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스토브리그>,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같은 드라마들이 젊은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화제 속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한 주 동안 방송된 드라마들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 수 년 동안 모든 방송국의 드라마들 중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바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KBS 2TV를 통해 방송되는 KBS 주말드라마다.

실제로 KBS 주말 드라마는 2015년 <파랑새의 집>이 27.5%의 최고 시청률로 부진(?)한 후 무려 9편 연속으로 30%가 넘는 높은 시청률(최고 시청률 기준)을 기록했다. 특히 2018년 가을에 시작해 작년 3월에 종영한 최수종, 유이, 이장우 주연의 <하나뿐인 내편>은 무려 49.4%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2010년 <제빵왕 김탁구> 이후 사라진 시청률 50% 시대를 재현하기 직전까지 갔을 정도로 KBS 주말드라마는 여전히 높은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KBS는 28일 첫 방송되는 새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를 통해 10편 연속 30% 이상의 시청률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2017년 KBS 연기대상에 빛나는 천호진을 비롯해 베테랑 연기자 차화연과 김보연, <기생충>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 이정은 등이 출연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대배우 이병헌의 아내로 더 유명한 이민정이 2012년 <빅> 이후 8년 만에 KBS 드라마에 복귀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구준표 약혼녀 역으로 눈길 끈 이민정
 
 이민정이 <꽃보다 남자>에 등장한 후 금잔디(구혜선)를 지지하던 남성 시청자들은 커다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이민정이 <꽃보다 남자>에 등장한 후 금잔디(구혜선)를 지지하던 남성 시청자들은 커다란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 KBS 화면 캡처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서 연출을 공부하던 이민정은 2004년 부산에서 공연된 연극 <서툰 사람들>에서 화이를 연기하며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민정의 공식적인 데뷔작은 2004년에 데뷔한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였는데 당시 이민정은 카페에서 주인공 이나영과 수다를 떠는 친구 역을 맡았다(참고로 이민정의 뒤에 앉아 은행강도를 모의하던 일당의 우두머리를 연기한 배우는 바로 <7번방의 선물>,<극한직업> 등에 출연한 류승룡이었다).

이민정은 이후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동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009년 KBS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이민호 분)의 약혼녀 하재경을 연기하며 단숨에 기대주로 떠올랐다. 사실 원작의 오오카와하라 시게루는 비중이 썩 크지 않은 역할이었지만 이민정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하재경의 분량도 크게 늘어났다. 결국 이민정은 <꽃보다 남자> 조연 배우들 중에서 오민지 역의 이시영과 함께 최고 수혜자가 됐다.

<꽃보다 남자>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린 이민정은 그 해 가을 <그대 웃어요>에서 건설업체 막내딸 서정인을 연기하며 미워할 수 없는 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민정은 2010년 김현석 감독의 <시라노 : 연애 조작단>에서 최다니엘의 짝사랑을 받는 희중 역을 맡아 사랑스런 연기를 선보였고 <시라노 : 연애 조작단>은 전국 27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20대 초반에 데뷔해 주목 받은 또래 연기자들에 비해 출발이 다소 늦었던 이민정은 시작이 늦은 만큼 더 부지런히 활동했다. 2011년에는 장혁, 김희애 같은 대선배들과 함께 <마이더스>에 출연했고 2012년에는 <건축학개론>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수지, 훗날 <도깨비>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게 되는 공유와 함께 홍자매 작가의 <빅>에 출연했다. 하지만 <마이더스>와 <빅> 모두 화려한 캐스팅에 비해 썩 좋은 성과를 얻지 못했다.

승승장구하던 이민정에게 2012년에 개봉했던 영화 <원더풀 라디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데뷔 첫 단독 주연작이었던 <원더풀 라디오>는 웃음과 감동코드가 적절히 조화된 내용과 '라이브황제' 이승환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인 OST, 여기에 겨울방학 시즌으로 잡은 개봉시기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전국 98만 관객에 그치며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댄싱퀸>, <부러진 화살> 등과의 경쟁에서 이기지 못했다.

'이혼' 결심한 내과의로 돌아오다
 
 이민정이 출산 후 선택한 첫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는 송중기와 송혜교라는 강적을 만나 초라하게 종영했다.

이민정이 출산 후 선택한 첫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는 송중기와 송혜교라는 강적을 만나 초라하게 종영했다. ⓒ SBS 화면 캡처

 
이민정은 2013년 국회의원들의 비밀연애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내 연애의 모든 것>에서 진보정당의 초선 국회의원이자 당대표 노민영을 연기했다. 하지만 <내 연애의 모든 것>은 방영 기간 내내 한 번도 두 자리 수 시청률을 올리지 못했다. 결국 <내 연애의 모든 것>은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주군의 태양>, <상속자들> 등 히트작이 즐비했던 2013년 SBS 수목드라마에서 유일한 오점을 남긴 드라마가 됐다. 

<내 연애의 모든 것>이 끝난 지 3개월 만에 톱배우 이병헌과 결혼식을 올린 이민정은 2014년 <앙큼한 돌싱녀>에 출연한 후 2015년 출산과 육아를 위해 공백기를 가졌다. 2016년에는 <돌아와요 아저씨>에서 김인권과 정지훈이 2인1역을 연기한 김영수의 아내 신다혜를 연기했다. 하지만 하필이면 <돌아와요 아저씨>의 동시간대 경쟁작은 시청률 40%를 찍은 김은숙 작가의 <태양의 후예>였다.

결혼 전 누구보다 부지런한 배우 중 한 명이었던 이민정은 2018년 SBS 주말드라마 <운명과 분노>에 출연했지만 중간에 작가가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드라마는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그대 웃어요> 이후 드라마에서 10년째 히트작을 내지 못한 이민정이기에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 대한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민정은 <한 번 다녀왔습니다>에서 소아 병원 의사이자 남편 윤규진(이상엽 분)과 이혼을 결심한 송가네 셋째 송나희를 연기한다.

<한 번 다녀오겠습니다>에는 이혼 위기의 부부로 출연하는 이민정과 이상엽 외에도 천호진, 차화연, 오윤아, 오대환, 김보연, 이정은, 백지원, 안길강 등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아버지가 이상해>를 연출했던 이재상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아는 와이프>, <오 나의 귀신님> 같은 중편 드라마를 주로 집필했던 양희승 작가가 보조작가였던 안아름 작가와 함께 처음으로 주말 드라마에 도전한다.

작년 KBS 주말 드라마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내 딸>이 최고 35.9%,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이 최고 32.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른 방송국, 다른 드라마 입장에서는 배부른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KBS 주말 드라마'의 명성을 생각하면 분명 만족하기 힘든 성적이었다. 따라서 KBS가 <한 번 다녀오겠습니다>에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8년 만에 KBS로 돌아온 이민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이혼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족 드라마로 풀어내겠다고 선언한 KBS 새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이혼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족 드라마로 풀어내겠다고 선언한 KBS 새 주말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 ⓒ <한 번 다녀왔습니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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