그대로 끝나게 되면서 각 리그별 승격과 강등도 모두 없어졌다.

EPL를 비롯한 프로축구 경기는 4월 30일까지 중단된 상태다.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규정상 시즌을 6월 1일 전에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일정 한도를 무기한 연장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당초 예정되어 있던 유로 2020과 도쿄올림픽 등 국제대회가 모두 연기되며 여름까지 리그 일정을 재개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었다. 문제는 유럽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 단기간에 리그 재개를 낙관할 수 없다는 점이다.

리그 재개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역시 리버풀의 우승 자격 여부다. 리버풀은 2019-20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에서 27승1무1패(승점 82)로 현재 2위 맨체스터 시티에 무려 승점 25점 차로 앞선 굳건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럽 5대 리그를 통틀어 1,2위간 최대 승점차다. 리버풀은 남은 9경기 중 2승만 추가해도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짓게 된다. 그러나 만일 리그 일정이 계속 지연될 경우 리버풀 우승도 무효화 될 가능성이 있어서 팬들의 가슴이 조마조마 할 수밖에 없다.

리버풀은 잉글랜드 1부리그 통산 18회 우승을 자랑하는 최고의 명문 구단이다. 잉글랜드 프로축구가 현재의 EPL 체제로 정비되기 전까지 리버풀은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치고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EPL이 출범한 1992년 이후 리버풀은 더 이상 정규리그 우승 기록을 추가하지 못했고, 맨유(20회)에게 최다우승 기록 역전까지 당했다. 2010년 대에는 아예 중위권팀으로 추락하며 암흑기를 보내던 시절도 있었다. 리버풀의 마지막 1부리그 우승 기록은 1989-90시즌이다. 리버풀 구단과 팬들의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다.

그동안 리버풀이 우승에 근접한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묘하게도 우승 길목마다 '극적인 사건'이 벌어져서 리버풀의 꿈을 가로막았다. 2013-14시즌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까지 리버풀은 승점 80점으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었고, 파죽의 11연승까지 내달리며 우승을 눈앞에 둔 듯 했다.

그런데 2014년 4월27일 첼시와의 36라운드 경기에서 리버풀의 주장이었던 스티븐 제라드가 잔디에 미끄러지며 공을 놓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것이 발단이 되어 첼시 뎀바 바에게 결승골을 내줬고 결국 경기는 0-2로 패했다. 상승세가 꺾인 리버풀은 결국 맨시티에 최종전에서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리버풀의 간판스타였던 제라드는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때까지 1부리그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또한 첼시 전의 실수 장면은 제라드 축구인생의 대표적인 '흑역사'로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거론된다.

또한 지난 2018-19 시즌의 리버풀은 38경기에서 단 1패(30승7무 1패. 승점 97)만 기록하는 역대급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이번에도 우승 트로피는 리버풀에 끝내 주어지지 않았다. 리버풀보다 딱 승점 1점을 더 따낸 맨시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버풀은 '역사상 가장 많은 승점을 올린 2위'라는 칭찬인지 저주인지 모를 얄궂은 수식어를 남겼다.

만일 코로나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사건 때문에 올시즌 다잡은 우승이 또 불발된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 시즌까지 범위를 넓히면 리버풀은 67경기서 57승 8무 2패라는 믿기지 않는 성적을 기록했다. 유럽 5대 리그서 무패 우승을 거뒀던 팀들(아스널, 유벤투스 등)도 두 시즌으로 기간을 늘렸을 때 리버풀보다 더 높은 승률을 기록한 팀은 전무하다.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 이라는 표현처럼, 이러고도 우승을 놓친다면 그야말로 하늘이 리버풀의 우승을 바라지 않는 탓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영국 현지에서도 리버풀의 우승 자격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리버풀의 승점차가 뒤집힐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봤을 때 리그 재개 여부와 별개로 리버풀의 우승을 인정해줘야한다는 주장이 있다. 리버풀의 전설 케니 달글리쉬나 맨유 출신인 웨인 루니 등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리버풀의 우승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즌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리그 재개가 무산될 경우 리버풀의 우승을 비롯한 모든 시즌 성적을 무효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않다. 영국축구의 전설 앨런 시어러와 맨유 출신 리오 퍼디난드 등은 리버풀의 우승 자격 인정을 반대하는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형평성 차원에서 세미프로와 아마추어리그의 올시즌 성적이 모두 리셋된 점이나, 현재 프로 구단들도 시즌 무효화에 찬성하는 구단들이 더 많다는 것은 리버풀에게 불리한 대목이다.

그나마 리버풀에 희망적인 부분은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리그 완전 종료를 선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리버풀의 우승 여부 때문이 아니라 중계권 계약 문제 때문이다. EPL의 경우 국내외 TV중계권으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으며 이를 각 구단에 배분하고 있다. 약속된 경기 숫자에 대한 조항도 포함되어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일정을 마치지못하고 시즌을 종료할 경우 계약 위반이 된다.

영국 언론은 만일 남은 시즌이 취소될 경우 중계권 계약 보상금으로 EPL의 수익 손실이 7억 5천만 파운드(약 1조 1,50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PL의 존립기반까지 흔들 수 있는 엄청난 재정적 손실이기에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30년을 기다려온 리버풀의 우승도전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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