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 홈 원정 경기. 1회 초 홈팀 선발투수 한현희가 역투하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 홈 원정 경기. 1회 초 홈팀 선발투수 한현희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작년 시즌 조쉬 린드블럼(밀워키 브루어스)과 세스 후랭코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이영하, 유희관, 이용찬으로 이어진 두산 베어스의 선발 5인방은 정규 시즌에서 64승(선발 63승)을 합작했다. 두산 선발진은 시즌 중반 후랭코프만 어깨 통증으로 한 달 정도 결장했을 뿐 시즌 내내 로테이션이 무너지지 않는 견고함을 보이며 3년 만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우완 4명과 좌완 1명으로 구성된 작년의 두산 선발진이 그렇게 이상적인 조합이라고 할 수는 없다. 최근엔 유형에 구애 받지 않고 가장 잘 던지는 투수들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는 경우가 많지만 기본적으로는 우완 2명과 좌완 2명, 그리고 잠수함 투수 한 명으로 로테이션을 꾸리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한다(하지만 작년 시즌 리그에서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잠수함 투수는 NC 다이노스의 이재학과 SK 와이번스의 박종훈 밖에 없다).

현재 10개 구단에서 '우-좌-우-좌-잠'으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을 꾸릴 수 있는 구단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손혁 감독이 새로 부임한 작년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키움 히어로즈는 이미 우완 제이크 브리검과 최원태, 좌완 에릭 요키시와 이승호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2년 만에 다시 선발로 변신할 'HHH' 한현희가 예정대로 선발진에 포함된다면 키움은 '우-좌-우-좌-잠'으로 이어지는 이상적인 로테이션을 꾸릴 수 있다.

프로 입단 3년 만에 2년 연속 홀드왕 달성한 '특급 잠수함'

199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KBO리그에는 한희민, 김청수, 김진욱, 박정현, 이강철, 박충식 등 각 팀에서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던 쟁쟁한 잠수함 선발 투수가 많았다. 한희민은 이상군과 함께 신생구단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의 원투펀치로 활약했고 1989년 19승을 기록한 박정현은 태평양 돌핀스의 돌풍을 이끌었다. 통산 152승으로 역대 다승 부문 3위에 올라 있는 kt 위즈 이강철 감독의 위용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불펜 20승 투수' 김현욱(LG트윈스 투수코치)과 '광속 사이드암' 임창용이 등장하면서 잠수함 투수들은 선발보다는 불펜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의 주역이자 아마추어 최고의 잠수함 투수였던 '여왕벌' 정대현(대표팀 불펜코치)이 프로에서 불펜 투수로 성공한 이후에는 '잠수함=불펜'이라는 개념이 더욱 강해졌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선발 투수로 활약한 잠수함 투수는 손에 꼽을 수 있을 만큼 적다. 2001년 마무리에서 선발로 전환해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올린 임창용을 제외하면 KBO리그에 잠수함 선발은 2005년 12승을 올린 신승현과 2011년 13승을 따낸 후 이듬 해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돼 영구제명 당한 박현준 정도 밖에 없었다. 이후 우규민(삼성 라이온즈), 이재학, 신재영(키움), 박종훈이 간신히 잠수함 선발 투수의 명맥을 이었다. 

올해로 프로 9년 차를 맞는 한현희 역시 두 번이나 두 자리 승수를 올린 적이 있지만 여전히 야구팬들에게는 선발보다는 불펜 이미지가 강한 투수다. 2012년 1라운드 2순위로 히어로즈에 입단한 한현희는 프로 2년 째가 되던 2013년 69경기에 등판해 5승1세이브27홀드 평균자책점3.21의 성적으로 만20세의 나이에 역대 최연소 홀드왕에 등극했다. 한현희는 2014년에도 31홀드로 홀드왕 2연패를 차지하며 특급 불펜으로 이름을 떨쳤다.

리그 최고의 잠수함 불펜투수 한현희는 2015년 선발 투수로 변신했다. 다소 갑작스런 보직변경이었지만 한현희는 전반기에만 8승을 올리며 선발 투수로 잘 적응하는 듯했다. 하지만 한현희가 이탈한 불펜의 '난 자리'는 생각보다 컸고 한현희는 후반기부터 다시 불펜으로 돌아갔다. 한현희는 불펜 컴백 후 24경기에서 3승 10홀드 3.12로 호투하며 히어로즈를 3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끌었지만 데뷔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을 치르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2년 전 169이닝 소화했던 신개념 '이닝이터 5선발' 도전

한현희는 2015 시즌이 끝난 후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으며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한현희는 복귀 시즌이었던 2017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8경기에 등판해 5승 6패 5세이브 5홀드 4.47의 성적을 기록했다. 장정석 감독이 부임한 2018년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로 활약한 한현희는 29경기에서 169이닝을 소화하며 11승 7패 4.79의 성적으로 선발 투수로서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하지만 '10승 투수' 한현희는 작년 시즌 다시 불펜으로 돌아가야 했다. 한현희는 작년 시즌 투고타저의 흐름 속에 불펜으로만 61경기에 등판해 7승 5패 24홀드 3.41의 좋은 성적으로 조상우, 오주원, 김상수와 함께 키움의 강력한 필승조를 구축했다. 물론 견고한 정규시즌 활약에 비해 가을야구에서 약하다는 약점을 완전히 떨쳐내진 못했지만 역시 '불펜 한현희'는 믿을 수 있는 카드라는 걸 또 한 번 확인했다.

하지만 키움은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장정석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손혁 감독을 선임했고 손혁 감독은 2020 시즌 한현희를 다시 선발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5년 선발 변신 후 무려 7번째 보직변경으로 다른 투수였다면 감당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 8년 동안 마무리를 제외한 모든 보직을 맡아본 경험이 있는 한현희에게 보직변경은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현희는 올 시즌 브리검-요키시-최원태-이승호에 이어 키움의 5선발로 활약할 것이 유력하다. 한현희 본인도 28세의 젊은 투수지만 24세의 최원태와 22세의 이승호를 보좌하는 역할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현희는 2017년에도 5선발로 활약하며 169이닝을 소화했던 적이 있다. 로테이션을 거를 때가 많아 규정이닝을 채우기도 벅찬 5선발 투수가 160이닝을 넘게 소화해 준다면 손혁 감독의 마운드 운용은 한층 편해 질 수밖에 없다.

한현희는 작년 7월 30일 LG전에서 역대 최소 경기(336경기) 100홀드 기록을 달성했다. 풀타임 불펜으로 활약할 때 한 시즌에 평균 25개 정도의 홀드를 기록하는 한현희는 앞으로 2~3년 정도만 불펜으로 꾸준히 활약하면 역대 최다 홀드 기록 달성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선발투수 한현희'의 목표는 이제 역대 최다 홀드 기록이 아닌 리그 최고의 잠수함 선발 투수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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